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10시쯤 집에 도착했다.
사실, 오늘 전화를 여러 통 했어야 하는데,,,
난 전화걸거나 받는 게 썩 편하지 않다.
내가 거침없이 손가락을 눌러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도 손가락으로 꼽을 것이다.
대개는 두세번 망설이다가 정말 해야할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거나,
아니면 문자로 대신하거나,
아니면 그냥 우물대다가 포기하거나...
전화통화 할 이유를 하나하나 묵였다가 여러개 쌓이면 한 통으로 해결하거나~
(이럴 땐, 꼭 전화 끊고나서 빠트린 용건이 하나씩 생각나기 마련이다...쩝)
그런데, 오늘 "전화 몇통만 하면 될 일을~" 이라는 말을 들은 뒤로부터
그냥 웬지 가슴이 답답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마구 화도 났다.
전화 거는 게 무에 대단한 일이라고,,, 전화 거는 일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나한테 화가 나기도 하고.
그리고 또,,, 나한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쉽게 이야기하는 것도 화나고.
사실 난 느닷없이 울리는(특히 혼자 있을 때) 전화벨 소리도 무섭다.
어쩔 땐 꼭 받아야 하는 전화인데도 받지 않았다가 잠시후 마음을 진정시킨 뒤 전화를 내가 걸기도 한다.
아무튼, '전화를 걸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걸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완전 쫄고 풀 죽어서 총총히 일찍 퇴근했다.
(아마 상상을 못할 것이다. 흐린날이 전화걸기에 이런 공포를 느낀다는 사실을...
전화걸기에 대한 공포를 고백하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일찍 퇴근해서 여러가지 일을 했다.
- 약국에 가서 진통제 사기. 사실 치과에 가야할 일인데~
- 비디오가게 가서 DVD '몬스터' 빌리기
- 과일가게 가서 포도 3송이 사기.
- 집에 들어와서는 진통제 먹고 세탁기를 돌린 뒤 포도를 씼어서~ 포도 먹으며 '몬스터' 보기
* 영화보고 있는데 울린 전화기. 받을까말까 망설이다 결국 받았다.
그래도, 난 '전화걸기'가 무섭다...
그런데, 술 (많이) 마시면 '전화걸기'에 대한 무서움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