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한박자 정리할 때가 왔나보다.
핸드폰 기계가 이상했다.
전화 한통만 하면 밧데리가 나간다거나,
충전기에 꽂아놓으면 몇 분만에 노란 불이 들어온다거나...
그리하여, 어디선가 남는 기계를 구했다.
기계를 바꾸러 갔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내 전화기에는 850명 가량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는데,
새 전화기는 500명밖에 입력이 안된다는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정리작업에 돌입했다.
강씨부터 하나씩 살펴나갔다.
- 그냥 남기기.
- 바로 삭제하기.
- 지울까 말까 고민... 그러다 남기기. 그러나 다시 돌아와 지우기.
전화번호를 절반 가까이 없애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남긴 번호의 기준은?
- 내가 자주 연락하는 사람
- 아주 가끔 나에게 전화하는 사람이지만, 혹시나 내가 받으면서 누구인지 몰라서는 안될 사람
- 내가 전화할 일은 없지만, 전화번호는 필요한 사람(다른 사람이 자주 물어보는 번호?)
- 번호를 입력해뒀다가, 그 번호가 뜨면 절대 받지 말아야 할 사람
- 통화는 거의 안하지만, 그냥 지우기 아쉬운 사람
지운 번호의 기준은?
- 내가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는 사람
- 위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
5백개 입력이 가능한 전화기에 딱 5백명을 입력해두고 있자니,
마음에 여유가 없다. 추가 입력이 안된다는...
내 인간관계가 꽉 차버린 느낌...
1백명 가량 더 지우고, 여유 공간을 남겨둬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