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늪이 된 새만금 갯벌

평화가 무엇이냐 2006/07/14 19:14
감정적으로 매후 힘든 한 주를 보내고 있다.
 
평화행진을 5일동안 같이 하면서 정이 들대로 든 친구들이 깡패와 우익들에게 얻어맞는 모습을 봐야 했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경찰들에게 두들겨 맞으며 실신하고 피를 흘리는 모습을 봐야 했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예전부터 봐왔다면서 나를 알고 있던 '평택소녀'는 그런 폭력적인 국가기관의 앞잡이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생체정보를 넘겨줄 수 없다면서 저항을 했지만 경찰은 완력으로 그를 제압하려 들었다.
FTA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찰이 보인 모습 역시 극도로 잔인한 폭력이었다.
 
없어진 기타는 더욱 내 맘을 아프게 했다.
공연 부탁이 들어올 때마다, 그 기타를 들고 노래를 하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을 누가 물어 뜯는 것 같았다.
그냥 난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고,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누구에게서든 사과나 위로를 받고 싶다.
그것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기만 하면, 경찰이 약이 올라서 그것을 깨부수었는지, 아니면 차에 실어놓은 그것이 땅에 떨어져 누가 줏어갔는지, 아니면 누가 보관하고 있는지 알기만 하면 난 그것을 깨끗이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재수 없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법이니까, 그냥 내게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여기고, 그놈을 싹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애가 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애가 타다가, 화가 많이 났다.
그러다가 지금은 우울하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럴 수도 있다.
 
내가 사는 집은 다시 비가 샜다.
비가 제일 많이 쏟아지던 날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아랫집에서 잠을 조금 잤다.
그리고 다시 아랫집에서 밤새 일을 하다가 만 이틀만에 집에 돌아갔더니 부엌 천정에서는 계속 비가 새고 있고, 부엌 바닥은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곰팡이 같은 냄새도 약간 나면서 습하고 불쾌했다.
그런 곳에서 24시간을 누워서 악몽에 시달리며 뒤척였다.
 
계화도의 기화 언니가 새만금 갯벌에 나갔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울다가, 지쳐서 잠을 자다가 어두컴컴한 방 안에 멍하게 앉아 있었다.
누구보다 갯벌에 대해 잘 알던 사람인데,
누구보다 새만금 갯벌을 막지 말라고, 생명을 지켜달라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셨던 분인데, 가진자들이 막아버린 바로 그곳에서 유명을 달리하셨다.
생태계의 변화는 이렇게 빨리 찾아오는 법이다.
돈벌이를 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갯벌을 막든, 터널을 뚫든, 농민을 몰아내고 땅을 빼앗든, 민중의 삶이 아작나든 괘념치 않는 자들에게 새만금 갯벌은 무슨 경고라도 내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명의 갯벌도 한 순간에 죽음의 늪으로 바꿔버리는 것이 바로 '자본'이라고 말이다.
 
이 불평등하고 더러운 세상을 조금이나마 근본에서부터 바꿔가려고 운동이란 것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 하나 있다.
극소수의 자본가들과 권력자들은 자신들을 위해서 끊임 없이 파괴하고, 개발하고, 전쟁을 일으킨다.
자동차를 개발하고, 무기를 개발하고, 핵발전을 하고, 어떤 나라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극소수의 지배계급이 누릴 사리사욕을 위해 벌이는 공사의 대가로 끔찍한 피해가 발생하는데, 그 피해는 다수의 약자들에게로 집중이 된다는 것이다.
약자들 가운데서도 더 힘이 없는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이것은 끔찍한 구조적 폭력인데, 이런 폭력이 계속 발생하도록 이 사회가 구조적으로 되어 있다는 말이지만 그 구조적 폭력으로 나타나는 피해는 구조적이지 않고, 너무나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내가 기화 언니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며칠 전인 7월 8일 토요일 평택역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였다.
서울에서부터 걸어내려온 평화행진 친구들과 팽성 주민들, 그리고 전국에서 평화를 염원하며 사람들이 모여 있던 그곳에서 기화 언니는 다른 계화도 분들과 함께 평택 미군기지 확장하지 말라고, 평택 농민들의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외치고 계셨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끼리는 눈빛만 봐도 안다고 기화 언니는 팽성 농민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힘든 고통, 기화 언니가 있는 곳에서는 더 이상 느끼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06/07/14 19:14 2006/07/14 19:14
tags :
Trackback 0 : Comment 1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dopehead/trackback/413

  1. 매닉 2006/07/14 22:43 Modify/Delete Reply

    오늘에서야 비보를 전해들었다.
    정말 슬프다...
    갯벌과 함께 돌아가시다니...

Write a comment

◀ PREV : [1] : ... [64] : [65] : [66] : [67] : [68] : [69] : [70] : [71] : [72] : ... [163]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