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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삶 8회 – 세상이 마음 같지 않지만...

 

 

 

1

 

감귤을 팔고 받은 돈이 형편없어서 올해는 아껴 쓰면서 살아야 합니다.

평소에도 그다지 돈을 쓰는 편이 아니어서 더 아껴 쓸 여지도 별로 없습니다.

그냥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거지요.

 

이 와중에 하우스 수리를 해야 해서 목돈이 들어갔습니다.

큰 공사가 아닌데다가 미리 예정돼 있던 것이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더운 날씨에 오셔서 고생하시는 업체 사장님의 모습을 보니 드리는 돈이 그리 많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하우스 공사를 잘 마쳤는데 갑자기 창고 문이 고장나버렸습니다.

업자에게 연락을 해서 문의를 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부르더군요.

어차피 고쳐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으로 수리를 했습니다.

없는 살림에 예상 밖 지출이라 최소한 두 달은 더 아껴 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통장에 돈이 들어왔습니다.

감협에서 미처 정산하지 못한 감귤 판매대금이 뒤늦게 들어온 거였습니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생각지 못한 지출을 충당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래도 아껴 쓰며 살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죠.

 

농업 자재를 몇 개 살 게 있어서 동생에게 사다달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동생이 자재를 가져 와서 영수증은 주더군요.

돈을 입금하려 내역을 보니 자신에게 있던 할인권을 써서 구매했더라고요.

큰 금액은 아니어도 그 마음이 고마워서 나중에 작은 보담이라도 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제 삶을 돌아보면 지금이 가장 풍족하게 살아가는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수입이 넉넉해서 노후대비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한 해 한 해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다보니 씀씀이가 넓어지지는 않고 그럭저럭 아끼면서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돈에 크게 얽매이지 않게 됩니다.

그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나눌 수 있으면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고 노력할 뿐이죠.

 

 

2

 

지난 겨울에 근처에 있는 무밭에 무가 풍성했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를 수확하지 않고 놓아뒀더니 봄에 꽃이 피었더군요.

길게 올라온 줄기에 하얗게 핀 모습이 메밀꽃처럼 화사했습니다.

밭을 가득 채운 꽃을 보며 마음도 함께 화사해졌지만, 수확을 포기해야 했던 농부의 심정이 느껴져서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만발했던 꽃이 지고 나서 얼마 후에 밭을 갈아엎었더군요.

갈아엎은 밭 사이로 두툼함 무의 모습이 보여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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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에서 밑으로 좀 내려가면 몇 년 전에 이어진 건물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카페로 개장을 했습니다.

카페가 넘쳐나는 제주도에서 장사가 잘 될까 걱정을 했었는데

카페는 1년을 넘기지 않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자리에 스튜디오 간판이 걸렸더군요.

무슨 스튜디오인지는 모르겠지만 단명한 카페의 뒤를 이은 것이라 잘 되길 빌었습니다.

하지만 스튜디오도 오래가지 못하더군요.

그렇게 그 건물은 잠시 방치되다가 어느 날 참기름집으로 변신했습니다.

“이 외진 시골에 참기름집이라니...”

생뚱맞은 모습이 살짝 우습기는 했지만, 단명해간 가게들의 변천사를 알고 있기에 그저 잘 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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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온이 올라가면서 감귤나무는 바빠집니다.

물과 영양분과 햇빛을 왕성하게 빨아들이면서 감귤을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감귤이 커지는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물과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열매가 커지면서 늘어진 가지들을 묶어주고, 위쪽에 웃자란 가지들은 잘라주고 있습니다.

 

반면 감귤나무에 기생하는 벌레들도 바빠지기는 마찬가집니다.

각종 벌레들이 이파리를 갉아먹고, 작년부터 심술을 부리는 깍지벌레는 좀처럼 잡히지 않아서 걱정을 키웁니다.

수시로 약을 치면서 병충해들을 잡아보지만 이런저런 이상증상이 보일 때마다 나무에게 미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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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서 바빠지는 것은 감귤나무와 벌레들만이 아닙니다.

잡초들도 왕성한 생명력을 보이며 자라고 있어서 수시로 뽑거나 잘라줘야 합니다.

주변 텃밭에 심어놓은 다양한 작물들도 상태를 살피고 적당할 때 수확해야 합니다.

 

날씨가 더워서 오전 10시 이전에 일을 마쳐야 하기에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다보면 괜히 마음만 앞서 조급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제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금씩 매일 꾸준히 해야 될 일들이기에 긴 여름 동안 여유롭게 해나가자고 저를 다독입니다.

 

 

 

(노갈의 ‘당신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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