함께 얘기해보고 싶은 것들 : 정보통신활동?

사회운동
누구 언제 어디서던, 이런 주제로 지각생에게 말을 걸어준다면 아주 즐거울거외다.

정보통신활동가 공용 메일링을 제안해놓고 답장을 기다리는중. 지금까지 세 곳다섯 곳에서 답장이 있었다. 느긋이 기다리기로 하면서, 뭔가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메일링을 같이 했으면 하는 사람은 꼭 홈페이지 담당같은 기술 실무자뿐이 아니라, 상근활동가만이 아니라, 꼭 관계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정책 활동을 하는 사람이던, 자원활동가던, 그냥 관심만 있고 다른 걸 하는 사람이던 상관없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얘기들을 주고받게 될까? 내가 생각하는 것을 조금더 얘기하는게 좋겠다. 아니,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고 같이 생각하고, 얘기해보고 싶은 것들. 장기적인/지속적인 정보통신활동을 위해, 밀도 있게 협력해 당면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기 위해.


덧. 이런 얘기를 메일링리스트에서 한다는 말은 아님. 쓰고보니 -_- 평소에 사람들 만나면 얘기하고 싶다는 거.


* 정보통신기술 활용능력, 혹은 기술력과 정보통신활동의 관계.

  뭔가 전문적인 기술력이 있거나, 흐름에 대한 통찰이 있는 사람들만이 정보통신활동을 할 수 있는가? 내 잠정적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보통신활동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활동"은 포괄적이고 범위가 넓다. 직접 뭘 만들거나, 시스템을 유지/관리하진 않더라도, 어떤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 매뉴얼을 만들거나 교육을 하면 좀 더 분명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의 활동에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정보통신활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난 그렇게 스스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풀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어렵고 복잡한 기술과 주제에 대해 다루는 것도 필요하지만, 휴대폰 문자 보내기, 전통적인 게시판 글 올리기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쉬운 것, 모두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인식도 못하는 것을 더 "정보소외"된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것도 지금 어쩌면 가장 절실한 역할일지도 모른다. 빈곤, 젠더 등 다양한 문제로 생기는 정보격차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사실 누구나 대부분 할 수 있는게 아닐까. "특출나지 않은" 사람들의 정보통신활동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난 생각한다.

 이런 걸 함께 얘기하고, 공유하고 싶은 이유는 내 추측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고(특히 이쪽으로는), 그걸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더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대개 정보통신 관련한 주제로 얘기가 나오면 최신 기술, 신기한 것들에 대한 얘기, 전문적인 주제로 가는 경향이 많아 더 그렇다. 그래서 실제로 자신이 주변에서 쉽게 할 수 있고, 하면 좋은 다양한 정보통신활동이 있을텐데 스스로 그런 것을 거리 두는 경향이 있진 않을까? 이런 것을 서로 얘기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것을 스스로 알고 있고, 할 수 있는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 정보통신활동과 다른 활동과의 관계
 
  환경 단체에서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하고, 웹자보등을 만드는 사람은 분명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몇년동안 그 일을 하고 다른 곳에 갔을때, "나는 과연 환경운동을 한게 맞는가"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정보통신만이 아니라 사무 회계 일만 오래 한 사람이라던가, 실제 사람들을 조직하고 물건들을 만드는(행동 실무를 준비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비슷하게 이런걸 느끼지 않을까 한다. 이건 "정책 중심의 활동"의 한계이기도 하다. 혹은 정보통신활동을 별도의 전문 노동으로 한정지어 생각하는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여성, 노동 기타 부문도 마찬가지. 그 안에서 분명 계속 노동을 하고 활동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몸이 축나고 에너지가  소진됐을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겠는가. 나는 뭐하고 있나.. 이쪽 활동하는 사람도 점점 줄고, 조직에서도 그런 사람을 확충하려는 노력을 점점 소홀히 한다. 하지만 분명 어디던 정보통신활동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하면 했지 줄일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매 순간, 이슈마다 "정보통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동하는 건 늘 필요한 일이다.

 애시당초 정보통신활동이라는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성격이 있다보니, 한 부문/조직의 틀에 갇혀서는 제대로 할 수 없는게 아닐까 한다. 정보통신활동은 별도의 무언가로 따로 조직되서 이뤄지고, 그런게 계속 각 부문/조직과 연결되서 적용되는 그런게 필요한건 아닐까. 더 깊이 알고, 관여하고 싶어 각자 그 조직안으로 들어가는 거야 물론 좋은 것이고, 그 안에서 연결고리가 되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정보통신활동가들이 어디에 있던, 별도의 흐름을 만들어가는게 좋을 것 같다.



