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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7호> 울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 인터뷰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
의존하지 말고 함께 투쟁해야 이긴다!

울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 인터뷰

 

더위가 빨리 찾아왔다. 이 더위를 더 뜨겁게 달굴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된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계기로 25일 투쟁의 쓰라린 패배를 딛고 현대차 하청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을 결의했다. 이 투쟁의 정점에 서있는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을 만났다. 그는 신중했지만,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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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조합원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습니다”


최근 5공장, 수출선적부 등에서 신규로 노조가입이 늘고 있다. 현장에서도 집단가입을 조직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의 집단가입 운동의 의미와 현장 반응을 소개해 달라.

 

일단 비조합원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어요. 왜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지를 들어야 조직화의 방향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현장에서 간담회를 시작하면 업체 소장이 와서 다 현장으로 보냅니다. 그래도 다시 모여요. 전체 공장에서 600명 정도 참여했습니다. 예전보다 확실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거죠.
간담회에 참여하는 비조합원들 대부분이 대법판결보다는 불파교섭에 관심을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간담회에서는 교섭에 희망을 주면서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현실과 싸움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최근 들어 공장마다 비조합원도 파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정규직지부가 같이 하면 분위기가 더 올라올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교섭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투쟁의 필요성을 깨닫는 게 가장 중요”

 

공동출정식을 시작으로 원하청 공동투쟁이 본격화됐다. 지부와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제가 현장조합원이 아니고 비정규직지회 간부여서 그럴 수도 있는데 지부가 비정규직지회를 동등한 주체로 보고 함께 하려는 것보다는 지부-지회라는 질서를 강조하고 통제하려고만 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지부나 정규직 활동가들이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지부는 ‘정규직 정서’를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정규직들은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게 많은 반면 비정규직들은 그런 경험이 거의 없죠. 그렇기에 싸우는 방식이 지부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비정규직들이 정규직과 다른 방식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비정규직들도 정규직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되게 인식 하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지난 CTS 투쟁(25일 파업) 당시 농성장에서 같이 했던 정규직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CTS 밑에서, 밖에서 열심히 싸웠던 정규직 활동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자기 현실과 조건에서 함께 하는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는 걸 비정규직들이 이해한다면 원하청 공투는 더 단단해 질 거라고 봅니다.

 

 

현자지부에 대해 조합원/비조합원 모두 기대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1사1조직 조직형태 변경 문제도 그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대한 지회의 고민도 많을 것 같은데?

 

지부에 기대하는 조합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회 간부들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죠.
총회 결과(91.2%로 파업 가결)를 보면 파업을 해야 한다는 결의가 높아진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조합원들이 지부 교섭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고민들을 하고 있는 거죠.

 

 

조합원 비상총회에서 투쟁계획과 일정을 공유했다. 벌써부터 자본은 2년 미만자에 대한 해고를 자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향후 투쟁을 앞두고 지회장으로서 각오가 남다를텐데?

 

이 문제에 대해 지회가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어요. 지회가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계약해지에 이은 조합원들의 전환배치는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1공장에서 공정사수투쟁을 진행했어요. 회사가 먼저 유보 해서 잠시 주춤해졌지만 이번 주부터 다시 전환배치를 강행하려고 할 겁니다. 조합원이 있는 사업부를 파악해 집중투쟁을 벌일 생각입니다.
CTS에서의 25일 투쟁기간 동안 제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지회장이 버텨야 한다. 지회장이 버틸 수 있는 힘은 조합원이 버티는 것이다’라고 말이죠. 김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전기가 끊길 수도 있지만 단식도 불사한다는 생각으로 지회장이 버티는 것, 그리고 이를 조합원들이 함께 사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만큼은 ‘쟁취 없이, 투쟁 중단은 없다’는 생각으로 버틸 것이고 조합원들을 설득해가면서 끝까지 갈 겁니다.

 


“현대차비정규직만의 투쟁이 아닌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돼야”

  
비정규3지회가 7월 21일 ‘현대차를 포위하라’ 투쟁을 제안하고 있다. 이 투쟁을 기획하게 된 이유와 연대단위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산지회에서 제안해서 3지회가 함께 논의해 준비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투쟁은 25일 투쟁을 넘어서려고 하는 고민 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25일 파업은 현대차, 그것도 울산만의 투쟁이었죠. 올해 투쟁은 전체 하청노동자,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금속 비정규투쟁본부에 이 투쟁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연대단위들도 기획 단계부터 함께 만들어나가면서 연대를 확산시켜 나가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큰 싸움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평소에 존경하는 정규직 활동가가 나에게 한 말이 있어요. ‘쌍용차가 현재 힘든 이유가 쌍용차 동지들이 정말 투쟁을 못해서 그런 것이냐. 아니다 정말 잘 싸웠다. 쌍용차 동지들이 지금 힘든 것은 우리가 함께 책임져 주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우리 책임이다’라는 거죠.
우리가, 정리해고-비정규 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려는 모든 노동자들이 이 말을 한 번쯤 되새겨보고, 2012년 여름을 정말 뜨겁게 보냈으면 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실천하겠습니다.

 

정리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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