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8월31일에 끝난다.
여름은 서서히 가는 게 아니라, 8월31일 밤에 끝난다.
가을은 서서히 오는 게 아니라, 9월1일 새벽에 온다.
내 여름은 8월31일까지다.
올 여름은 유난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똑! 끝났다.
그렇다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지도 않았다.
시간은 쏜살같이 스쳐가는데도, 웬지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튼 여름은 끝났다.
구지 계절로 따진다면, 난 이렇게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는... 지금이 제일 싫다.
8월이 끝나고 9월이 오는... 지금이 제일 싫다.
이제부터 시간은 폭풍처럼 흘러갈 것이다. 그래서 12월31일이 될 것이다.
여름에 시간이 우뚝 멈춰서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다고 여름에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날이 가고 달이 바뀌고 계절이 흐르며...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어지는 게... 당황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