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에 해당되는 글 85건

  1. 스트레스성 질환 2007/01/18
  2. 질식 2007/01/18
  3. 구우 사마 (1) 2007/01/18
  4. 아호... (3) 2007/01/16
  5. 오늘도 하루 (3) 2007/01/16
  6. 데크 2007/01/15
  7.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2007/01/15
  8. 이 쌀의 정체는? (2) 2007/01/15
  9. 반성? (2) 2007/01/14
  10. 검은 바다 2007/01/12

이 쌀의 정체는?

from 우울 2007/01/15 11:53

집에 쌀이 떨어졌다.

모르고 있었는데, 그저께 밥을 하려던 김상이 쌀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에 사은품으로 온, 정체불명의 쌀이 있어서 어제는 그걸로 밥을 해먹었다.

 

우엑...

밥이 떡이 되었다.

무슨 약식같기도 한것이...이것이 말로만 듣던 찹쌀인가?

물을 부으면 물먹는 하마처럼 물을 빨아들이는 듯한 이 쌀의 정체는?

 

어제는 김상이랑 둘이 먹으니까 그럭저럭 서로를 비웃고 쌀을 비웃으며 먹을 수 있었는데,

오늘 혼자 먹으려니 도저히 넘어가질 않는다.

 

어쩔 수 없다. 극심하게 배가 고플때까지 기다려서 먹는 수 밖에.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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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5 11:53 2007/01/15 11:53

반성?

from 우울 2007/01/14 22:47

오래간만에 돈을 받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몇달만인가... 당장 필요한 돈이 마련되니 고마운 일거리인데,

어제도, 오늘도 와우를 해버리고 말았다. 허거...

 

19일에 와우 확장팩이 나오면 만렙이 60렙에서 70렙으로 올라버리고,

미래는 더더욱 불투명해진다.

조급한 마음에 조금만 해야지...하고 들어가서는 몇시간씩 달려버렸다.

어제는 마치 일만 할 것처럼 이야기해서

친구의 부탁도 이상하게 거절한 것처럼 해버리고는, 와우를 하다니...

옆에서 부추기는 김상이 나쁘다고 하면

김상은 맨날 자기 핑계만 댄다고 그런다.

의지박약 개토는 김상이 옆에서 놀고 있으면 매우 기분이 나빠진다.

왜 남이 일하는데 옆에서 노는가 말이다.

노는 모습(꼴)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같이 노는 수밖에...

 

당분간 자제라는 둥, 일을 안해 불안하다는 둥...그딴 소리나 하지 마시지...

 

하고 쓰고는 있지만, 사실 반성따위 조금도 안하고,

어떻게 내일도 좀 시간을 내어볼 수 없을까 고민중이다.

 

아냐, 아냐, 내일은 일만 하는거야!

정말 일만 하기로 하는거야. 그래, 그래보는거야.

어떻게 일안하고 돈만 받는 방법 없을까...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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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4 22:47 2007/01/14 22:47

검은 바다

from 2007/01/12 15:45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무서웠다.

무서웠지만 강한 호기심이 일어, 그녀에게로 천천히, 천천히 다가가면서

독사는 한 번 물고 나면 독액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세네카의 말을 생각했다.

가늘고 흰 그녀의 목을, 아주 가늘고 흰 뱀이 감고 있었다.

뱀의 머리는 그녀의 머리단 속으로 들어가있는 듯 했다.

눈은 가볍게 감겨있었고, 입술은 살짝 열려있었다.

가슴 윗부분에는 짙은 보라빛의 멍이 마치 독액처럼 퍼져있었다.

 

나는 그녀의 곁에 살며시 누웠다.

뱀의 빨간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목을 돌려 내 눈을 바라보았다.

 

 

공장으로 가는 길은 무더웠다.

푸른 작업복을 입은 창백한 작업공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분홍색페인트가 부분부분 벗겨진

건물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분홍색건물이 사람들을 꾸역꾸역 삼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옥상 위도 무더웠다.

눈을 한껏 찡그리고 태양을 올려다보면서 담배를 한모금 빨자

갑자기 주위가 서늘해지면서 검은 바다가 떠올랐다.

바다는 건물도, 작업공들도, 작업공들의 목소리더미도, 옥상도 모두 삼키고 공중에 태양만 남겼다.

그 태양은 뜨겁지 않았다.  나는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쉭'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검은바다도, 태양도 사라지고 갑작스러운 밝은 빛속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태양빛은 전보다 더 밝았고, 사람들의 목소리도 전보다 더 커졌다.

나는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린 다음, 발로 밟았다.

