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춤과 해방노래

나의 화분 2004/10/15 02:19

아래 사진이 내가 추는 '해방춤'이란다.

나는 신나고 흥이 날 때면 언제든 이 해방춤을 춘다.

사실 해방춤이란 다른 것이 아니고 그냥 흥이 나는대로 몸을 흔드는 것뿐이다.

정해진 동작이나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냥 몸에서 흐르는 기운을 느끼며, 그것을 그대로 발산하는 춤이

바로 아래 사진에서 잘 보이는 해방춤이다.


 

2004년 10월 12일 화요일 저녁 서울 인사동에서는

노무현과 부시와 블레어를 민중의 재판정에 세우고 전범으로 기소하자는 민중재판운동 캠페인이 파병반대 널린노래방과 함께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민중재판운동을 설명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사람들의 참여를 호소했으나 많은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운동에 동의한다는 표시를 보이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것이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금함에 천원짜리를 넣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자신도 직접 기소인이 되어 이들을 전범으로 재판정에 기소하겠다면서 서명을 한 사람은 더욱 적었다.

 

아마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당장 종식되어야 하며, 한국의 자이툰 부대도 철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행동을 통해 그런 생각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극히 적은 것 같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유인물을 나눠주며 전범 민중재판 운동에 참여를 호소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문제는 우익보수주의자들이다.

이날도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돌리다 매우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나이든 아저씨에게 걸려들고 말았다.

다음 사진을 보자.


 

사진 속의 아저씨는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조단조단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은 나에게 협박 비슷한 손찌검을 하면서 '어린 놈이 미국의 은혜를 알기는 아냐, 국제사회의 위상이란 것을 알기는 아냐, 국익이란 것을 고민이나 해봤냐' 면서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고 있었다.

 

나는 그 아저씨로부터 슬슬 피하면서 될 수 있으면 상대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정말이지 더러운 똥은 피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역사를 운운하고 정치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참 가소롭다. 한마디로 역사를 제대로 안다면 미국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군을 보내야 하고, 정치를 제대로 안다면 미국 중심의 질서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라도 군대를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역사란 추악한 사실은 모조리 가려진, 심히 뒤틀리고 왜곡된 역사다. 내가 교과서로 배웠던 역사 역시 마찬가지.

 

 

오래되어 소리도 칙칙한 내 낡은 기타와 가방들이 길바닥에 맘대로 놓여있다.

 

이 사진들을 찍은 대항지구화행동 http://cgakorea.org 의 wolfwood 는 이 사진에 '총대신 기타'라는 설명을 붙였는데, 참 그럴 듯 하다.

 

그래,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총대신 기타이니까.

 

파병반대 널린노래방에 기타를 들고 갔으니 노래를 몇 자리 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동소심의 예비군 병역거부를 응원하기 위해 갔던 자리이다. 하지만 전범 민중재판 운동이나 파병철회 운동이나 병역거부 운동이나 모두 전쟁을 없애고 평화를 위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평화를 향한 비폭력 직접행동이라는 점에서 나는 이들 모두를 지지하고, 또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나는 '재활센터'를 부르고 '전쟁없는 세상'을 부르고 '나이키? 아나키!'를 부르고 이어서 계속 '호보'를 부르고 '강철민에게'를 불렀다.

 

10월 초에 피자매연대의 달거리대 가판과 워크샵 일정이 많아서 목에 좀 무리가 갔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목이 아프고 노래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기타도 낡은 것이어서 줄이 많이 떠있었기에 하이 코드가 많이 들어가는 강철민에게 같은 곡에서는 치기가 힘들어 손에 힘도 많이 빠졌다.

 

그래도 노래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올라 다음에 나오는 사진처럼 '야수'가 되기도 한다.

 

음. 사실은 이날은 바람이 자꾸 불어서 머리카락이 연신 입에 들어갔다. 두 손으로 기타를 치면서 잠시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보내면서 노래를 부르다보니 신경이 좀 쓰여서 야수처럼 나온 것 같다.

 

해방을 노래한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길을 걷는 것이다. 나는 겉으로는 야수처럼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 순례자가 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길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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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5 02:19 2004/10/1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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