* 기술 활용 능력과 상상력
 
 - 사람들의 기술 활용능력이 늘어난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지평이 열릴 것이다. 전에는 아예 생각도 못하던 것을 이제 익숙하게 사용하게 됐을때, 좀 더 개선된 무언가를 원하게 될 수 있다.
 - 더 많은 사람이 상상한다면 누구나 좀 더 쉽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지금 있는 기술들을 보급해서 새로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과
  상상하고, 실현해서 지금 막혀 있는 지점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 그니까 쉽게 말해서, 물론 둘 다 하긴 해야겠는데, 한정된 역량 안에서 "지금 있는 기술"을 교육해 전체적인 요구수준을 늘리고, 많은 상상이 일어나게끔 저변을 넓히는 것과, 지금 이대로도 "쉽게 쓸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 중 선택해야한다면 뭘 우선시 할건지. 후자로 간다면 조금 더 숙련된 정보통신활동가가 필요하거나, 일반 IT인들과의 협조가 강화되거나..

 한가지 분명한 내 생각은, 상상력은 기술활용능력과 밀접한 관계는 있을지 몰라도 절대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기술을 몰라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넘고(이것도 충분한 한 주제군) 되던 안되던 엉뚱한 상상을 해보도록 조장하면 좋겠다. 실제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한 것은 대부분 전문적인 기술자가 아니라 "컴맹"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진게 아닌가? 운동하는 사람들의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기술 활용 교육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럼 역시 교육에 올인해볼까?


그외... 뭔가 더 있는데 딱히 잡기가 어렵네. 정보통신활동이 뭐지? 그 용어 자체를 계속 써야되나? 정보통신기술을 어찌해야 할까

 계속 변해가는 기술을 습득해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지금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며 새로운 상상을 하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정보통신활동가들. 그런걸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하지만 사실 따라가는 것으로 부족하고, 기술의 흐름을 다시 "사람을 위한"것으로 가져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애초에 기술이란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발전하는 거였다. 손으로 못을 박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망치가 절실하지 않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면 톱 없이 나무를 자를 수 있을 거고, 슈렉처럼 튼튼한 사람은 수레바퀴가 "있으면 좋은" 정도이겠지만, 힘없고 약한 사람에게 기술은 스스로의 한계를 넘게 해주는 절실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기술이 어디 그런가. 힘 있는 자들이 주도해서 계속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만 만들게 하는 방향으로 되고 있다. 로봇이 지금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가? 그걸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 아냐? 로봇을 어떻게 만들까보다 "지금 우리가 로봇부터 만들어야돼?"라고 물어봐야하는게 아닐까.

 우리가 할 일은 현란하고 복잡하고 값비싼 기술이 아닌 절실하고 단순하고 값싼 기술이 더 고안되고 보급되도록 하는 일이다. 기술이 발전할때 소수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도록 개입하는 것이다. 기술활동과 정책활동은 떨어질 수 없는 것이고, 활동가만이 아니라 자유소프트웨어 운동가같은 "열린" 기술자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더 많은 교육활동이 필요하다.

아.. 이제 중구난방. 시작할 땐 뭔가 나올 것 같았는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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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1 18:00 2007/08/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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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2007/08/21 22:29 | DEL
지각생님의 [함께 얘기해보고 싶은 것들 : 정보통신활동?] 에 관련된 글. 나는 활동가는 아닌거 같다. 활동가냐 아니냐의 기준을 적극성에 둔다면 말이다. 나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소극적으로 뒤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면서.. 지켜보는 소심쟁이다. 내가 하게 되는 활동은 지극히 제한적인.. 남는 시간에 가능한 것들 뿐이다. 즉, 내가 다른 일로 바쁘지 않고.. 하는데 재미가 있거나.. 나름 보람을 느껴야 한다. 왠지 재미없어 보이고
아, 넷! 2007/08/25 00:20 URL EDIT REPLY
아이고, 글도 그냥 술술 잘 써버리네... 요새 술 좀 마셨는가...
인터넷에 대한 비평으로 읽어도 무리 없겠네요. 사실, 인터넷 기술은, 그리고 여러 (사회화된; 혹은 문화적으로 수용된) 기술들은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개발도 한 것이 많고) 사용하면서 발전시킨 것들인데, 더 많은 돈과 힘을 위해 돈있고 힘있는 것들이 가로채 가는 것이라고나 할까... 현재 인터넷이 그렇고, 지각생의 뭔가 필요하다는 것은 바로 이런 대목이기도 하다고 생각...

아, 한가지 읽다가 계속 밟히는 게, ~하던, ~하던... 이라는 표현: '~던'은 과거에 경험한 거에 붙이는 조사(라고 그러나?)이고, 위의 글에서는 대부분 접속해주는 '~든'으로 쓰는 게 맞고 맛나고...
지각생 2007/08/25 11:04 URL EDIT REPLY
아, 네// 아, 네.. 교정 감사. (속말 : 뭐여! -_-)
ㅋㅋ 요즘 술 좀 마시고 있긴 하지. 줄이려니 계속 마실일이 생긴단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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