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윤미네에서 챙겨온 "파시즘의 대중심리"를 읽고 있다. 이제 2장째.
지금껏 내게 두가지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었는데
하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왜 꼴통 보수를 지지하는가?" 지금은 (서로 안건드리는)평화모드지만, 한창 싸울때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우리 부모님의 "한나라당" 지지였다. 사실 한나라당이라서가 아니라 박정희 때문이었지만. 언젠가 한번 물어본 적도 있다. "지금 우리 같은 사람은 세상이 바뀌면 좋은거잖아. 어떻게 변해도 지금보다 낫지 않을까? 근데 왜 지금 이대로 살자는 보수세력을 좋아하는거야?" 물론, 답은 뻔했다. 빨갱이들의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그때는 나도 오직 빨갱이들만 운동한다고 생각했기에(대학 들어가 처음 학생운동 하는 걸 봤으니) 대안이 없다는데 할 말 없어 그냥 더 얘기하지 못했다.
두번째는, "왜 나는 진보하지 못할까" 였다. 나를 통해 흘러가는, 내게 들어와, 가공되어 밖으로 나가는 사상들, 철학들. 그런 것들에 대해 분명 내가 더 선호하는 가치, 방향들이 있다. 나는 못해 왔지만, 분명 얌전 범생 스타일에 반대편에 있는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데, 정작 내 자신은 그렇게 되지 못하는 이유. 처음엔 내가 돈이 없고, 그래서 뭘 하나 해보려 해도 남들보다 더 신경쓸게 많고, 그러다 보니 행동이 더 안되고, 그렇게 움츠려 드는 거다. 나도 어느 정도 돈을 벌게 되면 그런것들 맘껏 해볼 수 있을거다. 그랬지만, 시간이 지나고, 푼돈이지만 계속 벌어왔어도, 정작 내 스스로 맘에 들만큼 실험적으로 살지는 못했다.
내가 컴퓨터를 좋아한 이유? 그건 공부하고, 삽질해서 일단 익히면, 특별한 "자원"이 없어도 크게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하드웨어로 커버할 것을(이건 돈이 많이 든다), 부분적으로나마 소프트웨어로 커버할 수 있게된다(이건 내 자신의 노동력만 든다) 그래서 컴퓨터를 이용해, 온라인에서는 좀더 실험적인 내가 되어볼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맘에 들진 않다.)
여튼, 계속 삽질하고, 오버해서 뭔가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는데, 그 변화가 전체적인, 보다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져 "확 넘어가는" 계기가 되지 못하고 자꾸 다른 부분은 퇴행을 한다던지 해서 예전으로 돌아가거나, 늘 그자리라는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정말 이렇게 쳇바퀴돌다 자신을 소모해서 끝나는 것일까? 왜 내가 생각하는대로 살지 못하고 계속 움츠려 들기만 하는걸까, 힘들기만 한 걸까?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지만, 그런 것은 공공연하게 꺼내어 말하기 부끄러웠다.
이 책, "파시즘의 대중심리", 이제 2장을 읽고 있을 뿐이지만 지금까지의 내용만으로도 내가 궁금했던 두가지 문제를 다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건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거나, 개인적이거나, 여튼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계속 답을 구하는 걸 미뤄 온건데, 이 책에서 말하는 것에 따르면 그건 절대 유보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40년대, 그 이전의 모습을 서술한 것이 지금 한국의 상황과 너무나 유사하다. 대중의 우경화, 운동 진영 내의 분열과 (역시) 우경화, 월드컵 등에서 보인 "파시즘"적 징후가 그저 "대한민국이 미쳐간다"고 생각하고 말 것이 아니라는 것. 그 미쳐감 자체를 접근하지 않으면 계속 이대로 운동은 소진되어 가고 말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늘상, 맑스주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런 생각을 얘기하는 것부터 사실은 자기 검열의 대상이었고, 그냥 말해질 수 없는, 개인적, 혹은 인간의 결함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말아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끝나면 회의주의로 빠지기 쉽상이다. 사회 진보와 혁명의 희망은 그 근본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것, 즉 성경제학, 성사회학, 정치심리학, 여튼 이런 성격의 연구가 개개인의 심리구조, 성격구조가 어떻게 형성되고 작용하는지를 말하려는 것 같다. 자신이 처한 경제적 상황과 이데올로기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 이것을 알 수 있다면 지금 대중과 운동진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 같고, 그것이 되면 정말 "먹혀들 수 있는", 활동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거라 기대해본다.
이제 조금 읽어놓고 더 많은 얘기하긴 그렇지만,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던 부분이 있는게 반갑고, 일단 나중에 발전된 고민을 하기 위해 여기에 적어놓음.
------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성적 억압"이 어떻게 이데올로기에 작용하는가 인것 같은데, 내 스스로 가장 보수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성"이다. 지속적으로 내 성을 억압해 온 것이 나로 하여금 "원치 않지만" 움츠려 들고, 방어적이 되고, 권위에 끌려가고, 불안해 하고, 두려워 하고, 수줍어 하며, 착한 척을 하게 했다. 그것이 지금껏 내 발목을 잡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허리를 부둥켜 안고 조르고 있었다. 내가 진보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것이었다.
다른 일에 치여 있지만 이 책을 계속 틈틈히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