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없는 드라마 같은 장기투쟁
분류없음 2010/12/07 13:23두리반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제 곧 농성 1주년을 맞이한다.
우리들은 2010년을 정말 뜨겁고, 차갑게 보내고 있는 중이다.
모든 장기투쟁 사업장이 그렇겠지만 두리반 투쟁은 정말 각본없는 드라마같다.
이게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흥미진진한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는 사실.
게다가 우리들은 각자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그에 따라 상황은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나는 오늘도 시나리오 작가가 된다.
두리반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쓴 시나리오를 고치고, 추가하고, 삭제하면서 수정해나가고 있다.
함께 꿈을 꾸고, 그것을 두리반이라는 현실 공간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제는 찰서 생일이었다.
두리반에서 벌써 몇 번째 맞이하는 생일잔치인지 모르겠다.
내 생일도 여기서 맞이했었다.
나는 원래 생일잔치를 별로 하는 편이 아니어서, 작년 용산참사 현장에 있을 때도 생일잔치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었고, 레아 사람들도 그걸 몰랐다.
두리반에서는 다르다.
조그만 케잌을 마련해서 전기없는 두리반에 촛불을 켜놓고 같이 축가를 부르며 박수를 치는 순간이 나는 소중하다.
서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위로하는 시간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조난당한 사람들과도 같다.
막개발이라는 재해로 삽시간에 쫓겨나 길을 헤매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매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묻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이제 우리는 어쩌면 좋지?
누구도 속시원한 대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지금과 같은 조난상황에서는, 필수적임을 우리는 또한 본능적으로 안다.
두리반 투쟁이라는 이 각본 없는 드라마는 아마 두리반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어제 찰서 생일잔치에 모인 사람들과 우린 또 즐거운 꿈을 꾸며 헤죽거렸다.
지하에는 공연장을 만들고, 1층엔 식당을 열고, 2층엔 사무실, 3층엔 극장, 4층엔 대안강좌 등을 열 수 있는 대중지성의 정원을 만들고, 아니 사우나도 있어야지, 게스트 하우스도 만들어서 누구나 와서 잘 수 있도록 해요, 아 녹음실도 있으면 좋겠고, 작업공간도 필요하네, 편히 쉴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두리반이 무한히 확장되는 꿈을 오늘도 우리는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