고무로 된 신발밑창이 혹시 타지않았을까 한번 확인하고, 주머니에 손을 꽂고,

녹색철문을 어깨로 밀어 건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녀의 하얀 팔이 뱀처럼 내 목을 향해 다가왔다.

눈을 감았다.

 

 

아무도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시대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책을 써야했다.

그러나 팔리지 않는 책이 훨씬 더 많았다.

전달되지 못한 말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대도시에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청소부들이 

채 바닥에 떨어지지도 않은 말들을 쓸어담아 소각장으로 가는 차에 실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말들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였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저는 이를 닦을 때마다 구역질이 나요. 무슨 병이라도 난게 아닐까요?"

"저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조깅을 해요. 인생을 저처럼 살면 행복해진답니다."

"담배를 끊고 싶은데 끊을 수가 없어요. 답답한 일이 너무 많아요."

"우리 부장새끼는 내가 개로 보이나보다. 어제는 술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짖어야 했다."

"남친은 제 코가 너무 낮대요. 수술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하는 김에 점도 좀 뽑고 싶어요."

"명상을 하세요."

"부시, 미군 이만천오백명 이라크 증파"

"수술 없이 가슴 C컵 만들기.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른발에 채인 "현대차 노조, 파업결의, 사측 법적 대응"을

왼발로 밟아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남겨두고

나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바쁘게 걸어서 공장으로 들어갔다.

 

나는 단어조립파트에서 일했다.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일이 쉽고 잔업도 없어서 나는 이 일이 좋았다.

글자조립파트에서 보내온 '가'와 '위'를

글자들에 꼭 맞게 만들어진 틀에 넣으면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조임기계가 연결고리를 끼운다음

빠지지 않도록 꼭 조여주는데 3초가 걸렸다.

 

문장조립파트에서는 

명사를 줄줄이 배열하거나 명사에 조사를 끼우거나

연결된 명사와 조사에 가는 철사로 다른 명사를 연결하기도 하고 동사나 부사를 연결하기도 했다.

문장조립파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공장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들이다. 

공장에서 가장 오래 일한 송할아버지는 하루에 200개씩 문장을 만든다고 한다.

 

만들어진 문장들은 차곡차곡 가지런하게 종이상자에 담겨 물류센터를 거쳐 전국으로 배송된다.

 

나는 가끔 불량품들을 주워와서 그녀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녀는 찌그러져서 알아볼 수 없게된 단어나 문장들, 혹은 글자들을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즐거워했다.

그녀의 옷장에는 옷대신 불량품들이 가득 들어찼다.

그 사이에 흰 뱀이 수호신처럼 또아리를 틀고 잠을 잤다.

내가 없을 때는 그녀도 흰 뱀 옆에 쪼그리고 잠을 잤다.

 

나는 공장에서부터 집까지 매일 두근거리면서 달려왔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버스안에서도 달리는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을 달려 연립주택의 유리문을 열고

5층까지 성큼성큼 한번에 세칸씩 계단을 뛰어올랐다.

문을 열면,

그녀가 내 발소리를 듣고 이미 장농에서 나와 문앞에 앉아있었다.

 

나는 무릎을 꿇어 그녀의 팔이 내 목을 감는 것을 느끼고,

내 뺨에 와 닿는 그녀의 따듯한 귀를 느끼고,

내몸을 향해 둥글게 휘어지는 그녀의 허리를 느낀다.

신발을 벗고 그녀 위로 넘어지면, 검은 바다가 펼쳐졌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 앞에 앉아 함께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글자들을 분해하거나 조립하기도 하고

밥을 지어 김치와 먹기도 했다.

 

처음 그녀가 온 날은 맥주를 마시면서 바다 위의 하늘에 잡지를 찢어 붙였었다.

처음에, 우리는 심각하게 잡지들을 노려보면서 예쁜 것과 예쁘지않은 것을 신중하게 골라냈는데

맥주를 세캔째 따면서부터는 잡지를 붙이는 것보다 웃느라고 바빠졌다.

너덜너덜한 하늘을 보고 웃고, 예쁘지 않은데 붙여진 부분을 보고 웃고,

빨개진 상대의 얼굴을 보고 웃고, 웃는 걸 보면서 또 웃었다.

웃어도 웃어도 끝이 나지 않아서 우리는 꼭 껴안고 계속 웃으면서 잠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누군가가 내 귀에 "그가 죽었다"고 속삭였다.

"몸에 불을 붙이고 골리앗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다른 누군가가 속삭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문틈에 "몸"자가 끼어있어서 나는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가슴이 두근거려 금새 잊었다.

 

그녀는 불량품들을 연결해서 장신구들을 만들었다.

