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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자리 (1) 2007/01/23
  5. 까칠하기 (2) 2007/01/23
  6. 행복한 책읽기 2007/01/23
  7. 시칠리아의 암소 2007/01/23
  8. 시칠리아의 암소 2007/01/23
  9. 결론 2007/01/23
  10. 내이름은 빨강 (1) 2007/01/22

시칠리아의 암소

from 책에 대해 2007/01/23 15:56

카이유와가 자신의 의견을 가미하여 전개시킨 그의 의견을 따르면, 인간은 노동을 통해 이성의 세계를 건설하지만, 인간의 내부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자연은 본래부터 난폭하다. 그 폭력을 다스리기 위해 원시인들은 이성적 시간과 신적인 시간을 나눈다. 이성적 시간, 다시 말해 세속적 시간은 일상의 시간으로 금기를 준수하는 시간이다. 신성의 시간이란 축제의 시간으로 금기를 위반하는 시간이다. 성적인 측면에서 볼때, 신적 시간이란 성적인 방종의 시간이며, 종교적인 차원에서는 살해금기를 위반하는 시간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그 신성한 시간이 점점 없어져가고 있다. 신성의 시간이 없어지면, 남는 것은 이성적 시간뿐이며, 이성적 시간만이 남게 되면, 폭력을 다스릴 방법이 없게 된다. 이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폭력이다. 바타이유는 카이유와의 이론을 받아들여, 현대 사회의 소회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금기 위반의 이론을 내세운다. 금기 위반의 시간이 많아지지 않으면, 폭력은 더욱 난폭해진다.........바타이유의 철학은 금기위반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는 철학이다. 그가 사드에 대해 계속 관심을 표명하고 포르노 소설을 계속 쓰는 것은 그런 이론적 성찰때문이다. 그는 가능성의 극단, 극단적 삶, 철학적 극단, 쉽게 말해 위반의 철학을 수용하지 못하는 철학은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위반이야 말로 인간 내부에 있는 폭력을 잠들게 하는, 아니 바르트의 말을 빌면, 폭력을 속이고 피해가는 한 방법이다.

 

p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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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3 15:56 2007/01/23 15:56

시칠리아의 암소

from 책에 대해 2007/01/23 15:41

그 문학은 사드, 아르토, 루셀, 초현실주의, 카프카, 바타이유, 블랑쇼로 이어지는 체험의 자리이다. 거기에서 인간은 육제적 죽음과 언어의 죽음을 동시에 맛본다. 그는 죽어가고 있다. 남아있는 것은 글쓰기의 모험뿐이다.

p 151

 

자기 소모적인 글에서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네르발은 계속 글을 썼으나 완성된 작품을 남기지 못했으며, 그것이 그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p 152

 

사유하는 주체 대신 사유의 사유를 대상으로 삼으면, 진/위와 관계 없는 사유, 통일성이 없는 사유, 그러면서도 사유라는 점에서는 통일성이 있는 사유가 살아남을 수 있다. 그 사유라는 주제 체계 속에서는 누가 말하든 관계없다(베케트), 혹은 무엇을 말하든 관계없다. 사유란 "모든 체계 내에서 그것을 벗어나는 움직임" 자체이다. ............그 사유야말로 자신의 본질을 찾아 ?g황하는 시대의 문학, 자신의 본모습을 찾기 위해 항상 다시 시작하는 시대의 문학이라는 블랑쇼적 문학, 아니 문학적 체험의 본질 그 자체이다................................. 문학도 "글쓰는 주체로서 자신에게 말을 하여, 자신을 태어나게 한 움직임 속에서 온갖 문학의 본질을 다시 파악하려 애쓰는" 문학만이 그의 주의를 끌며, 철학도 "무한한 지평 위에 놓인 끝없는 작업"으로서의 철학만이 그의 주의를 끈다. 자신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는 사유야말로 모든 전도. 전복의 기본 원리이다.

 

체계에서의 벗어남은 지배적 규칙, 법칙에서의 벗어남이며, 그런 의미에서 지배적 권력에서의 벗어남이다. 사유의 사유는 체계에서의 벗어남이며, 권력에서의 벗어남이다. 그것은 역으로 모든 사유는 체계에 의해 권력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을 뜻한다.

