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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혁신'보다 '전진의 혁신'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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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9월말에는<전진> 창간2호가 발간되었다. 여기에서는 특집으로 '정치조직의 역할과 활동'이라는 주제 아래 3개의 글이 쓰여졌다.

 

다른 의견그룹들을 비판하기 전에 그 비판의 칼날을 전진 내부로 돌린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이는 창간호가 약간 밋밋했다는 평가로 인해 이번 호에 본격적으로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도 다뤄보자는 기관지위원들의 공감에 의해 이루어졌다. 물론 이런 기획이 필요하다고 '노래'를 불렀던 나의 바람이 많이 작용하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나도 이에 관한 글을 하나 써야했다. 하지만 평소에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으나, 막상 쓰려고 보니 제대로 정리가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글이 횡설수설에다 생각한 것보다 지나치게 늘어졌다. 좀더 간결했으면 좋으련만...

 

기관지를 받아본 동지들이 갈수록 기관지가 나아지고 있다고 얘기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렇게 내부비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것 같고...

  

우선 내가 썼던 글을 올린다. 글 중에 나오는 말이 기관지 표제로 들어갔다.

'<전진>은 전진하고 있는가' 



'당의 혁신'보다 '전진의 혁신'이 우선이다
   
 1. <전진>은 전진하고 있는가.
      
처음에는 <전진>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전진>의 내부 문제들을 기관지에 공개해도 되는지에 대해 판단이 서지 않았다. 또한 내가 <전진>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어느 정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길래 이런 글을 쓰는지 의아해하는 동지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전진> 회원임을 공개하면서 온라인상에서, 그리고 지역위 내에서 활동했었고, 정파명부제를 주장했었기에 당 중앙위원으로 출마하면서도 내 자신이 <전진> 회원임을 명시했었다. 하지만 주위의 평가는 "당신, 전진회원 맞냐"는 것이었다. <전진> 내에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나보다 <전진> 회원이 아닌 당원들이 더 먼저 소식을 알거나, 내가 어떤 사안에 대해 표명하는 의견이 <전진>이 표방하고 있는 기본적인 입장과 다른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기에, 그런 말이 나올 만했다. 왜 그러한지 고민을 했었지만, 이를 다른 동지들과 공유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한 <전진> 회원이 아닐 때에는 대외적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동지들이 <전진> 회원이 된 다음부터는 몸을 사리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자신의 발언과 활동이 <전진>의 활동방향에 맞는 것인지를 확신하지 못하여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다. 더이상 나의 문제의식을 동지들과 공유하지 않고서는 스스로 <전진>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진> 자체도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진'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재생산도 좋고, 회원확대도 좋지만, 현 상태를 유지라도 할 수 있으려면 스스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과연 <전진>은 전진하고 있는지. 창립 당시, 그리고 1주년 당시와 비교하여 <전진>이 품었던 문제의식은 당과 노조운동 내에 얼마나 확산되었는가. 창립 당시보다 회원 수는 얼마나 늘어났는가. 우리들은 얼마나 교육되고 단련되고 있는가. <전진>은 과연 '(준)' 자를 뗄 정도의 실력을 꾸준히 기르고 있는가. 우리들은 과연 활동가인가.
    
<전진>의 전반적인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서인지 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내리기 어렵다. 아마 대부분의 동지들이 이와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정치조직에 대한 판단근거를 찾지 못하고, 제대로 판단내리지 못하는 것, 이것이 <전진>의 문제이다.
    
2. 정보공개는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우리들이 노조에서, 지역위원회에서 엄청나게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진>은 이런 말을 밖으로 할 수 있을 만큼 떳떳한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바로 정보의 공개임에도 불구하고, <전진>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회원들조차 모를 때가 많다. 그러니 외부에서 <전진>을 제대로 알 리 만무하다. 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위로부터 당면 투쟁에 대한 지침이나 현 상황에 대한 전달만 있었을 뿐 이것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결정되었는지,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공유된 적은 별로 없었다. 이에 반해 위로 올라가는 것은 없었고, 있더라도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었다. “주요한 의사결정의 논의도 공개된 논의나 이해과정이 생략된 채 상임위원들이나 핵심 활동을 하는 몇몇 활동가들의 이빨이 맞춰지면 그게 전진의 방침인 것처럼 공개의 장으로 흘러나왔다"라는 어느 동지의 불만은 그리 낯설지가 않다.
      