읽을 수 없는 글자나 문장의 요소들이 귀걸이나 목걸이나

특이하게 디자인된 란제리가 되어서 그녀를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찌그러진 이응을 살짝 치우고 그녀의 젖꼭지를 입술로 물었다.

그 이응은 어쩌면 히읗에서 떨어져나온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불량품들로 꾸며진 그녀의 몸이 너무 좋았다.

 

어깨에 걸쳐진 조각들을 흘러내리게 하자 온 몸의 조각들이 한꺼번에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팔목에 돌돌 감긴 흰뱀만 남아서 빨간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불량품들 속에 들어가 앉아 귀를 핥고 목을 쓰다듬고 어깨를 물고 입을 맞췄다.

 

 

그 날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10만개나 만들어야 해서,

공장의 모든 작업공들이 철야를 해야했다.

하루종일 '죽음'이라는 단어를 조립하면서 나는 집에 있는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도 언젠가 죽는다.

라고 생각해봤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빨리 만들기 위해서 나는 생각을 멈추고 기계아래의 '죽음'을 바라보았다.

 

새벽 6시에 우리는 철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두근두근 하는 가슴으로 버스에 올랐다.

하얀 입김이 버스안을 가득 채웠다.

 

어둑어둑한 공중에 어둑어둑한 안개가 자욱해서 나는 안개를 젖히면서 힘껏 달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죽은 것 같았다.

입술은 화장이라도 한것처럼 붉은 물이 들어있었다.

붉은 물이 그녀의 어깨까지 흘러 머리칼을 적시고 있었다.

가슴에는 검은 멍이 여러개 들어있었다.

목에는 흰 뱀이 감겨있었다.

 

그녀 옆에 살며시 누웠다.

뱀의 빨간 눈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목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흘러서 나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찢긴 옷 위에 내 작업복을 걸쳐주었다.

 

흰 뱀은 독사가 아니었다.

물면 구멍이 두개 뚫려서 무척 아픈 이빨이 두개 있었지만, 잘 물지도 않았다.

나는 흰 뱀이 미웠다.

 

---------------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개토야, 일해.

호흡을 잃는 것이 무서워서 나는 글을 끊지 않는데, 일을 안해서, 정말 불안해서, 글을 끊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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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2 15:45 2007/01/12 15:45

자제래매

from 우울 2007/01/10 14:31

어제 살짝 술을 먹고

새벽4신가 까지 친구랑 수다를 떨다가 쪼끔 자고

아침에 집에 오려고 친구랑 친구집에서 나오는데,

어김없이 넘어졌다.

넘어지는데는 뭐 딱히 이유가 없다.

나는 주로 내 다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한쪽다리가 풀려서(?) 넘어진다.

어디 걸릴데도 없는데, 나는 괜스레 내 발이 있던 자리를 째려보며,

분명 저 자리에 나를 넘어뜨린 논리적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주위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한다.

 

어쨌든 넘어졌다.

 

친구가 말했다.

'너 갑자기 사라지더라.'

 

주변에서 누군가가 넘어져 본적은 한번도 없어서

넘어진자의 옆에 선 사람의 시각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처음 알았다.

 

나는 갑자기 사라지는구나.

훗.

갑자기 사라지다니, 나름 귀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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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0 14:31 2007/01/10 14:31

당분간 자제요

from 우울 2007/01/10 13:05

대략 2주정도, 블로깅자체자제기간을 선포하려고 합니다.

등록금을 벌어야 하거든요.

매일 들어와는 보겠지만, 포스팅을 할지 모르겠어요.

 

그건 그렇고,

iPhone을 너무 갖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못쓴다니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스티브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서, CDMA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뭐 그런 생각 중입니다.

개토는 iPhone CDMA가 우리나라에 출시되는 날, iPhone을 사겠다고 굳게 결심합니다.

언젠가 그날이 올때까지, 개토는 절대 핸펀을 바꾸지 않을겁니다.

그때까지 개토의 7살쯤 된 스타택이 버텨줄 수 있을까...배터리라도 하나 새로 사줘야겠다 싶네요.

 

그건 그렇고,

집안의 모든 전자제품들이 노쇠해가는 것이 느껴져서 서글퍼집니다.

스캐너가 그렇고, TV가 그렇고, 개토의 애지중지 스타택도 그렇고, 컴퓨터들도 그렇고

같이 늙어가는 군요.

 

그럼, 어흥~

 

만렙의 꿈이 멀어져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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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0 13:05 2007/01/10 13:05

이것은 파이프?

from 2007/01/09 00:13

나는 파이프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왜 파이프를 그리고 있었을까?

파이프의 광택때문이었다.

