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8호> 켄 로치 감독의 ‘칼라 송’ 내 경험을 넘어서는 상상력이 필요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들이 내게 무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느냐고 질문하면, 개인용 컴퓨터에 외장하드 7개를 연결해놓고 주로 다큐가 담겨있는 외장하드 영화파일들을 정리하고 분류하면서, 이 작업에 빠져들어 시름을 잊는다고 답한다. 그 많은 걸 다 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럼 도서관 사서는 수만 권의 장서들을 다 보겠냐?”고 반문하며 묻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일상에 힘들고 지친 노동자들이 이 황금 같은 여름휴가철에 뭘 봐야 하는가라는 이 글의 주제가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나는 외장하드 관리자 10년 경력으로 집에서도 다큐들을 클릭하지만 이게 딱히 정답도 아니다. 흥미를 돋우어야 한다. 여기서 흥미란 루틴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루틴은 얼마 전 어떤 모임에서 나온 단어인데, 찾아보니 컴퓨터용어로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나는 이것을 ‘관성’이라는 느낌으로 이해했다. 이제 영화 한 편을 선정할 순간이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인 <칼라 송> 정도라면 루틴을 벗어나는 느낌, 일탈과 더불어 내 경험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 나도 알아’라고 실망하시는 동지들, 이 관점으로 영화를 다시 보셨으면 한다.
<칼라 송>으로 들어가 보자. 칼라는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칼라처럼 색감이 아주 환하고 곱다. 적어도 전반부의 로맨스가 시작되는 장면에서는 그렇다. 주인공 조지는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버스 운전사다. 고리타분한 일상에 별 일이 있을까 싶은데, 우연찮게 사건이 터졌다. 조지는 승차권 없이 버스에 타서 곤경에 처한 칼라를 돕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알고 보니 칼라는 니카라과에서 무용수로 일했었는데, 혁명에 참가해 엄청난 고초를 겪은 후 고국을 떠나 영국의 거리에서 춤을 추며 구걸을 하게 된 것이다. 칼라가 과거의 고통을 못 이겨 자살기도를 하자, 그녀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조지는 함께 니카라과로 떠난다. 조지가 칼라의 동료들을 찾는 과정에서 내전으로 붕괴되어 가는 니카라과의 실상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조지의 눈을 통해 보여진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조지가 되어 조지의 버스를 타고 그와 함께 남미 혁명의 그 아수라장 같은 현장으로 떠나보자. <칼라 송>과 함께 내 건조한 삶의 ‘루틴’으로부터 잠시 벗어나보자.
사실 이 영화는 오래전에 같이 일했던 단체의 선배가 표가 남으니 <칼라 송> 시사회를 가자고 해서 영화관 중간 복도 양쪽으로 나눠 앉아 건조하게 본 기억이 있다. 영화를 다보고 바쁜 선배와는 바로 헤어져서, 그 칼라와 조지를 술과 함께 수다로 삼켜보지도 못했다. 아쉬움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도 올 여름에 집에서 <칼라 송>에 빠져 보련다.

 

황정일 

스페인 내전을 다룬 '랜드 앤 프리덤' ,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해방운동을 다룬 "칼라 송" , 아일랜드 민족해방운동을 소재로 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 노동문제를 다룬 "레이닝 스톤" , "내이름은 조" , "빵과 장미" 등 이번 기회에 켄 로치 영화를 완전 정복하는 건 어떨까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