회원이라면 누구나 <전진>이 가진 문제들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자신이 <전진>이라는 조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전교조 부산지부와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부산지부에 대한 비상식적인 압수수색이 새벽에 있었다. 전국회의의 경우 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가 후원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에서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만큼 참여정부시대에도 보안의식은 아무리 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래서 <전진>도 나름대로 치밀한 보안을 유지하고자 한다. 문제는 이 보안이 불필요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사무실도 공개되어 있고, 몇몇 회의의 개최일시도 다 공개되어 있긴 하지만, 그 뿐이다. 지난 당직선거 시기 주요한 정보는 각 지부의 지부장급에서만 유통이 되었고, 그 아래 회원들까지는 내려오지 않았다. 물론 그럴 여유가 없었음을 이해하지만, 바로 그런 것이 선거에 매몰되어 있었음을 반증하는 사례이다. 회원들의 신상을 포함하여 그 밖의 것들은 대부분 성원들에게 공유되지 않는다. 홈페이지에서도 자료가 어디에 있으니 찾아봐라는 식이 아니라, 논의를 위한 기본적인 내용들이, 논쟁의 지점들이 확인되어야 한다.
      
민주노총과 당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회원들이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이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조직을 통해 직접 알지 못한다. 당원들이 의원단과 최고위원회의 활동이나 당내 주요 소식을 연합뉴스나 레디앙, 민중의 소리를 통해 먼저 파악하게 되거나 뒷풀이의 뒷담화를 통해 알게 되는 민주노동당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물론 첩보 수준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회원들에게도 보안으로 하는데도, 일반 당원들이나 대다수 회원들만 모를 뿐 외부 의견그룹의 다른 활동가들이 아는 경우가 많다. 올해 당직선거에서 <전진> 내의 당직후보 추천과정에서 <전진>이 아닌 다른 의견그룹의 인물을 같은 회원으로 알고 추천한 동지들이 상당수 있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때도 되지 않았나. 가히 회원들에게는 닫혀 있고, 밖으로 열린 조직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회원들은 자신이 단지 동원대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게 된다. 특히 당내민주주의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목소리를 높여온 당 활동가들의 경우 당과 비슷하게 돌아가는 <전진>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좌절감이 심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 성원들의 소극성도 이에 한몫을 한다 - 내부에서마저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다보니 성원들 사이의 토론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지도부 또한 이를 조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언행이 혹시나 조직의 기본 노선이나 정책과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움츠리게 되고, 결국 발언하는 사람은 거리낄 것이 없는 몇몇 성원들과 상임위원들뿐이다. 이러니 어떻게 책임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단지 신중함의 표현이라고 하기엔 지나치다. 감춘다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3. 의사소통은 잘 되고 있는가
       
당과 노조에서 자신이 <전진> 회원임을 내걸고 활동하는 동지들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동지들은 자신이 <전진>회원임을 밝히면 오히려 연대단위의 활동가들에게 오해를 살 우려가 있고, 평당원들에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소속을 밝히기 꺼려한다. <전진> 회원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각자 자신의 활동에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회원확장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럴 바엔 왜 회원이 되었는지 회의가 들 정도이다.
  
과연 회원들 사이에 소통은 되고 있는가. <전진> 특유의 정족수 개념이 없는 회의 때문인지 지부, 지회의 모임에는 회원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 중앙위원회마저 참여율이 낮은데, 지부, 지회는 어쩌랴 싶다. 1/3 정도만이라도 참여하면 대단한 수준이다. 참여하더라도 회의를 통해 얻을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회의에서 회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이 토론꺼리로 올라오는 경우는 많지 않고, 조직 내외의 실속 있는 논의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여전히 민감한 사항은 뒷풀이 자리에서의 뒷담화나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사적으로 해결하곤 한다. 중앙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그 통로를 잘 찾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풀 수 밖에 없게 되고, 그냥 ‘잘되겠지’하면서 속으로 묻어두거나 개인 차원에서 풀리지 않으면 탈퇴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제기는 사라져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각자의 현장에서의 토론만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의 토론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장토론의 보완수단으로 홈페이지나 기관지가 소통수단의 하나로서 적극적으로 이용되어야 한다. 이는 사업집행의 효율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회원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관지는 발간된 지 얼마되지 않았고, <전진>의 성원들이 온라인에 능하지 않은 탓인지 홈페이지의 회원 접속률이 그리 높지 않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외부적으로는 <전진>이 활동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을 품게 만들고, 내부적으로는 몇몇 글쓰는 이들만의 투덜거림이 있을 뿐이다. 대외적으로 <전진>의 성원으로 알려진 '장'급 회원들은 대부분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으며, 자신의 활동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바쁘기 때문에 접속할 시간이 없다면서 이를 당연시한다.
      
