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제국의 기상, 삼족오여 영원하라?
작년 11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서는 주작의 이미지가 깃발, 만장, 현수막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민중적 내용을 민족적 형식에 담는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그렇게 만들었다지요. 소위 '주몽의 삼족오+붉은 악마' 컨셉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드디어 삼족오를 당당하게 자신들의 이미지로 써먹는 이들이 금속노조 선거에 출현했습니다. 고구려 국조로 알려진, 실제로는 드라마 주몽과 연개소문이 유행시킨 삼족오를 포스터 바탕그림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웅장한 기상이 펄펄 살아 넘쳤던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그려진 붉은 태양과 그 속의 삼족오는 대우주(천지)의 광명정신과 천리대로 나라를 다스리고 태양처럼 밝고 순수한 생명정신으로 살고자 했던 하늘백성인 우리 선조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기사와 동영상은 어떻습니까? 일부만 발췌합니다.
삼족오 소년소녀대 출범식 - 헉! 이건 아니자나~!
2006년 11월 19일 구리한강시민공원에서는 2006 고구려 삼족오 대축제가 열렸다.
고구려 역사 기념관 건립 추진 발기인 대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삼족오가 미래강국 COREA를 건설한다!" 라는 취지의 삼족오 소년소녀대 (Corea Scout) 발대식을 가졌다.
약 5백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시작된 발대식에서 무대앞으로 등장한 삼족오 소년소녀대의 복장은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흡사 옛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독일 병사(히틀러 소년단)의 복장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주최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삼족오 소년 소녀대는 옛 고구려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었던 "조의선인" 제도를 계승하는 의미를 띠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날 행사장에 나타난 남녀 중학생 50여명이 착용하고 있는 복장은 주최측이 말하는 고구려 계승과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행사장을 찾았던 한 관람객은 행사의 취지 및 삼족오 소년소녀대의 발대 취지에 너무나 훌륭한 생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치 독일군을 연상케 하는 복장과 완장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차라리 고구려 복장을 현대화 하여 우리것을 지키는 모습을 갖추었다면 더욱 행사의 취지가 빛났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백의민족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드디어 삼족오 민족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광활한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제국의 기상!! 어떤가요? 가슴이 뭉클하지 않습니까?
저는 무섭습니다. ㅡ.ㅡ;;
적어도 진보를 표방하는 이라면 삼족오가 가지는 의미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 극우적 광기에 호소하여 표를 얻어보려는 발상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누구 말마따나 반제투쟁보다 반파시즘투쟁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에밀리오 2007/02/06 19:57
완전 동감해요 에구 ㅠ.ㅠ
샤 2007/02/06 21:06
반전주의자나 평화주의자들이 반어법으로 밀리터리룩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런 의상도 반어법으로 써먹을 수 있을까요?(물론 저들은 그런 게 아니겠지만-)
박양 2007/02/07 10:33
고등학교때 독어선생님이 독일인이였는데, 그 분이 자기는 한국에 와서 불교를 상징하는 문양卍을 자주 보게 되는데 卍자만 봐도 괜히 불안해진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네오나치주의자들이 공공장소에 모여들면 전쟁을 겪은 세대들이 가서 반대피켓을 들고 야유를 보낸다는 얘기도 해줬어요.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어째... 그것도 민주노조안에서 움직이는 인간들이.. 아침부터 토쏠려
새벽길 2007/02/08 02:21
제가 속한 지역위원회에도 이 글을 올렸더니 덧글이 달렸습니다.
http://gwanak.kdlp.org/bbs/view.php?id=board&page=1&page_num=15&select_arrange=headnum&desc=&sn=off&ss=on&sc=on&keyword=&no=2220&category=
그리고 제가 덧붙여 몇 마디 했지요.
삼족오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위에서 다른 분들이 말씀을 해주셨구요, 금속노조 선거에 나선 정갑득 선본에 대해서도 말하지요. 정갑득 선본이 삼족오를 쓴 것도 그렇지만, 자신이 현대자동차 출신임을 강조하는 것에도 저는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사실 현대차의 산별전환은 불가능하다고 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산별노조운동은 불가능하니까 정치판에 기웃거렸던 인물입니다. 울산북구의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러던 그가 현대차 4만 3천명의 표심을 좌우하려는 선거전술을 채택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해관계를 생각한다. 아무리 명분 있는 투쟁이라도 실속 없는 투쟁도 한 두번이다. 이제 더이상 현자노조가 마냥 전국투쟁 들러리 역할을 해서는 조합원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는 조합이기주의가 아니다. 투쟁의 핵심전위부대인 현자노조 조합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조직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핵심을 바로 세우는 사업이다. 현자노조를 굳건히 할 때 외형의 내실 있는 발전이 가능하다.
금속노조가 강해지려면 앞으로 절대적으로 현자노조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 시작하는 금속노조! 현자노조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합원과 함께 강력한 산별을 조직화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현대자동차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금속노조위원장이 되어야 한다. 전국투쟁의 중심인 현자노조에 금속노조위원장 후보로써 정갑득후보가 출마했다. 현자노조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 전국적인 투쟁을 조직화할 수 있는 현자노조 사람이 금속노조 위원장이 되어야만 한다. ('현자노조 후보가 위원장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 중에서)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현자노조에서 후보를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자신이 당선되기를 피력하는 것에서는 정갑득 후보가 산별노조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고 절대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가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되는 것을 우려합니다. 삼족오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지요.
새벽길 2007/02/08 11:09
덧붙여 전진에서 금속노조 위원장 후보로 박유기 현자노조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고 할 때, 이해는 되면서도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금속연맹이 산별전환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지만, 금속노조가 제대로 서게 하려면 나서서는 안되었지요. 금속노조를 장악하는 게 분명히 향후 사업을 풀어나가는 데 중요하지만, 박유기 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우려 했던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못나오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