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도 해석보다는 변화가 중요하다

해석하는 것보다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유명한 말은 정보통신 진영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웹 2.0이 뭐다, 뭐다 여러 말이 많다.
기술적으로 새롭지 않다. 자본의 도구다. 는 식의 부정적인 해석.. 다 일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들을때마다 짜증난다. 그런 해석이 나오는 맥락이 (내 멋대로의 추측이긴 하나) 불쾌하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찬양, 맹신도 피해야 하나 기술결정론이라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웹의 이상"을 얘기하며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까닭은,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그것을 활용한 변화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진보던, 보수던(그리고 이런 구도를 벗어난 어떤 측면에서든) 기술, 특히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환호와 두려움은 같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기술개발과 적용을 주도할 힘을 가지고 있는 쪽은 대학-연구소-기업-군대로 이어지는 "권력-엘리뜨" 집단이다. 양쪽 모두 좋고 나쁜 해석을 내릴 수 있으나 그걸 변화시키고 활용할 수 있는 힘의 균형은 절대적으로 기울어 있다.
(물론 F/OSS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진영이 지금까지 보여온 성과를 평가절하해선 안되겠다. 하지만 그것도 대부분 미국-유럽등 "좀 되는"곳에서야 "좀 되는" 움직임이랄까.)

이렇기 때문에, 실제로 그것을 변화/활용할 힘과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 한국의 운동진영에서 "기술"에 대한 부정적 사고, 무지와 기술활동가에 대한 홀대는 그런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까지의 정보통신 활동이라는 것은 그것을 활용해서, 그것에 대해 사고해서, 그것이 갖는 의미를 현실(오프라인)에서도 적용하는 (예: 인터넷 모델-분산 네트워크 형태의 활동 조직, 대중 활동 등) 활동이 주가 되기 보단, 기술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저항하는 활동이 주가 되어 왔다고 생각된다. 정부가 전자주민증 제도를 시행하려 하거나, CCTV등 각종 감시 장치로 사람들을 옭죄려 할때 그것을 막아내고, 자본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노동자를 감시할때 그것에 대해 싸운다. 먼저 시작하는 것은 그쪽이고, 이쪽은 막아내는 역할에 그친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폄하하려는 건 아네요 ^^;) 이긴다면 지금을 지켜내는 것이지만, 그들은.. 반드시 더 강해져서 돌아온다. 혹은 우리 뒤를 돌아 지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기술을 "해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기술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요소들에 의해 끊임 없이 방향이 조정되며 변해간다. 물론 그 과정이 공정하진 않다. 엘리뜨-권력이 대개 더 많은 기회와 과실을 가져가버리니까. 하지만 F/OSS 가 말해주듯, 충분한 수의 대중이 원한다면, 기술변화의 방향을 조금은 비틀 수 있다. 기술 변화의 역량을 주로 그들이 가져간다해도. 많은 사람들이 많이 활용하는 쪽으로.. 본질이던 껍데기던 변한다.

왜 흔히 말하듯 "하나의 깃발 아래 힘을 모으는 것"이 정보통신 혹은 기술 일반의 활동 영역이어서는 안되는가? 한국의 운동진영이 같이 조금씩 힘을 모아 "저쪽"에 "대항하는 기술" 연구소를 만드는 것은 어떤가? 서로 지금 갖고 있는 기술과 역량만이라도 공유하고 내놓는 것은 어떤가? 각 단위는 문화, 정보통신 담당자를 반드시 두는 것이 어떨까? 바로 지금 있는 사람들을 소모시키는 - 그리고 새로운 사람의 충원을 어렵게 만드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모든 운동 그룹과 일반 대중이 함께 키워 공유하는 퍼블릭 도메인이 점점 확대되어가야 운동이 발전하고, 지구력이 생겨 마침내 따라 잡아 역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지 않겠는가.

운동진영의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 협력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어서 듣길 바라며.. 같은 얘기 반복을 마칩니다. 잠이나 자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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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8 03:16 2006/07/28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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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2006/08/14 17:50 | DEL
스스로의 생존이 고민의 대부분이었을때는, 상황에 적응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을 위해서는 내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렇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먼저 나서기 보
쥬느 2006/07/29 04:27 URL EDIT REPLY
변화의 바람....그것은 희생이 필요한것 아닌가요....
지각생 2006/07/29 10:44 URL EDIT REPLY
쥬느/ 어떤 성격의 희생을 말씀하신건지에 따라 얘기가 다르게 풀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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