<전진> 회원 중에 바쁘지 않은 이가 있는가. 생계문제 해결이 우선인 경우도 있고, 집안 문제로 어려운 경우도 있으며, 각자 자신의 대중조직에서 나름의 활동을 한다. 모두다 어려운 시간을 쪼개서 <전진> 활동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선 안된다.
  
400 여명이 조금 넘는 <전진>의 회원들은 소통은 둘째치고라도 우리들끼리 얼마나 알고 지내는가. 이는 단지 지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인가. 노조활동가인 <전진>회원과 당활동가인 <전진> 회원이 연대사업을 하면서 서로 <전진>의 회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조직이었다는 우스개소리까지 있을 정도이다.
   
적어도 자신의 이름으로 <전진>의 주요활동을 하는 동지들의 경우, 이를테면 <전진>의 중앙위원급들까지는 누구인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현재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회원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지도부를 형성하는 상임위원 동지들이 이전에 무슨 활동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한 조직 내에서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무슨 사업을 하려고 해도 중앙에 있는 몇몇 사람의 고민에 불과하게 되고, 그렇지 않아도 바쁜 이들에게만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쓸데없는 고민은 아니다. 문제는 사람의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있는 자원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 있는 것은 아닐까. 조직 내에 어떤 이들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적절한 인력배치도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는 누가 회원으로 가입하려고 하는지를 회원들이 알았으면 한다. 적어도 앞으로 가입하는 회원들이 기존회원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계기를 통해 가입하게 되었는지, <전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지부 총회에서든지 홈페이지를 통해서든지 마련하도록 하자. 이것은 사상적,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전진>이 연줄 등으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전진>의 기본노선과 정책방향을 공유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도 시급하다.
   
의견수렴 및 의사소통의 유력한 수단으로 온라인과 기관지를 적극 이용해야 할 때이다. 무슨 선거가 있을 때에는 홈페이지도 만들고, 블로그도 제작하고, 메신저와 이메일 공개 등 여러가지 소통수단을 마련하려고 애쓰면서 왜 회원 간에는 그러한 것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는가. 제한되고 일방적인 문자메시지 소통 대신 기관지와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하자. 물론 이러한 것조차 힘든 상황에 있는 회원들의 경우에는 그 전달벨트로서 상임위원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4. 전진의 분권화를 미루지 말자
   
< 전진>도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운동풍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에서 언급했던 정보공개 및 의사소통의 문제 뿐만 아니라 <전진>의 활동과 실천이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바로 그 파생물의 하나이다. 노동위원회, 기관지위원회, 당위원회 등의 각종 위원회조직 뿐만 아니라 여성사업팀, 대안사회팀 등의 내부조직이 대부분 수도권 회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논의 또한 수도권 중심으로 진행된다. 제2기 지도부를 구성할 당시 상임위원으로 추천된 모 동지의 경우에도 사업장이 지방이라는 것을 이유로 고사했던 것으로 안다.
   
물론 당은 물론 관련된 활동의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시에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을 완화하기 위해 웬만한 회의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하려고 노력하는 점 또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현실을 핑계대면서 이런 식으로 운영되어야 하나. 현재와 같은 집행 및 실천구조로는 지방 회원들의 참여를 제고하기 어렵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회원들이 단지 동원만 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지방의 동지들은 <전진>의 활동에 적극적이고 싶어도 소외되는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조직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전진>의 회원들은 집행의 책임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분담해야 하고, 각종 활동의 기획단계에 접근할 수 있으며, 교육과 훈련을 공유하여 모두가 단련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총회나 정치대회를 중부권에서 하는 것으로 무마되어선 안된다.
  