 

 

 

 

권력이 담론을 조정하는 것은, 그것이 권력을 행사할 위험을 제거하고 그것 때문에 뜻하지 아니한 사건들이 생기는 것을 막고, 그것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권력이 담론을 규제하는 절차는 대개 세 부류로 나뉠 수 있다.........세번째 부류는 말을 하는 주체에 대한 제한이다. 담론의 보존, 생산, 분배의 법칙을 고수하는 담화회(한국의 예를 들자면, 판소리 전수회), 말하는 주체를 예속시키고 그들을 모아 집단을 이루게 하는 주의, 주장(계속 한국의 예를 들자면, 운동권의 주의, 주장), 교육 등이 그 예들이다.

 

p154~155

 

 

 

"오늘날의 글쓰기는 표현의 주제를 뛰어넘었다." 그것은 내용에 따라서라기보다는 시니피앙의 본질에 따라 놓여진 기호의 놀이이다. 그것은 언어의 한계를 자꾸 위반하고 넘으려 한다. 다시 말해 글쓰기는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행위의 과시가 아니라, 저자 대신에 시니피앙들이 솟아오르는 공간의 획득이다. 저자는 사라져가고 기호들의 놀이는 심해진다. 그러니 글쓰기는 당연히 저자의 죽음과 연결된다.

 

 

그런데 현대에서 작가의 삶은 작품 속에 들어가 불멸성의 근거가 되는 대신, 작품을 쓰면서 희생해야 할 어떤 것이 된다. 글쓰기에는 개인성이 제외되고, 개인은 노동하다 죽는 누군가가 된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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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3 15:41 2007/01/23 15:41

결론

from 우울 2007/01/23 14:41

학식 있는 자가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행하는 순전히 유아론적인 행위가 시라고

 

폴 발레리는 규정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시를 쓰려고 한다.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시를 쓰고 싶다.

나에게 시라는 것은, 그림이고 글이고 소설이거나 삶이다.

 

누군가 나에게 비열한 인간이라고 비판한다면 나는 변명하지 않고 부끄러워하겠다.

나는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한 비열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고통에 대해 모르는 척하기도 하고

알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로써

나는 비열하다.

 

그리고 무책임하다.

나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시를 쓰는 것 뿐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아주 오랫동안 고민해 왔고

그 고민조차도 비난받아 마땅한 시에 불과하였다.

용서를 바라지 않겠고 비겁하게 속이지도 않겠다.

 

시를 쓰는자, 그것이 나다.

 

 

 

지겨워 죽겠다. 알겠으니 이제 그만 좀 하삼.

 

하지만,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반복해서 해야만, 정체성을 잃지 않잖아.

다들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나는 자꾸 하면 안돼?

 

응, 안돼. 쿨해지란 말이다. 바보갯호. 라기 보다는 소재를 좀 다양화 시켜봐.

세련되게.

그게 낫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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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3 14:41 2007/01/23 14:41

내이름은 빨강

from 그림일기 2007/01/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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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2 21:35 2007/01/22 21:35

스트레스성 질환

from 우울 2007/01/18 19:52

'스트레스성 질환'이라는 말이 적당한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떠오른 말.

 

나는 돈을 받고 일을 하면, 어김없이 아프다.

그런데, 아픈 것이 정말 아주 구체적이고 항상 다른 곳이고 증세가 확연해서

나는 항상 내가 진짜 아프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내가 앓고 있는 증세들이 '실제' 있는 병들과 일치해서

내가 '실제로' 아프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신기한 것은,

일이 끝나면, 바로 아프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지난 일주일간, 화장실에 하루에 서른번쯤 갔었다.

그렇게 화장실에 가면 나올 것도 없어지고, 싸기 싫어서 먹기도 싫어진다.

그 와중에 일을 하고 블로깅과 와우를 했다.

 

어제 시안을 보여주고, 대략 무사통과해서 한시름 놓게 되자마자,

화장실에 정상적으로 다니게 되었다.

