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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고, 복잡하고, 사람마다 다 다르고, 할 때마다 다른 교사의 일은,
본질적으로 지적이고 윤리적인 과업이다.
교직은 직업중의 직업, 다른 모든 소명들을 앞서 이끄는 소명이다.
극도로 실질적이면서도 초월적인 활동이며
냉혹할 정도로 사무적이면서도 근본적으로 창의적인 행위다.
가르침은 도전에서 시작하여 늘 신비로움을 간직한다.
- 만화 가르친다는 것 103p
만화를 구해서 다시 봐야겠다.
이번 학기 학생들은 다 좋다.
물론 모든 학생들은 다 좋다.
다만 작업에 얼마만큼의 노력을 배분하고 있느냐가
면담시간을 좌우한다.
대학시절, 7학기 째에 4.5만점에 평점 4.2를 맞았다.
대학 들어와서 처음으로 공부란 걸 해본 학기였으니까.
졸업에 필요한 140학점은 다 땄지만 조기졸업은 안됐다.
조기졸업 조건이 전체 평점이 4.0을 넘어야 했으니까.
그보다 더 황당했던 건
어이없게도 '한국사'과목이 전공이 아니라 교양이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140학점 중에 63학점은 전공학점이어야 하는데 나는 60학점 뿐이었던 것.
그래서 8학기 째에도 수업을 들어야했다.
4.0을 처음 넘어봐서 새롭게 안 사실이
보통은 18학점에서 21학점을 신청할 수 있는데
4.0을 넘으면 24학점까지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24학점을 다 채워 신청했다.
4년동안 요리조리 잘 피해다녔던 고려시대사를 어쩔 수 없이 들었고
나머지 21학점이 교직이었다.(그러고나서 학교에 한 번도 안가서 망할 뻔함)
그 때 학교를 열심히 나가서 공부를 했으면 내 인생이 좀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
도 잠시. 그 때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다.
엄마는 조기졸업한 러시아언니를 거론하며
"걔 보니까 마지막 학기에는 학교 안가도 되던데 집안 일을 도와라"라고 말해서
학교를 못 간 거였다.
미디어교육을 시작하면서 교육학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1시간 동안 졸업작품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학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내가 좀더 아는 게 많다면, 내가 좀더 현명하다면
학생들에게 더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 가서 눈이 빠지게 영화를 본 것도
최신 다큐의 경향과 유행을 파악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가 온다.
고구마 수확을 앞둔 이 때 내리는 비는
고구마를 무럭무럭 자라게 한다.
고마운 비가 내린다.
가르치는 일은 신비롭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나와의 대화가
이 비처럼 의미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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