5. 조직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
  
전진 내부에서는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은 항상 무난하게 굴러간다는 느낌을 준다. 나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풍토, 그것이 <전진>의 문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조직 내부에서의 공개적인 상호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전분열’이라고 보아 이를 되도록 억압하고자 한다.
       
실제 노동과 관련된 사안을 제외하고, 아니 거의 모든 사안에 있어서 각 회원들은 명확하게 <전진>의 입장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가. 정치조직의 성원이라면 당내외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전진> 명의로 성명서를 내지 않을지라도 이를 정리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전진>은 입장부재의 정치조직이 되어선 안된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임원 및 대의원 직선제 논의나, 민주노동당의 부문할당제 논의의 경우 얼마나 의견개진이 이루어졌던가. 특히 후자의 경우 <전진>은 2005년 정치대회 때 소수자운동을 배치할 정도로 나름대로 신경을 썼으면서도 소수자운동진영으로부터는 자민통진영만큼 개념없는 조직으로 찍혀있다. 아마 아무리 조직이 확대된다손 치더라도 소수자운동진영의 <전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거쳐지려면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다. 이것은 전진 성원중에 소수자인지적 감수성을 가진 몇 명이 힘쓴다고 될 일이 아니며, 조직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직선제 문제에 있어서도 <전진> 내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였으면서 민주노총 위원장 보궐선거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직선제 입장으로 선거에 임하였다. 이는 선거상황에 매몰된 또다른 진영논리가 아닌가. <전진> 회원들이 당시 쟁점으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고 자신의 입장을 확인하는 기회로 만들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조희만 의장은 “전진에 신진세력이 없는 것, 나이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한 바 있다.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상상력의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구태의연한 것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지난 총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던 것처럼, 알게 모르게 나이와 경력을 의식하게 되는 풍토는 동지에 대한 예의일 수는 있지만 조직을 보수화시키는 주범이다. 자신이 신진세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동지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나아가 <전진>의 풍토 자체가 창의력이 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동지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회원확대를 하려고 해도, 연줄과 인맥에 따른 것일 뿐, <전진>이 표방하는 내용이나 실천에 공감하여 가입한 동지들이 최근에는 뜸하다는 사실을 쉽게 넘겨서는 안된다. <전진>이 주위의 동지들에게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게 보이는 현실에 대해 더 천작할 필요가 있다. 대중의 감수성을 따라 잡으면서도 한발 앞서서 진보적인 의제, 발칙한 상상력을 제시하여 우리의 비전을 풍부하게 정립해야 한다.
   
<전진> 소속으로 당과 노조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과연 제대로 통제되고 있는지 여부 또한 빼먹어서는 안될 문제이다. 의원단에 대한 당의 통제를 주장했던 <전진>의 입장에서 보면, 당과 노조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회원들에 대해서도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들이 하는 결정이나 실천이 과연 <전진>이 표방하는 방향성과 일치하는지를 상시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이 통제하지 못하는 회원은 조직에 해악적이다.
  
2005년 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상당수의 <전진> 성원이 비대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민주노총의 경우 대중조직이라고 하지만,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동지들이 <전진>의 하려고 하는 내용들을 얼마나 관철시키려고 노력했는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활동했는지 평가되지 않았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비대위의 경우에도 <전진> 성원들의 주도로 행해졌던 다양한 활동들에 대한 평가는 찬반양론이 엇갈렸고, 이에 대해 조직적인 뒷받침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어떤 측면에서는 <전진>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마저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두고 <전진> 소속 임원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결국은 이를 추인해주는 꼴이 되어 버렸다. 공무원노조의 문제는 전혀 풀리지 않았는데, 그렇게 어영부영 넘어간 것이다. 이에 대한 외부의 성토는 많지만, 내부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당과 노조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동지들이 얼마나 힘들게 활동하는지 알고 있으며, 그 활동의 자율성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진>이 대중조직에 파견한 형식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한 조직의 동지로서 다른 동지들에게도 진행되는 사항들이 보고되고 논의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중조직의 유력한 위치에 있는 회원들이 <전진>을 만들었고, 이들에 의해 <전진>이 좌우된다는 인상을 조직 내외에 준다면, <전진>은 ‘중앙파’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전진>에 대한 비판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소리가 민주노총 ‘중앙파’와 당의 ‘당권파’의 잔재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진>은 ‘각 지역과 다양한 현장단위에 뿌리박은 활동가 조직으로서, 민주노동당 강령정신을 더욱 발전시키고 현실운동에서 실현시켜 나가는 정치조직이며, 당과 대중운동의 활동방향과 전망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의견그룹’으로서 출범하였다고 선언하였지만, 외부적으로는 몇몇 대형 연맹조직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의 연맹간부들과 민주노동당의 건설 초기에 당료를 형성했던 화요모임을 비롯한 젊은 활동가들이 모여 조직을 띄웠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구성상의 특징이 긴 안목에서 노동운동을 비롯한 전체 한국사회 변혁의 방향을 고민하는 폭넓은 시야를 가졌다는 장점으로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구체적인 사안들을 처리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하여 타협적 문화, 상층 중심의 교섭 노력으로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며, 실제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 현장을 장악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사회적 교섭 문제, 임원직선제 문제, 부문할당제 문제 등에 있어서 <전진>이 말하고자 했던 진정성은 항상 훼손되었다. 우리가 좌파로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주의적인 조직으로 비춰지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부족한 것이 유연함은 아니지 않은가.
   
