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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역시 일이 엄청 많이 밀려있을 때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채 하는 넋두리가 블로깅의 참맛인 듯.

 

진보넷이 아닌 다른 데를 기웃거리다가

자주 찾게된 블로그가 있는데 바로 http://retired.tistory.com/

또 여기도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

이 분들의 블로그에는 빠지지않고 시비거는 덧글들이 붙는다.

그리고 이 분들은 그냥 그런 덧글들은 스킵하신다.

오히려 블로그 단골들이 나서서 싸우기도 한다.

그런 양상들이 재미있기도 했고 또 배우기도 많이 배웠다.

 

결국 주저앉았지만 헤매던 시간은 유용했다.

티스토리와 이글루스 또한 포탈과의 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러니까 그 전에는 몰랐다는 말이다... ㅠ.ㅠ)

도대체 블로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도 했고

또한 나한테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자세로 블로깅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상상을 해봤다.

새로이 블로그를 만들면 아기엄마라는 사실은 드러내지 말고

그냥 영화감독 아무개로서의 정체성으로만 글을 쓸까라는 생각도 했고

아니면 엄마들 커뮤니티로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이 모든 생각이나 시도들을 진지하고 찬찬히 해보진 못했다.

요즘엔 뭔가에 몰두하는 일이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두서너달 전에 부탁받은 글들의 마감이 다 8월말이다.

내내 아무 생각없이 지내다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

촬영을 다시 재개했고 일상의 잔물결이 익지않은 생각들을 스르르 밀어다준다.

공선옥과 오정희를 다시 읽으면서 공선옥이 너무 좋아져서

블로그 제목도 그분의 신간으로 대신했다.

 

20대 초반엔 공지영의 글들을 즐겨 읽으면서

공지영 말고 공선옥의 글들을 더 좋아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불편했는지.

등장인물들의 누추함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젠 내 마음이 쏙쏙 스며든다.

나는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오정희의 <내 마음의 무늬>에는 밥 짓기 싫어 우는 소설가 오정희의 모습이 나온다.

마감에 쫓겨 취재를 다녀왔으나 청소와 밥짓는 일이 밀려있어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서 불을 켜둔 채 잠이 들고 마는 고단함.

그런 모습들이 참 정겹게 다가왔다.

좀 우습지만 그런 것들이 위로가 된다.

요즘 내가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지금 작업만 없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같다는 상상으로 현재의 상황을 원망하는 나.

그 마음과 비슷한 문구를 발견한다.

"글쓰기가 사라진 생활을 상상할 순 없지만 그런대로 삶은 관성의 법칙과

타성에 의해, 지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주어지는 소소한 기쁨과

자잘한 근심 걱정으로 무늬를 짜 넣으며 무탈하게 흘러갔다"

그렇게 평온하던 어느 날, 그녀는 무엇인가 자기를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듣고

밤길걷기를 시작한다.

 

열흘은 집에서, 스무날은 작업실에서 일한다는 전경린에게

그 상황에 언뜻 부러움을 던지지만 그녀의 다른 이야기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제발, 남에게나 다른 가치에 얽매이기 싫다면, 나 스스로 완전해지고 싶다면,

나의 결정에 혹독하고 자신의 규율에 더 엄격해질 것.

요컨대 중언부언하지 말 것. 나의 일을 적절히 조절할 것.

숨구멍들을 활짝 열고 매순간 마음을 다해 살 것.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집안 일을 직접 할 것.

사랑하면서 살 수 없다면 삶을 그만 둘 것.

아이들 속에서 일할 수 없다면 글쓰기를 그만두고 다른 일거리를 알아볼 것.

고통을 고통이라 부르지 말고 나의 생이라 긍정할 것."

 

이 모든 상황은 나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대해서 스스로 회의가 들더라도

혹여 누군가 한심해하고 비웃을지라도

나는 간다. 

망설임과 비틀거림까지 안고 그렇게 가야 한다.

이 시간도 곧 지나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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