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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09
-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14)
처음엔 'GV 잘 했구요..'라고 했다가
무사히 마쳤구요...라고 고쳤어요. ^^
<엄마...>를 보고 처음으로 울어봤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거리두기가 되었다는 말인지
아니면 최근의 상황이 반영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많이 울면서 영화를 봤고 첫 발언 때 울컥 눈물이 나왔어요.
사회자도 당황했고...그보다 제가 더 당황했어요.
정말 우스운 건 뭔지 알아요?
관객의 첫 질문을 듣는 순간, 제가....GV용으로 트랜스폼 되더라는 거예요.
물기 하나 없이 짱짱한 목소리로 이러저러하게 말을 하고 있더군요.
나중에 사무실 동료 J는 첫 발언 때의 저의 흐느낌을 잘못들은 줄 알았답니다. ^^
경험상 GV에서의 울음은 전혀 도움이 못되더군요.
저는 영화보는 동안 내내 울면서 기도했어요.
제발 눈물없이 이 GV를 끝나게 해달라고.
처음, GV 첫 질문으로 사회자가 영화를 4년만에 보는 기분을 물었을 때
저는 갑자기 마음이먹먹해져서
"내 주인공들의 상황이 너무 나빠져있어요.다큐는 힘이 없는 것같아요"
하면서 울컥 눈물이 솟았지만 다행히도 나는 눈물없이 대화를 잘 끝냈습니다.
객석에 m과 j가 있어서 힘이 되었어요.
여성영화제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아마도 마침표라고 생각이 됩니다.
앞으로도 <엄마..>의 상영은 종종 있을 수 있겠지만
저에게 여성영화제가 처음을 제공했던 것처럼 이제 마무리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그렇게 믿고 싶어요.
자, 이제 너 나아가야 하지않겠니? 하구요.
한동안 다큐멘터리 작업자체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먼길>을 촬영하면서 저는 저의 자격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관객과 감독 말고, 등장인물은 어디에 있는지
일상의 세밀한 순간을 포착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렇게 찍한 화면을 편집하면서
제가 1순위로 고민하는 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였지
그 사람이 어떻게 비춰질까는 절대 아니었으니까요.
내가 당신을 희생할 자격이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나는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당신이 카메라를 들고 내가 찍히는 사람이었더라도
이 상황을 용인했을까를 고민하다보면 항상 정답은 NO!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촬영본은 숭숭 비어있습니다.
오늘 푸른영상 동료들과 함께 애기하고 함께 나누면서
제 고민이,
바닥에 코를 박고 있어서 오직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그 고민이
다른 누군가에도 힘겨웠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조금 힘을 얻었습니다.
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이 벽이
내가 처음도 아니고 끝도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뻤습니다.
그렇게 밀고 가야하는 고민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 기쁨을 담이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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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같이 있지 못해 미안하고, 눈물났던 마음 알 것 같고,작업 그 자체에 대한 고민, 앞으로도 같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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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초과근무로 인해 가지 못했어요;;아쉬워라.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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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현/그래요. 선배 페미니스트감독들의 작업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고 싶어요.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을지...이해해보고 싶어요.나비/초과근무라니...힘드셨겠어요. 이제 학생 아니시시군요... ^^; 새로운 영화로 새롭게 만날 수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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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성영화제야 말로 꼭 같이 봤어야 했는데 놓쳐버렸네요. ㅡㅜ미디액트 갈 때마다 엘리베이터에 붙은
일민미술관(?) 기획 상영 소식을 본답니다.
"알엠이닷" 속으로 아는 척하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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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바쁜 계절이 돌아왔군요. ^^ 이번에 앵두 때문에 영화 많이 못 봤어요. 그래도 하늘이랑 최초로 같이 영화를 봤다는 데 의미가.... ^^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고 그러네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