파이프는, 3cm 정도의 부리 부분이 상아로 되어있었고,

13cm 정도의 전체적인 몸통부분은 나무로 되어있었으며,

몸통과 부리가 연결된 부분은 2cm 정도의 무른 은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무르고 두툼한 은에는

용과 알수 없는 식물의 줄기 혹은 얇은 잎사귀들이 화려하게 새겨져있었지만

오랫동안 닦이지 않아 전체적으로 지저분한 어두운 회색이 되어버려 실제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세가지 소재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각기 다른 형식으로 반사하고 또 흡수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둔탁한 흐름이 일관성있게 파이프를 감싸고 있었다.

오후 3시의 햇빛은, 드라마틱하게 강한 음영을 파이프 아래에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 스케치북, 조금 보충해서 말하자면,

독일의 큰 화방에서 산 A4 크기의 Esquisse 프랑스제 스케치북에는

실제크기와 거의 흡사한 크기의 파이프가

파버카스텔에서 나온 6B 1.5cm짜리 흑연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파이프는 3cm 정도의 부리 부분이 상아처럼 그려져있었고,

13cm 정도의 전체적인 몸통부분이 나무처럼 그려져있었고,

몸통과 부리가 연결된 부분은 2cm 정도의 무른 은띠처럼 그려져 있었다.

은띠위에 강한 음영의 대비를 통해 긴 용과, 서로 연결된 긴 줄기들, 잎사귀들이 그려져있었다.

나는 그 위에 연필선을 더 그어 은띠를 좀 바래보이도록 할 예정이었다.

지우개로 몇몇 부분을 찍어내어 밝은 부분을 더 밝게 보이도록 해서

나는 드라마틱하게 강한 빛과 어둠의 대비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손님이 왔어요.]

그가 들어와 내 그림을 5초간 바라보고는, 혹은 보는 것처럼 눈동자와 어깨를 그림쪽으로 하고는

창가로 가서 파이프를 무심코 들어올렸다.

[예쁜 파이프에요.]

그는 파이프를 원래 있던 자리이거나 혹은 다른 자리에

원래 차지하고 있던 공간의 형태대로, 혹은 전혀 다른 공간에 배치했다.

나는 그 동일성, 혹은 차이에 아주 집중해서 정신이 아찔했다.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발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나가 주세요.]

그녀는 그에게 명령했고, 그는 파이프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

그녀는 8cm정도 높이에

바닥에 닿는 뒷굽이 직경 5mm정도 되는 아슬아슬한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몸에 잘 붙는 반짝이는 보라색 스타킹에 목까지 올라오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그녀와 아주 잘 어울렸지만,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혹은 그녀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때마다

그녀자신과 그녀의 옷차림이 서로 어긋나는 것처럼 혹은 너무 잘 맞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그 동일성, 혹은 차이에 집중하게 되어 정신이 아찔해졌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해주세요.]

그녀는 성급하게 옷을 벗었다.

옷을 벗는 과정은 아주 간단해서,

목부터 엉덩이의 갈라지는 곳까지 연결된 지퍼를 내리자 원피스가 벗겨졌고

보라색 브래지어를 풀자 밋밋한 가슴이 나타났고

스타킹을 벗자 성기를 조이고 있던 작은 보라색 팬티가 나타났고

팬티를 벗자 쪼그라들어있던 둥근 페니스와 음낭이 나타났다.

그녀는 스타킹과 팬티를 벗은 후에 다시 하이힐을 신었다.

그리고 창가에 가서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나는 그녀를 세워둔 채 그녀가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 그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는 기분이 상한 듯 했다.

그러나 옷을 벗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옷을 벗으려 했지만, 입은 것이라고는 티셔츠와 면바지 뿐이어서

오래 걸리는데 실패했다.

방안은 춥지는 않았지만 따듯하지도 않아서 그의 페니스와 음낭도 역시 쪼그라들었다.

나는 그를 그녀와 내 스케치북의 정중간에 세웠다.

자세는 상관없었다.

공간과 거리가 중요했다.

 

[그리믈 그뤼눈 동안, 브레이두르느그튼 으유기를 흐스여 .]

그녀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내게 명령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녀가 있던 공간은

그녀로부터 벗어나 어딘가에 공룡의 발자국 화석처럼 텅 빈채로 남겨져버렸다.

나는 그 화석으로부터 정신을 뗄 수가 없었지만 화석은 과거의 어느 곳으로 이미 이동되어있었다.

 

나는 새 8B 연필을 다듬었다.

