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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 매일매일 작업일지

나를 다큐멘터리의 길로 이끌어준 선배의 신작을 보았다.

보고서 별 감흥이 없었다.

큰일났다 싶었다.

이번 호 작은책에 그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결국 쓰지 못했다.

며칠을 고민하다 급하게 다른 영화에 대한 글을 써서 넘기고 이렇게 정리.

 

모든 영화에는 기획의도라는 게 있다.

완성된 영화는 기획의도 사이에는 늘 틈이 생긴다.

나의 경우는 그 틈이 더 크고 넓다.

그래서 늘 완성된 영화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 부끄러움에 대해 미술평론가 임쌤은

"창작자들은 원래 부끄러운거야.

부끄러워하지 않는 창작자가 더 이상한 거야"

라고 위로하셨지만

그 틈에 위축되지 않으려고  늘 주문을 건다.

내 작업을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이니 사랑하자,라고.

 

기획의도와 완성된 영화와의 틈을 영화 안에 고백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라면 감독을 잘 알아서 영화 안에 그 틈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영화 밖 사연까지 아는 경우가 있다.

선배는 열심히 산다.

나는 강의를 하고 교육을 하고 또 글을 쓰고 그러느라

작업에 집중을 못할 때

선배는 막노동을 하며 작업에 집중한다.

나는 그런 선배의 삶을 존경한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하는 게 아닐까 자책하며, 깊게 존경한다.

그래서 그렇게 노동일을 해서 번 돈으로 만든 영화를

경건한 마음으로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영화가........

새로운 게 없다.

새로운 게 없다구.

이걸 어떻게 해야해?

 

그냥 눈을 감고

영화를 만들기 위한 그 노력과

농부의 마음으로 풍년이든 흉년이든 어김없이 영화를 만드는 그 성실에 집중하며

영화에 대한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런데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마음아프고 안타깝고 애틋하고 좋았지만

새로운 게 없었어.

나는 다를 수 있을까.

내 영화는 어떨까.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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