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낯을 가린다.
초면에 낯을 트거나, 아니면 죽 가리거나...
설이라고 시골집에 내려간다.
누군가 묻는다. "집에 뭘 가져가니?"
난 대답했다.
"다 비운 김치통, 여름에 덮은 모시이불, 처분할 이불솜, 엄마한테 길이 줄여달라고 할 바지 등등"
대답하다 보니 문득 우울해진다.
나를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난 아무런 이유없이 느닷없이 상태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마냥 누워있다가 문득 벌떡 일어나 청소를 하기도 하고,
뭔가에 몰두하다가도 갑자기 넋이 나가 어수선한 틈에 퍼져버리기도 한다.
또 희희낙낙하다가도 문득 우울해져서 입을 다물기도 하고,,,
모두들 조용하면, 괜한 책임감에 혼자 계속 떠들기도 한다.
큰 일은 피해버리고, 소소한 일에 집착한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무쟈게 우울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곳엔 가기 싫다.
사람이 많다는 기준은 5명 정도?
아~ 우울하다...
시골집에 내려가면, 나까지 우리 가족은 다섯.
게다가 올해는 언니의 남자친구까지 여섯. 기준을 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