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텅 빈 것처럼 멍한 날이 있다.
글 한 줄 읽지도 못하고 한 문장도 쓰지 못하고,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그런 날. 지금 무얼하면 좋을까 생각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생각조차 없는 그런 상황을 의식하면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까, 이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도 문제가 없을까, 이런 걱정이 든다. 그런데 걱정을 한다는 건 마치 데카르트가 스스로 의심하는 자신을 의식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확신했던 것처럼 나도 걱정을 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기든 블로그 글이든 논문이든 뭘 쓰지 않기 시작하면 쓰는 법을 쉽게 잊기 마련이다. 생각을 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아이디어를 굴려 부풀리고 다듬지 않으면 연기처럼 흩어져 버린다. 생각을 하고 머리를 굴리며 지나간 일상의 흐름을 더듬어 퍼즐을 맞추듯 시간의 마디를 찾아 흘러간 시간을 연결해야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아마 생각도 없이 하루를 보내면 자신을 하루의 그림 속에서 발견하기도 끼워 맞추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이렇게 머리가 텅 빈 것 같은 날은 내가 하루의 그림에서 내가 지워진 날. 내가 나를 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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