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선 토마토당 약진
22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기민당(CDA)이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과 연정을 구성하기 어렵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기민당은 이전의 44석에서 41석으로 줄어들었는데도 승리한 것에만 주의를 기울입니다. 물론 얼마 전까지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으니 그럴만 합니다.
네덜란드 총선 집권 기민당 승리(종합) (연합뉴스, 2006/11/23 09:19 송고)
94% 개표..기민 41석, 노동 32석, 과반 미달..연정협상 난항 예고
네덜란드, 獨식 대연정 탄생하나 (뉴시스, 2006-11-23 11:30)
네덜란드 총선 ‘해리포터 총리’가 이겼다 (경향신문, 2006년 11월 23일 18:28:12)
하지만 네덜란드 총선에서 제가 주목하는 것은 네덜란드 사회당(SP)의 약진입니다. 한국의 언론에서는 사회당을 극좌 (군소)정당으로 분류하더군요. 도대체 뭘 봐서 그렇게 되는 것인지... 사회당은 9석에서 26석으로 대폭 의석을 늘려 28석에서 22석으로 줄어든 기민당(CDA)의 이전 연정 파트너 자유당(VVD)을 제치고 원내 3당이 되었습니다. 사회당은 정부의 복지 축소 정책을 공격하는 선거 전략을 통해 집권당의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물론 노동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사회당 웹사이트에 보면 출구조사가 발표될 때의 흥분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여기서는 특이하게 적은 의석을 획득한 당부터 발표하더군요. 최종결과와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거의 맞았습니다.
Exit polls show enormous gains for SP
At ten minutes to nine national broadcaster RTL publishes its exit polls. Gathered for the SP's election night celebration at the Melkweg in Amsterdam, the public holds its breath. RTL begin with the very small parties: EénNL (One Netherlands) wins one seat; the Party for Animals wins two, which draws applause from the crowd. The right-wing Christians of the SGP win two seats, as do the centrists of D66, which not long ago dwarfed the SP with a double-figure tally. The Green Left, for a long time the SP's rather bigger rival for the left vote, could manage only six, while the Christian Union – a much more progressive religious party than the SGP - grows to seven. More applause. Geert Wilders, a right-wing maverick MP who heads his own list, wins eight seats, which is greeted by groans. Then we move on to the big parties. The decline of the most right-wing of them, the 'Thatcherite' VVD, from twenty-eight seats to twenty is greeted with jubilation. And then – the SP has shot up from nine to thirty seats! The Melkweg goes crazy! The predictions for the PvdA (Labour Party), a decline from forty-two to thirty-four, and the CDA (Christian Democrats) down from forty-four to thirty-nine, are lost in the wave of joyful noise.
사회당의 승리에 대한 나름의 해설이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올라와 있더군요. 암스님이 쓴 것인데, 지금까지 한글로 나온 것 중 제일 읽을만 합니다.
네덜란드 총선 '신자유주의 반대' 내건 사회당 약진 (2006-11-23 11:00:44)
유럽소식을 하나 전할까 합니다.
22일 네덜란드 총선에서 '신자유주의 반대'를 내세우고 10%에 이르는 빈곤문제를 화두로 선거에 나선 사회당이 총 150석 중 26석을 얻어 제 3당으로 등장했습니다.
사회당은 의회에서 9석을 가진 소수정당이었으나, 우파정권 집권 중 심각해진 빈곤문제와 사회보장제도의 후퇴문제, 공공서비스 민영화의 문제 등 서민들 피부에 와 닿는 문제를 집중제기하면 종전보다 의석을 3배 가량 늘리는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사회당은 또한 주요 정당 중 유일하게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네덜란드 병력의 철수를 주장하고 있고, 반전 입장을 분명히 유지하고 있는 선명한 좌파 정당입니다.
지역구 없이 100% 정당명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서는 제 1당이 연정을 주도하게 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종전 제 1당인 기독민주당이 41석을 얻어 제 1당을 지켰습니다. 이는 지난 선거보다 3석을 잃은 것입니다.
우파가 제 1당이 되었지만, 우파는 종전처럼 우파정권을 구성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우파 정당의 분립으로 우파만으로는 과반수 확보가 불가능하고, 이번 선거에서 제 1당 자리를 놓고 싸웠지만 32석을 얻는데 그쳐 싱겁게 패배한 중도좌파 노동당과 함께 하더라도 과반수가 안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제 3당으로 등극한 사회당까지 끌어들여 연정을 구성할 경우 좌파 성향이 너무 커지고, 그렇다고 사회당 대신 28석에서 22석으로 추락한 자유당(기업가들의 정당)과 연정을 하는 것도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유당은 지난 20여년간 연정의 파트너로 좌우 막론하고 정부의 경제를 주물러온 사실상의 경제대통령 노릇을 해왔던 당인데 이번 선거 결과 오래간만에 야당 노릇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정부구성은 극적인 묘수가 나오지 않는 한 쉽지 않고,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안개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눈여겨 볼 점은 유럽에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9.11 이후 반 이슬람, 반 외국인 정서가 퍼지면서 우파의 힘이 여전히 강하긴 하지만, 빈곤문제나 사회보장제도 같은 좌파의 정통적인 주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좌파에게도 전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좌파의 대표주자를 자처해온 노동당이나 녹색당 계열의 녹색좌파당은 좌파의 낡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우파의 정책을 일부수용하고 기존의 좌우 대결구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면서 전통적인 지지세력까지 잃는 악수를 두었습니다.