연필을 다듬으면서 블레이드러너같은 이야기를 생각해 내야 했다.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라고 말하면서 나는 그녀의 목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있었어. 그는 인형을 만드는 사람이었지. 인형은 나무와 실과 쇠조각, 유리알, 털실뭉치, 각종 천, 솜뭉치, 종이로 만들어졌어. 그의 인형들은 주로 어린아이들이나 여자들의 생일, 기념일 등을 무마하기 위해 선물되어 졌지. ]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가 비트는 공간에 의해 그녀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이상한 형태로 맞추어졌다.

나는 그녀의 목 아래에 그녀의 눈을 그리고 눈 옆에는 유방과 성기를 그려넣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그가 여느때처럼 인형을 만들고 있을 때,

그가 예전에 만들었던 한 여자인형이 그를 찾아왔어.

 

[가슴이 너무 아파요. 심장에 무언가가 꽂인 것 같아요. 이대로는 더이상 살아갈 수가 없어요.]

그는 인형의 웃옷을 벗기고 하얀 천 안에 하얀 솜을 가득넣어 만든 가슴을

날카로운 면도날로 갈랐어.

그녀가 몸을 구부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넣어진 철사조각의 끝이 그녀 심장을 찌르고 있었지.

그는 철사를 바로 넣고 목부분의 철사와 단단하게 연결해서

철사가 다시 그녀의 심장을 찌르지 않도록 만들었어.

[자, 이제 일어나봐. 아프지 않을거야.]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어. 왜일까? 그는 알 수가 없었지.

원래 들어있던 솜들은 조금도 빼놓지 않고 다 넣었고

가슴의 상처도 감쪽같이 하얀실로 잘 꼬맸는데, 그녀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

유리알로 된 두 눈은 변함없이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지.

 

그녀는 이제 파이프가 되어있었다.

파이프는 그녀가 되어 그녀를 입에 물고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는 쉴새없이 움직여대서 나는 그를 그릴 수가 없었지만,

어느새 그는 그려져 있었다.

 

또 다른 어느날, 다른 인형이 그를 찾아왔어.

눈이 뜯겨져 나가고 없었지.

[너무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아요. 그녀가 내 눈을 뜯어버렸어요. 그녀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내 눈을 돌려주세요.]

그는 가장 근사한 보라색 유리눈알을 찾아내어

그의 눈에 꼭 맞게 다듬고 그가 원하면 감을 수 있도록 눈꺼풀도 만들어 주었어.

그러나 그역시 수술이 끝난 뒤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

 

그녀는 파이프를 내려놓았다 혹은 파이프가 그녀를 내려놓았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연필을 내려놓고 그녀 혹은 파이프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내일 다시 오겠어요.]

그녀는 혹은 파이프는 그녀가 옷을 벗은 순서를 거꾸로 짚어가며 옷을 입고,

발자국 소리를 내며 들어온 문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너무나 서글퍼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그의 어깨를 안았다.

그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는 따듯하고 부드럽고 단단한 석탄더미 같았다.

 

나는 그날 그린 그림을 들고 케이를 찾아갔다.

빵을 사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다.

케이는 의외로 선선하게 넉넉한 돈을 주었다.

 

[돈을 줄테니 여기로 가서 사람을 좀 만나.]

 

나는 돈과 함께 [파이프]라는 상호가 박힌 성냥갑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가 거리에 서있는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성냥갑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파이프]는 걸어서도 갈만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케이의 집에서 케이의 집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세블럭을 걸은 다음 왼쪽으로 꺾어서

두블럭을 걷고 다시 오른쪽으로 한블럭을 걸으면

왼쪽에 [파이프]로 들어가는 검은 문이 있다고 했다.

나는 케이의 집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세블럭을 걸은 다음 왼쪽으로 꺾어서 두블럭을 걷고,

다시 오른쪽으로 한블럭을 걸었는데 검은 문이 없어서 조금 더 걸었더니

[그녀]라는 흰글자가 적힌 검은 문이 나타났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들어왔다.

[파이프] 안에는 그녀와 나, 둘 뿐이었다.

그녀는 파이프를 닮아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상아로 된 것 같았다. 그녀의 원피스는 나무로 된 것 같았다.

그녀의 스타킹은 은으로 된 것 같았다.

스타킹에는 잘 알 수 없는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나는 케이에요.]

[케이는 남자인데.]

[흔한 이름일 뿐이죠.]

[그래서, 당신은 누구인거죠? 왜 나를 찾아왔던 거요?]

 

내가 그린 그림이 벽에 걸려있었다.

그녀는 대답대신 질문을 했다.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죠?]

[나는 그냥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뿐이에요. 당신은 모델인가요?]

[모델같은 건 해본적이 없어요. 저는 킬러죠.]

 

[당신을 나를 죽이기 위해 이곳에 왔나요?]

나는 생각해보았다.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케이는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지.

나는 그에게 빚이 있었다.

