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보림)
이덕무가 살던 조선은 왜란과 호란 이후 무너진 국가 체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를 하는 양반들은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오히려 붕당 정치란 이름으로 자기 정파의 이해 관계만을 생각하며 기득권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양반일 수도 평민일 수도 없는 ‘서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태어난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이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책으로 소통하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 할 정도로.
그러나 그들은 결코 책 속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불편한 시대에 대해 펀치를 날리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 실학은 사람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해 ‘실제의 삶’ 속에서 옳은 것을 찾고자 한 것이다.
그들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찾은 것 아니냐고 비판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시대를 읽어내는 지혜가 있었고, 옳은 것을 찾기 위해 다른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마음이 있었다.
아무리 학식이 많다 해도 세상을 보는 지혜가 없는 아둔한 사람이라면, 실천하는 자세가 없는 겁쟁이라면 그야 말로 ‘책만 보는 바보’가 아닌가.
#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서구, 유득공, 백동수.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찌나 성격을 잘 묘사했는지.. ㅋㅋ
# 모든 것을 버려둔 이덕무와 친구들의 허물없는 사귐이 어찌나 부럽던지.. 난 이런 친구들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