이에 반해 사회당은 94년 처음 고작 2석으로 의회에 입성한 이래 '신자유주의 반대' '무한질주의 세계화 반대' '자본주도의 유럽통합 반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전쟁 반대' '빈곤문제 해결' '공공서비스 회복' 등의 선명한 좌파 이슈를 줄기차게 제기하면서 2석에서 4석, 4석에서 8석, 마침대 26석을 얻는 약진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사회당은 언론이나 정치평론가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다는 겁니다. 이들은 사회당 하면 과거의 모택동주의당, 공산주의자들, 세상이 변했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시대착오적인 좌파 등등의 말로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서민들 속에서는 가장 속시원하게 현실을 비판하는 당, 비비 꼬지 않고 분명한 당, 믿음직스러운 당으로 인정받습니다. 서민 마음은 세련된 세치 혀보다는 우직한 실천에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마치죠.
한때 좌우연정, 사회대타협의 모델국가로 주목받았던 네덜란드는 다시 전통적인 좌우 대립의 시대로 가고 있고, 좌파의 대표주자 역시 흐리멍텅한 노동당보다는 선명한 사회당으로 교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사회당이 지금까지 걸어온 대로 1년 12달 서민들 속에 다가선 정치, 거리의 정치를 유지하면서 좌파 정치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선거개표결과에 환호하는 사회당 지지자들
재미있는 것은 이 사회당의 이미지가 토마토로 집약된다는 것입니다. 겉도 붉고, 속도 붉은 토마토 말이죠. 로고에 토마토가 나오니 이를 이용한 선전, 홍보도 되는군요. 가운데 별 모양의 꼭지를 넣어 하트 모양의 토마토로 만들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것처럼 하나의 작품이 되지요. 누가 설명해주지 않는 한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민주노동당의 로고와 비교가 되더군요. 이런 것을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나.
하지만 사회당은 창당시기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꽤 질긴 당입니다. 소수 좌익분파들이 다 몰락하는 와중에도 '모진 시련 다 이기고' 살아남아 원내 제 3당으로 떠오른 것이죠.
사회당 당수인 Jan Marijnissen의 블로그에 있는 영상도 유쾌합니다. 'NU SP'라는 말을 머리에 확실하게 박히게 하지요.
woensdag 22 november 2006, 0.06 uur
Socialistische Partij
The Socialistische Partij (Socialist Party) is not to be confused with the "official" Labour Party in the Netherlands, that is the "Partij van de Arbeid". It started as a small radical left group in the 1970s, as one of many small political groups. Most of them have dwindled away, but the SP survived, as it was led by someone who knew where to get cash and how to cope with funds. Their stronghold is the small town of Oss in Noord-Brabant, but at present the SP is very popular all over the country by its no-nonsense left stand in national politics, and by the charisma of its leader, Jan Marijnissen.
There is a big image of the flag at the party's website.
Jarig Bakker, 24 Apr 2003
What is the significance of the logo, which appears to be a thrown tomato in flight. It doesn't suggest a constructive program, to me :-)
Al Kirsch, 24 Apr 2003
Right! On a long (Dutch) history page it is explained, that in 1993 the daring slogan "Stem tegen, stem SP!" (vote against, vote SP) was conceived, which was symbolized by a thrown red tomato. In 2002 the slogan was changed into "Stem voor, Stem SP!" (vote for, vote SP), but the symbol remained the red tomato.
Jarig Bakker, 24 Apr 2003
행인 2006/11/24 04:18
"서민들 속에서는 가장 속시원하게 현실을 비판하는 당, 비비 꼬지 않고 분명한 당, 믿음직스러운 당" -> 이게 민주노동당 이야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ㅠㅠ
새벽길 2006/11/24 23:06
민주노동당을 그렇게 되게 만들든지, 아니면 그런 당을 따로 만들든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행인 2006/11/25 05:44
일단 전자 쪽에 승부를 걸어보구요, 안 되면 후자쪽도 생각해보죠.
새벽길 2006/11/25 21:51
저도 우선은 전자입니다. 노력해야지요.
새벽길 2006/11/29 03:31
프레시안에 실린 관련 기사. 잘 정리했다.
네덜란드 총선, '해리 포터의 승리'는 틀렸다
[기고] 좌파 사회당 약진에 주목할 때
프레시안, 최현주/네덜란드 통신원, 2006-11-28 오전 9:19:58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61127120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