<전진>이 무능하다고 찍힌 이유 중의 상당부분은 바로 쟁점을 선도하지 못했던 것에 기인한다. 좌파의 정체성 중의 하나가 바로 쟁점을 만들고 이끌어나가는 것인데, <전진>은 정치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렇다보니 단지 선거 때만 움직이는 조직으로 오해되고 있으며, 결론적으로는 타당하나, 한 박자 느린 결정으로 비판을 받곤 한다. 심지어 회원인 김영진 동지의 병역거부에 있어서도 그 의견표명이 늦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관련하여 선거는 선거대로 하면서 이를 위해 전진의 정치활동이 중단되어 버리는 듯한 현상, 이제는 탈피할 때가 되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선거를 통해 조직을 남기고, 활동가를 남기도록 하자.
   
이러한 비판이 전진의 조합주의적 성향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면, 이를 털어버리고  이제는 그 문제의식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그 혁신은 NL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전진>만의 활동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당과 노동, 양쪽에 기반이 있다는 장점을 잘 활용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장석준 동지가 말한 것처럼 노동조합운동의 ‘안’에서 그 ‘바깥’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6. 활동가 사이의 괴리를 극복해야 한다
   
<전진>은 공개적으로 이견이 표출되진 않지만, 회원들 사이의 괴리가 존재한다.
   
우선 노조와 당에서 상근하는 활동가와 그렇지 않은 ‘평회원’ 사이의 괴리가 크다. 생계문제로 인해 <전진>의 회원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활동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진>의 활동방향이나 노선에 동의하기 어려워서라기보다 생활과 재정의 여유가 없어서 활동에 소극적인 동지들이 많은 것이다. 그렇다보니 <전진>의 활동은 몇 차례의 성명서와 함께 소수의 활동가들의 활동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심재옥 동지가 최고위원회에서 육아문제를 거론했다는 이유로 사상적으로 나태한 지도부라고 하여 논란이 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워크샵, 수련회 일정들을 잡을 때 육아를 담당하는 조건을 당이 고려해야만 한다는 함의는 <전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른 의견그룹보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다고 알려진 <전진>의 경우 육아에서 자유로운 활동가들이 없을 것이며, 누군가의 돌봄노동의 희생 위에서 활동이 행해지게 됨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수련회, 야간회의, 모임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여기에서 여성 활동가들의 참여는 눈에 띄게 낮다. 육아의 부담이 조직의 활동에서 소외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상임위원이 선출되지 못한 것도 그냥 덮어두고 갈 문제는 아니다.
     