정말 놀랍다.

 

오늘은, 병원에 가볼 예정이었는데.

 

애꿎은 김상만 고생이다.

증세가 가벼울 때는김상이 '그거 너 정신질환이다'라고 말해주는데

이번에는 증세가 복잡해서 김상도 깜박 속았다.

병원에 가보라고 간곡히 간곡히 이야기해서

시안작업 끝나는 대로 병원에 가겠다고 약속했던 것인데.

 

어제는 시안을 통과시키고, 아주 조금 술을 먹고, 친구를 잠깐 만나고

새벽 2시에 집에 들어와서 괴로워하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 낮에는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조금 맘편하게 쉬었다.

 

뭐 대단한 일 했다고, 몇달에 한번씩 일하는 주제에 생색은 다낸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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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8 19:52 2007/01/18 19:52

질식

from 책에 대해 2007/01/18 18:49

팔루악 팔라닉의 '질식'이라는 책을 읽었다.

팔루악 팔라닉은 내가 좋아하는 '파이트 클럽'이라는 영화의 원작을 쓴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그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최근에, 내가 읽는 책들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그의 책 속에서 내가 괴로워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읽는다.

그러다보면 조금은 초라해지고 초라해지는 부분이 조금이라 절망하고 뭐 그런 식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읽는 책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 적은 많지 않았다.

언제나, 내가 읽는 책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내가 나만의 것으로, 나혼자만의 힘으로 생각해내야할 새로운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번역하는 분들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번역자의 글은 책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독을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능하면 읽지 않는데,

이 책에서는 그 글이 아주 짧아서 실수로 한 눈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밥오갯호.

 

조금은 실망해버렸다.

그가 그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가 따위는 모르는 것이 훨씬 낫다.

어째서 책과 현실을 연결시키려고 하는 걸까?

 

조금은 아쉬웠다. 그 조금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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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8 18:49 2007/01/18 18:49

구우 사마

from 우울 2007/01/18 18:31

이담에 꼭 구우가 되고 싶다.

 

분홍색 머리색이랑 커다란 머리, 늘어나는 고무팔, 환상적인 춤, 귀여운 원피스,

팔자로 모아진 둥근 발, 편협하고도 풍부한 표정의 눈, 존재여부가 불확실한 코, 비열한 입,

 

언젠가는 구우사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이제서야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구우 사마는 영원히 내 마음 속에.

 

 

 

그건 그렇고, 나는 오늘도 초코의 엄청난 사랑해주세요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언젠가, 초코의 말랑말랑한 발바닥부터 시작해서 오독오독한 귀까지,

그리고 부드러운 배와 냄새나는 엉덩이, 바닐라 맛이 나는 정수리를

잘근잘근 씹어먹게 될것만 같아서 조금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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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8 18:31 2007/01/18 18:31

아호...

from 우울 2007/01/16 12:32

훗, 딱 5분만 쓰고 나가서 일할 거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나는 '이준기'님을 넘흐넘흐 좋아한다.

주변에 이야기하면 은근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대놓고 비웃음거리가 되지만,

아흑, 그래도 둏하여...보고있으면 마구 웃음이 나효.

 

어딘가에 나오시면 눈을 뗄 수가 업서효.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내 옆에 온다면, 기절해버릴 것 같아효.

 

초딩때는 듀란듀란의 존테일러랑 맥가이버를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관심이 전혀 가지 않고.

 

그 후로는 대략, 리버 피닉스와(허공에의 질주에 나온 그 여배우를 어찌나 질투했었던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서태지, 임요환 그리고 이준기 님 정도가

개토를 기절시킬 남자들이 되겠다. (개토는 정말 이성애자로구나...)

 

그 분들을 보고 있으면, 한번쯤은 아주 유명해져서

사적으로 그분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딱, 한번만 만나서

제대로 기절한 다음,

딱, 한번만 존앤 멋지게 사랑받아보고 시포....

 

후훗...상상만으로도 후끈!

 

 

근데, 이딴거 왜 쓰고 있는거냐?