사실은 빚이 없었지만, 그는 많은 돈을 팔리지 않을 그림과 바꿔 주었다.

그는 나에게 신물이 났을지도 모른다. 더이상 돈을 주고 싶지 않았던 걸까?

돈을 주고 싶지 않았다면 그냥 주지 않으면 될 것을 왜 죽이기까지 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내가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준 다음, 대답했다.

[저는 이 시간에 이곳에 오도록 명령받았어요. 총을 가져오기는 했죠.]

 

[케이가 시킨 건가요?]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킬러는 자기스스로에게 명령하지 않아요.]

 

그녀는 케이를 모르는 걸까? 그렇다면 누가 그녀에게 이곳에 오도록 명령한 걸까?

나는 불안해져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같은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

 

[나야.]

[배가 고파요. 언제 돌아오는 거지?]

[곧 갈거야.]라고 대답하면서 나는 내가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응.]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건 어떤 건가요?]

[사람은 죽인다는 건,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해요. 어느 순간과 공간에 삶을 고정시키는 거죠. 그 후에는 죽음만이 남아요. 죽음은 영원하죠. 부패하고 잊혀지기는 하지만, 죽었다는 사실만은 영원해요.]

그녀는 준비된 대사를 읊듯이 감정없이 내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했다.

 

나는 내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그림이 마음에 드나요? 저건 당신이에요.]

[나는 그림에 대해서, 한번도 마음에 든다거나 들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렇게 그려진 이상. 그림을 그리는게 힘들다면 그리지 마세요. 의견을 구걸할 거라면 뭣하러 그림을 그리죠? 차라리 이론가나 철학자가 되지 그래요?]

 

그녀는 킬러라기 보다는 술집여자같이 보였다.

 

[나를 죽일건가요?]

[당신을 죽여드릴까요?]

 

나는 보라색 원피스의 지퍼를 천천히 내렸다.

보라색 브래지어도 벗었고, 은처럼 빛나는 스타킹도 벗었다.

팬티를 벗으면서 나는 그를 생각했다.

그래서 테이블 위에 돈을 올려놓고 그녀에게 말했다.

[이 돈을 그에게 주세요.]

 

그녀는 파이프처럼 생긴 총이 되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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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9 00:13 2007/01/09 00:13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from 2007/01/09 00:05

나는 파이프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왜 파이프를 그리고 있었을까?

파이프의 광택때문이었다.

파이프는, 3cm 정도의 부리 부분이 상아로 되어있었고,

13cm 정도의 전체적인 몸통부분은 나무로 되어있었으며,

몸통과 부리가 연결된 부분은 2cm 정도의 무른 은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무르고 두툼한 은에는

용과 알수 없는 식물의 줄기 혹은 얇은 잎사귀들이 화려하게 새겨져있었지만

오랫동안 닦이지 않아 전체적으로 지저분한 어두운 회색이 되어버려 실제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세가지 소재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각기 다른 형식으로 반사하고 또 흡수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둔탁한 흐름이 일관성있게 파이프를 감싸고 있었다.

오후 3시의 햇빛은, 드라마틱하게 강한 음영을 파이프 아래에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 스케치북, 조금 보충해서 말하자면,

독일의 큰 화방에서 산 A4 크기의 Esquisse 프랑스제 스케치북에는

실제크기와 거의 흡사한 크기의 파이프가

파버카스텔에서 나온 6B 1.5cm짜리 흑연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파이프는 3cm 정도의 부리 부분이 상아처럼 그려져있었고,

13cm 정도의 전체적인 몸통부분이 나무처럼 그려져있었고,

몸통과 부리가 연결된 부분은 2cm 정도의 무른 은띠처럼 그려져 있었다.

은띠위에 강한 음영의 대비를 통해 긴 용과, 서로 연결된 긴 줄기들, 잎사귀들이 그려져있었다.

나는 그 위에 연필선을 더 그어 은띠를 좀 바래보이도록 할 예정이었다.

지우개로 몇몇 부분을 찍어내어 밝은 부분을 더 밝게 보이도록 해서

나는 드라마틱하게 강한 빛과 어둠의 대비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손님이 왔어요.]

그가 들어와 내 그림을 5초간 바라보고는, 혹은 보는 것처럼 눈동자와 어깨를 그림쪽으로 하고는

창가로 가서 파이프를 무심코 들어올렸다.

[예쁜 파이프에요.]

그는 파이프를 원래 있던 자리이거나 혹은 다른 자리에

원래 차지하고 있던 공간의 형태대로, 혹은 전혀 다른 공간에 배치했다.

나는 그 동일성, 혹은 차이에 아주 집중해서 정신이 아찔했다.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발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나가 주세요.]

