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다녀와서 바로 이걸 정리하고 찬찬히 생각을 덧붙이고, 사람들하고도 이야기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돌아오자마자 일단 한번 쓰러지고 ;; 다음날은 몇가지 일처리 하느라 어영부영 또 갔다. 그런데 그동안 쌓인 메일을 보고 일정을 보니 이번주도 그리 여유롭지는 않군아. 3개월 유럽 여행은 포기했지만 그 덕에 6월 중순부터 8월까지는 특별한 계획을 잡은게 없어 그때는 다소 여유가 있다.
어제 일때문에 그만둔 노동넷 와서 밤새고 아침에 잠깐 눈 붙이고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요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탓인지 11시 넘어가니까 병든닭마냥 졸고 있는 지각생을 발견. 나를 돌봐야돼.. 하며 최근에 알게 된 음악을 크게 틀고, 만화 보고, 영화를 다운 받으며 버텼지만 몸은 천근만근. 자전거 앞브레이크가 맛이 가서 미문동에 놓고 왔기에 그것도 탈 수 없다.
음. 이러다가 다 까먹으면 안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해서 쓰려는 거 포기하고 역시 살짝 메모. -_-
드러내기.
지각생은 스스로에 대해 지나치게 자기분석적이고 비판적이다. 그것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해도 좀 지나친 감이 있지. 어떤 경우에는 점점 그 안으로 맴돌다가 본래 목적을 잊고 자신을 괴롭히는 역할만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바탕이 되고 그 위에서 어느정도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는게 좋을텐데 그 바탕이 많이 흔들린다. 자존감. 자신감을 가지자.
그동안 속마음을 얘기하는 형식으로 많이 썼지만 사실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를 했냐?면 충분히 그렇진 않다. 부끄럽고, 오해를 사거나 계속 만나게될 사람과의 관계 등을 걱정하느라 정말 못한 얘기가 얼마나 많은지. 이를테면 내가 좋아하고 그 때문에 힘든 사람에 대한 얘기, 성적인 고민,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판단이 안돼 보류해 둔 얘기들. 그런 것들에 대해 일단 뒤로 물러서거나 억압하는 형태를 취하곤 하는데 그게 오랜 시간동안 쌓여 생긴 스트레스들. 반복 강박.
요즘에야 조금 낫지만 워낙 팍팍한 일정에 컴퓨터를 오래 끼고 살고 하다보니, 사람들과 편하게 오래 얘기하고 다양한 것들을 접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에 더 답답했다. 뭔가 풀어내지 않고는 못 견디겠어서 무슨 얘기든 하려고 블로그에서 "쓰기"를 눌렀는데, 원래 말하고 싶던 것을 조금 쓰다보면 의도한건지 어쩐건지 옆으로 새 나가고. 그래서 그 곁다리 주제 갖고 씨름하며 내 억눌린 무언가를 우회해서 살짝 분출해낸다. 이를테면 서른 되도록 연애 한번 못하고, 성관계 경험도 없는 이 상황이 유지되는게 정말 맘에 안들고 불안하다. 자위행위에 동원하는 성적 환상은 많은 경우 가학적이다. 그런 얘기를 하기에는 쑥스럽다. 맘에 드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많이 발견하다보니 지금까지의 삶의 패턴을 화악 바꿔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으니 (당연한 거지만!) 조바심도 나고 그렇다. 내 포스팅중 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쓴게 얼마나 되려나?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찬찬히 풀어내기에는 이 공간이 적합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러냐 싶겠지만 그런 상황이다. 그래서 뭔가 그런것들을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갈망이 생겨 글 쓰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정작 비유를 들기 위해 끌어다 쓰려 했던 소재에 대한 얘기로 빠지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격앙된 말투로 운동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하고 그렇다. 여튼, 뭔가 이 속에서 모락모락 거리는게 매끄럽게 밖으로 뿜어져 나오지 못하고 계속 왜곡된다.
그래서 내가 하는 얘기들이 추상적인 말로 길게 늘어지는 경우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내 고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건 정말 여러 겹의 방어벽을 뚫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면이던, 외부의 것이던. 성에 대한 얘기를 거침없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경외의 대상이다. 이번 여행중에 빙빙 돌리지 않고 구체적인 얘기로 직접적인 소통을 시도하는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여유있게 시간을 두고, 어느정도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뭐랄까 익숙하고 아니고의 문제랄까? 나도 결국 남성의 컴플렉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시시콜콜히 내 속마음을 얘기하는 것은 아직 자연스럽지 않다. 물론 그런게 좋다는 데는 완전 동의. 남성들의 속내 "드러내기"가 필요하다는데도 완전 동의. 자신감이 없어보인다거나 하는 것도 어찌하다보니 생긴 자기 억압의 습관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 걱정을 너무 많이 하는 것. 사람들과 지금 직접적인 소통을 하기 보다는 말해지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 것도 사실 그런 직접적 소통을 자신없어 하기 때문일 수 있다. 온라인 글쓰기가 훨씬 편한 것은 지금, 대면하지 않고 하는 소통이니까. 뭉뚱그려 쓸 수도 있고, 정확한 한 가지의 해석을 필요로 하지도 않으니까. 누군가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도 왠지 먹힐 것 같다 싶은 글을 쓰는게 전혀 불가능한건 아니다.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야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