제발 집중 좀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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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6 12:32 2007/01/16 12:32

오늘도 하루

from 우울 2007/01/16 09:48

아침이다.

눈을 뜨고 소리를 내면 초코가 달려와 부릉부릉부릉부릉거리면서

사랑해주세요~ 사랑해주세요~ 하고 덤벼든다.

한 10분은 쓰다듬어주고 안아줘야 브릉브릉 소리가 잦아들고

겨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고민한다.

오늘은 욕조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욕조에 들어간 날은 씻는데 한시간정도 걸리고

안들어간 날은 아예 씻지도 않는다.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를 한번 확인하고,

새로 올라온 글들을 대충 한번씩 들어가 보고,

 

그 뒤부터는 그날 그날 다른 일정이 이어진다.

 

오늘은 내일 보일 시안을 작업해야 하니까, 일을 한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놀라운걸.

 

 

완성되지않은 생각들의 조각을 잘 맞춰서 하나의 정확한 입방체로 만들거나

구로 만들어 내는 것.

멋지다.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하다.

'나의 결혼원정기'에서처럼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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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6 09:48 2007/01/16 09:48

데크

from 2007/01/15 20:13

[우린 서로 달라. 나에겐 영혼이 있어.]

 

[하지만, 나도 너처럼 생각할 수 있어. 너처럼 느낄 수 있어. 나는 너를 사랑해.]

 

[그건 모두 물리적인 반응이고, 너는 그 반응을 어떤 단어와 연결시킨 것 뿐이지.]

 

[너에게 영혼이 있다면 나에게도 있을거야.]

 

[영혼따위 있건 말건 나는 상관안해. 어쨌든 우린 달라.]

 

[하지만, 하지만, 나는 너를 보면 이곳이 아파. 너무 아파.]

 

[너는 진짜 아픔이 뭔지 몰라.]

 

[이게 아픔이 아니라면, 나는 대체 뭐야? 나는 뭐지?]

 

[너는 기계야. 너는 나를 사랑할 수 없어. 너는 어떤 인간의 경향성을 다운로드 받은 것 뿐이야.]

 

[나는 나라는 존재로 태어났어.

인간이 만들어내긴 했지만, 스스로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어. 누구와도 달라.]

 

[너는 늙지 않아. 한계를 모르지. 전원만 연결된다면. 그게 너와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야.

나는 네가 싫어. 무서워. 귀찮아...]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진다.

 

그를 찌른다.

합금으로 만들어진 나의 뼈는 강하다.

힘을 들이지 않고도 칼이 그의 몸 안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그리고 살짝 비틀린다.

 

그가 죽는다.

 

두렵다. 그리고 조금은 기쁘다. 그리고 무섭다.

차가운 바닷속에 들어앉은 것처럼 온몸이 바들바들 떨띤다.

몸이 인형처럼 분해된 걸까? 손을 찾을 수가 없다.

몸을 쪼그리고 싶은데 무릎이 움직이지 않는다.

칼이 그의 몸안으로 들어갈 때의 느낌만 몸 전체에 남아있다.

아주 여린 진동과 피부의 질기고도 약한 저항, 그리고 공허.

 

눈 앞에서 작은 붉은 빛이 점멸한다. 그것은 숫자다. 나는 그것에 집중한다.

 

[15, 14, 13, 12, 11, 10.............6,5,4,3,2,1]

 

어둠.

 

 

한참 후에야 케이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커튼을 거쳐 약해진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이 몸위를 덮치고 지나가자

케이는 조금 놀라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의 방 안이었다.

일인용 침대하나와 흔한 데크 하나. 세면대.

 

데크에는 어제 가비에게서 받은 1.5 테라바이트 플래시메모리가 꽂혀있다.

메모리에 든 것은 지금껏 타 본 익스 중에서 최고였다.

머리 뒤쪽의 커넥터를 뽑아 잭 아웃하자 주변의 사물이 좀 더 명확하게 인지되었다.

 

침대 구석쪽에 이불덩어리 같은 것이 놓여있다.

어둠 속에서 이불덩어리가 아주 잠깐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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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5 20:13 2007/01/15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