그녀는 그에게 명령했고, 그는 파이프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

그녀는 8cm정도 높이에

바닥에 닿는 뒷굽이 직경 5mm정도 되는 아슬아슬한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몸에 잘 붙는 반짝이는 보라색 스타킹에 목까지 올라오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은 그녀와 아주 잘 어울렸지만,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혹은 그녀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때마다

그녀자신과 그녀의 옷차림이 서로 어긋나는 것처럼 혹은 너무 잘 맞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그 동일성, 혹은 차이에 집중하게 되어 정신이 아찔해졌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해주세요.]

그녀는 성급하게 옷을 벗었다.

옷을 벗는 과정은 아주 간단해서,

목부터 엉덩이의 갈라지는 곳까지 연결된 지퍼를 내리자 원피스가 벗겨졌고

보라색 브래지어를 풀자 밋밋한 가슴이 나타났고

스타킹을 벗자 성기를 조이고 있던 작은 보라색 팬티가 나타났고

팬티를 벗자 쪼그라들어있던 둥근 페니스와 음낭이 나타났다.

그녀는 스타킹과 팬티를 벗은 후에 다시 하이힐을 신었다.

그리고 창가에 가서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나는 그녀를 세워둔 채 그녀가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 그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는 기분이 상한 듯 했다.

그러나 옷을 벗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옷을 벗으려 했지만, 입은 것이라고는 티셔츠와 면바지 뿐이어서

오래 걸리는데 실패했다.

방안은 춥지는 않았지만 따듯하지도 않아서 그의 페니스와 음낭도 역시 쪼그라들었다.

나는 그를 그녀와 내 스케치북의 정중간에 세웠다.

자세는 상관없었다.

공간과 거리가 중요했다.

 

[그리믈 그뤼눈 동안, 브레이두르느그튼 으유기를 흐스여 .]

그녀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내게 명령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녀가 있던 공간은

그녀로부터 벗어나 어딘가에 공룡의 발자국 화석처럼 텅 빈채로 남겨져버렸다.

나는 그 화석으로부터 정신을 뗄 수가 없었지만 화석은 과거의 어느 곳으로 이미 이동되어있었다.

 

나는 새 8B 연필을 다듬었다.

연필을 다듬으면서 블레이드러너같은 이야기를 생각해 내야 했다.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라고 말하면서 나는 그녀의 목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있었어. 그는 인형을 만드는 사람이었지. 인형은 나무와 실과 쇠조각, 유리알, 털실뭉치, 각종 천, 솜뭉치, 종이로 만들어졌어. 그의 인형들은 주로 어린아이들이나 여자들의 생일, 기념일 등을 무마하기 위해 선물되어 졌지. ]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가 비트는 공간에 의해 그녀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이상한 형태로 맞추어졌다.

나는 그녀의 목 아래에 그녀의 눈을 그리고 눈 옆에는 유방과 성기를 그려넣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그가 여느때처럼 인형을 만들고 있을 때,

그가 예전에 만들었던 한 여자인형이 그를 찾아왔어.

 

[가슴이 너무 아파요. 심장에 무언가가 꽂인 것 같아요. 이대로는 더이상 살아갈 수가 없어요.]

그는 인형의 웃옷을 벗기고 하얀 천 안에 하얀 솜을 가득넣어 만든 가슴을

날카로운 면도날로 갈랐어.

그녀가 몸을 구부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넣어진 철사조각의 끝이 그녀 심장을 찌르고 있었지.

그는 철사를 바로 넣고 목부분의 철사와 단단하게 연결해서

철사가 다시 그녀의 심장을 찌르지 않도록 만들었어.

[자, 이제 일어나봐. 아프지 않을거야.]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어. 왜일까? 그는 알 수가 없었지.

원래 들어있던 솜들은 조금도 빼놓지 않고 다 넣었고

가슴의 상처도 감쪽같이 하얀실로 잘 꼬맸는데, 그녀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

유리알로 된 두 눈은 변함없이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지.

 

그녀는 이제 파이프가 되어있었다.

파이프는 그녀가 되어 그녀를 입에 물고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는 쉴새없이 움직여대서 나는 그를 그릴 수가 없었지만,

어느새 그는 그려져 있었다.

 

또 다른 어느날, 다른 인형이 그를 찾아왔어.

눈이 뜯겨져 나가고 없었지.

[너무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아요. 그녀가 내 눈을 뜯어버렸어요. 그녀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어요. 내 눈을 돌려주세요.]

그는 가장 근사한 보라색 유리눈알을 찾아내어

그의 눈에 꼭 맞게 다듬고 그가 원하면 감을 수 있도록 눈꺼풀도 만들어 주었어.

