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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푸쉬킨의 시집과 예이츠 시집과 김남주 시인이 번역한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를 샀다. 하이네의 거친 시를 읽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언젠가 하이네의 시집을 샀던 것 같은 기억이 났다. 알라딘에서 확인해보니 이전에 구매한 상품이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알라딘이 좋은 점)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했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도 세 번째다. 20대에 처음 샀고, 그걸 아마 어떤 후배에게 주었고, 40대 초에 다시 샀는데, 역시 어디에 두었는지 찾을 수 없어 결국 또 다시 샀다. 에버노트를 뒤적이다 몇 년 전에 쓴 이 글을 찾았다. 밤부터 하루 종일 비가 온다. 늦가을 늦은 장마처럼 비가 온다. 이런 날은 편한 사람과 삼겹살을 구워 소주라도 마시면 좋을 것 같다. 넓은 창문이 있고 창 밖은 넓은 들판에 아무 풀들이 파랗게 비에 젖어 있고 군데군데 소나무도 몇 그루 서 있고, 소나무들 사이에 제법 큰 바위도 몇 개 있는 그런 들판이면 좋겠다. 이런 곳에 삼겹살을 굽는 술집이 있을 리 없다. 이런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좋다. 혼자 삼겹살을 굽는 술집에 갈 수는 없고 만만한 박선생님에게 연락을 할까 하다 그만 두었다. 지난달 박선생님과 손님들이 바글바글한 술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소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하이네 이야기가 나왔다. 50 넘은 남자 둘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떻게 지난 시절 이야기로 흘렀다. 지금 시대는 이전에 비해 없는 게 몇 가지 있다. 그때 대충 이런 이야기를 나눈 듯하다. 나 : 선생님 그런 게 뭐 있을까? 박 : 글쎄 뭐 있을까? 나 : 삼중당 같은 문고판이 없는 것 같아요. 박 : 아 그렇지요. 나 : 옛날에는 학교 가면서 카세트 테잎으로 자주 시낭송을 들었는데, 혹시 기억나십니까?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박 : 거 뭐라 그럽니까? 노트 받침을 비닐로 코팅하는 거? 나 : 아 그게 뭔지 이름은 모르겠는데 목마와 숙녀 그림이 있는 걸 비닐로 코팅해서 가지고 다니고 했지요. 박 : 옛날에는 손바닥 만한 시집도 있어요. 주먹만큼 두껍고. 나 : 맞아요. 그거 주머니에 넣고 다나면서 읽고 했는데. 세계 시선인지, 세계 시집인지. 박 : 기억나는 시가 있습니까? 나 : 하이네 시가 기억이 납니다. "너는 마치 한 떨기 꽃과 같이 그렇게도 아름답구나" 뭐 이런 시였는데. 박 : 아 그거 나도 기억나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였는데. 나 : 요즘은 시를 좀 읽습니까? 박 : 안 읽습니다. 씁니다. 나 : 이야, 무슨 십니까? 박 : 두보의 시를 씁니다. 붓으로. "야래풍우성 화락지다소" 나 : 그 시는 두보가 아닌 듯합니다. 박 : 맞습니다. 맹호연의 십니다. 나 : 그거 한 장 쓰시면 제게 주세요. 책상 위에 붙여 두겠습니다. 박 : 알겠습니다. 그때도 비가 좀 온 것 같다. 나는 하이네를 19~20세기 시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우기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하이네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반 시인이었다. 박선생님과 술 마신 다음날 알라딘에서 하이네 시집을 샀다. 내가 알고 있는 제목을 알 수 없는 그 시는 없었다. 오래 전 쓴 시가 있는데 아마 하이네의 그 시를 생각하면서 썼는지도 모르겠다. 어젯밤 꿈에 표정도 없는 얼굴 하나가 내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 이 시는 미완이다. 더 썼을 텐데 남아 있지 않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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