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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8호> 두 개의 문을 본 자, 최규석을 읽어 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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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상상력
<습지생태보고서>를 보고 단박에 77년생인 이 청년에게 반했다. 책 제목만 보고 환경관련 보고서인줄 알았다가 책을 보고는 “아이고, 깜딱이야! 웬, 습지?” 한마디로 말하면 ‘리얼궁상 청춘만화’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 흔한 말로 홀랑 깬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귀엽고,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상상력은 절묘하다. 
“시련은 부자에겐 가지 않아” 말간 얼굴로 이런 대사를 치며 비록 가난해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지지리 궁상을 떨어도, 배고파도, 자꾸 초라해 져도, 몰두하며 탕진하는 젊음의 여유. 그렇게 빛나는 궁상을 여유있게 떨며 몰두하는 젊은이들이, 나이 들어도 여전히 지혜롭고 아름다울 거라 믿게 되었다. 무엇보다 남루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점이 기특했고, 마음 따뜻하고 뚝심있는 젊은이가 심지어 상상력까지 발랄하니, 기꺼이 침 흘리며 부러워했다. 그래서 최규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리얼 상상력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다시 한 번 리얼 상상력이 머리를 꿰뚫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프레스기에 손가락이 잘려 쓴 소주를 마시는 둘리, 도우너에게 사기당해 화병으로 죽은 길동이, 폭력으로 감옥을 들락거리는 희동이, 도우너를 해부용으로 팔아넘기는 철수, 몸을 파는 또치, 밤무대에서 연주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마이콜까지. 어릴 적 열광했던 캐릭터들이 어른이 된 모습은 함께 성장한 동시대 우리들의 가감 없는 초상이다. 첫 번째 작품집이라 곳곳에서 서툰 느낌이 있고 다른 작품들에 비해 갈무리 되지 않은 어두운 감성이 보이지만, 그렇게 고민하는 최규석을 보는 것도 좋다.

 

돌아보기
<대한민국 원주민>에서는 최규석이 자신을 돌아본다. 상처와 고통스런 삶에 대한 기억을 갖고 살아내는 이웃들에 대한 애정과 성찰이 깊다. 그 때는 힘들다고 말할 틈도 없이, 힘든 줄도 모르고, 남들 다 그렇게 사는 줄 알고 살았다고. 여러 대목에서 뭉클하고 자주 웃었다. 스스로 비단결 같은 심성을 지녔다고 쓴 최규석이, 없이 살면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없이 살아도 씩씩한 사람들의 삶을 밝은 눈으로 보면서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어 고맙다.

 

끓어오르기 직전
백미는 <100℃ - 뜨거운 기억, 6월 민주항쟁>이다. 역사적인 사건의 시간과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잘 만난다. 특별함을 타고난 누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끓어 넘치게 되는지. 두렵고, 귀찮고,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숨죽여 살다가 폭발하는 때. 그런 폭발이 다시는 6월 항쟁처럼 오지 말아야 할 터이다.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며 한없이 숨죽여 사는 동안 너무 많은 우리 이웃이 죽고 다친다. 적어도 아직 고문으로 죽는 자가 없을 때,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아직 없을 때, 그러나 이미 경찰이 용역깡패와 작전을 짜서 사람을 죽이고 시위대를 상대로 살인무기를 휘두른다. 끓어 폭발하기 직전 99도라고 믿고 싶다.
최근 발표한 <지금은 없는 이야기>를 아직 읽지 못한 사이 다큐영화 ‘두개의 문’ 포스터의 인물이 최규석이라는 말을 듣고 무릎을 치며 ‘옳거니!’했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훤칠한 외모조차 사랑받고 있음을 알고 있던 터에 용산학살, 공권력의 폭력을 다룬 영화의 표지모델로 그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더운 여름, 아직 읽지 않았다면 최규석을 보며 머리를 헹궈보길 추천한다. ‘두 개의 문’을 보았다면 더욱이 최규석을 읽어보면 좋겠다.

 

권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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