그러나 그역시 수술이 끝난 뒤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

 

그녀는 파이프를 내려놓았다 혹은 파이프가 그녀를 내려놓았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연필을 내려놓고 그녀 혹은 파이프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내일 다시 오겠어요.]

그녀는 혹은 파이프는 그녀가 옷을 벗은 순서를 거꾸로 짚어가며 옷을 입고,

발자국 소리를 내며 들어온 문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너무나 서글퍼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그의 어깨를 안았다.

그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는 따듯하고 부드럽고 단단한 석탄더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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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9 00:05 2007/01/09 00:05

아, 싫어...

from 우울 2007/01/08 18:49

어제는 생리를 시작해서 하루종일 잤다.

생리를 시작하면 나는 엄청나게 잠이 와서 정말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생리때문에 잔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무지 아깝다.

평소에도 많이 자지만, 내가 자고 싶어 자는 것과 잘 수 밖에 없어 자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 보니 생리를 시작해서, 밥먹고 조금 뒹굴다가 또 잠을 자고

저녁에 일어나 밥먹고 조금 놀다가 또 잤다.

 

안절부절, 오늘은 하루종일 우울증이다.

배도 무겁고, 화장실에 자꾸 가고 싶고, 질과 자궁이 얇게 부풀어오른게 느껴진다.

뭔가 아주 약한 물건을 뱃속에 넣고 다니는 불안한 기분이 든다.

 

괜스레 냥들에게 화풀이를 해대고 옆에 와서 애교를 떨어도 모른 척하고...

이번달은 유난히 불편하다.

아,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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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8 18:49 2007/01/08 18:49

결과와 이유

from 우울 2007/01/08 16:22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설문결과가 대략 나왔습니다.

31명이 투표에 참여하셔서,

26명이 당연히 될 수 있다고 하셨고 5명이 불가능하다고 하셨어요.

 

제가 왜 이런 걸 질문했냐면,

흠...사실 심각한 이유는 없었습니다...설문놀이를 해보고 싶었어요.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최근에 한 (남자인)친구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남자는 여자를 성적인 존재로만 보기 때문에 친구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대답하더라구요.

그냥 부정해버리기엔 저도 경험상 그런 느낌을 가진 적이 많아서 씁쓸했습니다.

 

매력있는 여자 = 성적으로 매력있는 여자 = 애인 => 친구가 될 수 없다

 

매력없는 여자 = 성적으로 매력없는 여자 = 관심없는 여자 => 친구가 될 수 없다

 

이런 등식이랄까요.

 

게다가 결혼을 해버린 뒤의 남자친구랑 너무 친하게 지내면

그 파트너와 매우 껄끄러워지니까...잘 지내오던 친구와도 멀어지게 되더군요.

 

이번에도 한 친구가 결혼하게 되는데, 결혼 소식을 듣자마자 '이제는 못만나겠구나' 싶었습니다.

몰래 만나는 것도 한두번이고...기분도 안좋고...이렇게까지 해야되나(뭘?) 싶고...

 

결혼한 남자친구와 만났는데 상대가 성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게 느껴져서

곤란했던 적도 있구요...여튼 복잡한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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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8 16:22 2007/01/08 16:22

그림자 이야기

from 2007/01/06 13:31

어제, 옛날 물건들을 들춰보다가 초등학교 5학년때 쓴 일기장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존앤 비장하면서도 허무한 성격은 그때부터였던건가 봐요.

 

198X년 10월 4일 금요일

 

주제 : 그림자 이야기

 

밥 11시 학교 운동장에 그림자들이 모였읍니다. 이 학교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읍니다.

이 느티나무의 그림자가 그림자 회의를 열었읍니다. 드디어 모두 모였읍니다. 느티나무 그림자가 입을 열었읍니다.

"여러분 저는 정말 불행합니다. 내 나이 100살이 넘도록 여행한 번 못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저보다 더 불행한 그림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 힘으로는 도와줄 수 없는 그림자입니다. 그 그림자는 주인이 아프기 때문에 누워만 있습니다. 우리 그림자의 신에게 우리가 그 그림자와 교대하면서 살아간다고 해봅시다.

"좋습니다!" "그럽시다" "옳아요!"

모두들 찬성했습니다. 그림자의 신에게 이야기를 했읍니다. 그림자의 신도 승락했읍니다. 느티나무 그림자는 제일 먼저 교대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잠시동안에 느티나무 그림자는 아이의 그림자로 바뀌었읍니다. 그 순간 아이는 죽었읍니다. 느티나무 그림자와 함께.....

 

 

 

 

"~니다" 시설이었네요...일기장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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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6 13:31 2007/01/06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