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 하나 있다.
자전거에 깃발을 달고 다닌지 이제 50일은 넘은 것 같은데(10월 3일부터던가..암튼)
이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좋은 점은
1. 신기하다.
일단 이렇게 하는 인간들이 많지 않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2. 편하다.
옆에 서 있거나, 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옆을 지나쳐 간다". 혹 자신이 말려들거나 끌어들이려 한다던가 하는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다.
3. 조용하다.
시끄러운, 혹은 지나치게 격앙된, "프로"의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 (집회 사회하시는 분들 보면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로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일이 없다.
4. 다양하다.
깃발을 사전 제작할 수도 있지만, 그냥 자기가 원하는 문구, 그림을 넣고 달릴 수 있다.
5. 많이 만날 수 있다.
다리 힘이 되는 한에서 얼마든지 사람들이 많은 곳을 계속 찾아 다닐 수 있다. 10명만 있어도 왠만한 곳은 다 나눠서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6. 안전하다
자전거는 대체로 방해 안받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여차하면 튀기도 쉽다 ^^;
7.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전거만 탈 줄 알면 누구든 참여 가능하다.
머, 대려면 기타 3만8천2백가지는 더 댈 수 있겠지만, 여튼 이런 좋은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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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사람이 모이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왠만한 집회는 할 수 있겠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나로서도 한 곳에서 계속 꾸준히 하는 집회는, 그 준비/참여자들의 노력은 존경스러우나 시간이 지날 수록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까 한다. 오히려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형태로 가면 역효과일 수도 -_- 만명 정도, 이상이 모이면 정말 뭔가 된다는 거, 보여줄 수 있다는 거는 알겠는데(물론 많이 다치고, 부작용이 많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없다면, 차라리 이런게 가능한지 상상해 본다.
각 블럭, 교차로 당 한명씩, 혹은 주요한 건물마다 한 사람씩 피켓을 들고 서 있는데, 그 줄이 도시 전체를, 혹은 한 구 정도를 다 덮는 것이다. 종로 1가부터 동대문까지, 혹은 청계광장에서부터 반대편 끝까지, 이렇게 계속 사람들이 서 있으면, 지나는 사람이 실연의 상처로 넋이 나가 있다고 해도 한 두번은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100명이 아닌 10명도 가능할 것이다. 사람들이 많은 거리 곳곳 - 인사동, 명동 뭐 이런 곳에서. 서 있어도 되고 천천히 돌아다녀도 된다.
여기에 자전거팀이 결합한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계속 한 포스트(사람이 서 있는 곳)에서 다른 포스트로 이동을 하는데, 그때마다 피켓이 바뀐다. 한 포스트에서 쓰던 피켓을 자전거에 달고 다음 포스트로 이동하고, 거기서 달고 온 피켓을 넘겨 준후, 또 다음 포스트로 이동한다. (이런 걸 그림으로 그리면 좋겠지만 회의를 가야할 시간이 벌써 됐다. 흐익.) 이러면, 한 곳에 있는 메시지도 계속 순환된다. 그 지역에 오래 있는 사람도 새로운 메시지를 볼 수 있고, 한 사람이 여러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다섯개의 피켓을 들고 있지 않아도 다섯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자전거는 자전거대로 계속 새로운 메시지를 달고 거리를 달리며, 맨 처음 얘기한 그런 효과를 내고, 포스트는 자전거팀이 가져오는 새 메시지를 갖고 주변에 퍼뜨리게 되는데 이게 (도시만 염두해 둬서 미안한데) 도시 전역에 퍼져 있는 걸 상상해 보자. 지하철 노선도가 서울 전체를 덮듯이, 포스트와 자전거의 연결선이 서울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것.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원하는 시간대, 장소, 루트를 잡아서 해도 좋고, 인접한 지역끼리 서로 연락해서 더 큰 영역을 커버할 수도 있다. 굵직한 것에서부터 지역만의 문제, 작은 실천의 문제, 여타 어떤 것이던. 그러면서도 각자의 삶에 피곤한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회의를 마치고 와서 그림을 하나 그려봐야겠다. 이런 분산된 네트워크 형태의, 거미줄처럼 온 도시를 뒤덮는 "메시지"들. 물론 이게 끔찍할 수도 있겠구나. 흠, 하지만 한번은 해보고 싶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