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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23
- 맥으로
파이널 컷 프로로 편집을 하라는 동료들의 조언에 따라 맥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사실은 7월에 이미 시도했던 일이지만 편집이 미뤄지고 중간에 은행 쓸 일 있어서
다시 윈도우즈로 돌아갔다가 쉽게 돌아오지 못했다.
한영 전환해야 하는 거며 키들이 많이 낯설어 조그마한 꼬투리만 생겨도 자꾸 윈도우즈를 썼다.
그런데 이제는 더 갈 데가 없다.
물기를 빼고 바삭하게 살아가야 할 것같다.
우연한 만남이 또다른 만남을 불러오고 과거의 사람들이 현재의 시간을 장악한다.
그러다보니 지금 하는 일들이 뒷전으로 밀려난다.
만남을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문득 생각의 실마리들을 따라가다보면
전혀 딴 세상에 마음이 가있는 것이다. 좋지 않다.
아사코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20대의 누군가가 보고 싶어서 잠깐 만났다가 오랫동안 후회했던 적이 있다.
다시 만난 그 애는 20대 초반의 사려깊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때였다.
우리는 둘다 헤매고 있었으며 허청거리듯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었으니까.
나는 이런 저런 단체들을 전전하고 있었고 그애는 사법고시를 준비한다 했었지.
단지 한 번밖에 만나지 않았음에도 그 애는 섯불리 조급함을 드러냈으며
나는 조용히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10년.
좋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한 선배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확보하는 것.
이제 물기를 빼고 알콜기운도 빼고 바삭하게 살아가야할 것같다.
작업모드에 돌입한다. 이렇게 선언하고 나면 그 말이 나를 구속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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