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누구도 제3자일 수 없다
언제부터 인권 문제에 당사자와 제3자가 따로 있게 되었는가.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 관련 제3자 개입금지는 용산 참사를 낳은 개발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한계를 보여줄 뿐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23일 ‘도시분쟁조정위원회(가칭)’ 설치를 주장하더니 28일 재개발사업 분쟁시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개입을 금지하도록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철거민들을 과잉 진압해 사망에 이르게 한 데 대한 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문제의 초점을 전철연의 개입으로 몰아가기 위해 여념이 없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전철연 같은 조직이 개입해 사건이 커졌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전철연을 두고 “분규를 더 극한으로 치닫게 하는 세력”이라 매도하고 있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쫓겨난다. 한 달 안에 집을 비우라는 통지가 날아오고 왜 나가야 하는지 물어볼 기회는 벌써 사라졌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집을 나가면 어떻게 살아갈지 아무런 대안도 제시되지 않고 고민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어느새 동네는 용역깡패들의 점령지가 되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투쟁이 된다. 명백한 인권 침해다.
지금 한국의 재개발 정책의 문제점은 분쟁 조정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분쟁’이 없는 것이다. 또한 구청 등 지자체와 정부가 제3자인 척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문제다. 서로 동등한 지위에서 겨루는 것이 분쟁이다. 도대체 아무런 협의나 항의의 기회도 보장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쫓겨나는 것을 어떻게 분쟁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가. 또한 개발 구역의 70%가 넘는 주민인 세입자들이 단지 조합이 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쫓겨나는 것을 보면서 지자체는 어떻게 제3자가 되어 두 손을 두발 놓으려 하는가. 조합이 세입자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구청이 ‘떼잡이’로 매도하며 용역깡패가 지역을 점령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이해관계의 조정이 아니라 인권의 보장이다. 개발사업의 공고엉을 강화하고 포괄적인 재정착 계획이 포함되도록 개발사업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바로 지금 시작되어야 할 ‘개입’이다.
전철연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은 ‘대책 없는 강제철거 반대’다. 이것은 또한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인권의 기본 원칙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폭력을 반대하는 것이 제3자 개입일 수 없듯이 강제퇴거를 반대하는 것은 인권의 실현을 위한 정당한 저항일 뿐이다.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빈민대책회의
2009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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