민중들의 다수는 생계문제로 고민하고 있고, 고용의 불안정성, 실직 위험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들에게 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보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당과 노조운동에 관심을 가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바로 발등에 떨어진 불도 끄지 못하고 있는데... <전진>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뛰어난 활동가라도 생계문제가 걸리면 자신의 활동을 중단하고 일단 생계유지에 목을 걸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전진> 회원들부터 단지 회비만 내고 기관지를 구독하는 페이퍼 회원이 아니라 자신의 조건에서 조직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어야 한다. 당이 소수의 열성당원에 의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평당원들이 자신들의 여건에 맞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처럼, <전진> 또한 성원들에게 활동가로서의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민중들에게 당에, 노조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 당 활동가들과 노조 활동가 사이의 괴리이다. <전진> 내에 여전히 노조 활동가와 당 활동가 사이에 벽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논의가 여전히 금속연맹과 공공연맹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의 사안에 초점을 맞추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과정에서나 임원직선제 토론에서도 드러났듯이, 노조 활동가들 내에서도 금속과 공공 사이에 활동이나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감출 문제가 아니며, 공개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만들어가야 하는 문제임에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선거를 보자. 민주노동당의 지난 당직선거는 노조 활동가들에게 당과 결합하게 되는 계기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선거에서 노동자들을 단지 표밭으로 대상화되었을 뿐 선거 자체가 조직화의 매개로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당내 선거는 회원 확장의 기회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기존 활동가들을 지치게만 하는 말썽꾸러기로 전락하였다.
    
민주노총 위원장 보궐선거에서는 노조 활동가들만 논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여 당 활동가들은 결정과정에서 소외되었다. 게다가 내년으로 다가온 민주노총 선거 논의 또한 뒷담화만 나돌 뿐 공식화된 것은 거의 없다. 선거논의보다 민주노총의 혁신과제가 더 중요하고 산별노조 전환 및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등의 산적한 현안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안이 당 활동가들을 논의에서 소외시키는 핑계인 양 인식되고 있다면 과장인가.
    
지난 기관지 창간호에 집행위원장은 “노무현 퇴진, 열린우리당 해체투쟁으로”라는 글을 썼고, 이러한 기조의 글을 각종 언론에 기고하였다. 그렇다면 <전진>은 이러한 방침을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내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동지들도 이를 실천으로 옮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인지 2006년 하반기 투쟁계획과 관련해서 민주노총은 현 시기를 “살인정권이자 신자유주의적 노동탄압 정권에 맞선 전면적인 노동기본권 쟁취투쟁과 민중생존권 쟁취투쟁 정국”이라 규정하면서, “살인정권 노동탄압정권 노무현정권 퇴진투쟁”을 투쟁방침으로 정하고 전면전을 전개할 계획으로 있다. 하지만, 어느 지역위원회에서도 노무현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현실에서 당 활동가들의 여건을 간과한 무리한 방침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금속연맹과 공공연맹에 주요 노조 활동가들이 몰려 있다보니 금속산별전환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고, 공공대산별 논의를 주도하고 있긴 하지만, 여타 전교조나 공무원노조 등의 새로운 사업장에 대한 개입은 미흡했고, 새롭게 생성되는 건강한 활동가층을 제대로 유입하지 못했다. 사실 이를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활동의 초점을 새로운 사업장으로 이동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상근활동가를 투입하는 데 있어서도 각 조직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의 계획을 세워 의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각 성원의 상황이 잘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7. 정치조직다운 <전진>을 위하여
    
(준)자를 떼지 못했다고, 준비위원회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변명꺼리가 되지 않는다. 준비위여서 부족하다고 하면 <전진>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도대체 무엇이 되나. 이는 회원들 스스로에 대한 자기위안은 될지언정 외부의 비판에 대한 타당한 답변은 되지 못한다.
    
별다른 영향력도 없는데, “<전진>은 아직도 소위 ‘여당의식’에 사로잡혀 있어서 행동이 굼뜨다”고 조소당하는 현실이 부끄럽기도 하다. 현재 <전진>이 가진 당 내외의 지지도, 영향력은 <전진>이 활동을 잘해서, <전진>이 유능해서, <전진>이 좌파조직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른 대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차선으로 선택한 결과이며, 과거 ‘중앙파’와 ‘당권파’로서의 유산이라고 할 것이다. ‘사회주의를 실현하고, 계급운동을 복원하고, 사회운동의 변혁성을 강화하기 위해 나섰다’는 명분 때문에 지지해준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된다.
  
언젠가 말한 것처럼, 더 이상 무난한 활동을 하지 말자. 더이상 그냥 그저 그런 정치조직이 되지 말자.
   
어찌보면 하나마나한, 달리보면 자기조직에 대한 냉소적이면서도 엇나간 비판으로 보일 수 있는 글을 기관지에 쓰는 것은 그래도 내가 <전진>을 나의 조직이라고 여기고, 그 성원들을 동지라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전진>이 자기교정할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어떻게 <전진>이 전진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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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1 01:33 2006/10/0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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