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이런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다.
수애가 나와서 꼭 보고 싶긴 했는데, 제대로 챙겨보지는 못했고
별이 부른 'Fly Again'이라는 OST가 신나고 좋아서
그 무렵 늘 이 앨범을 듣곤 했다.
이 드라마의 큰 줄기는
스물아홉 동갑내기들이 서른을 앞두고 겪는 통과의례,
그리고 30년 소꿉친구인 수애와 이정진이 티격태격 끝에 연인이 되는,
아다치 미츠루 만화에서 많이 다뤄지는 이야기였다.
처음에 무척 기대를 했던 이 드라마에 점점 흥미가 떨어진 이유 중 하나는
평범하고 약간은 찌질한 스물아홉 난희와 수애 사이의 괴리감,
어떤 사람이 '난희와 수애 사이'라고 표현한 것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희도 그닥 푸념할 게 있을까 싶은 나쁘지 않은 삶이었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거기까지는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그 푸념을 수애가 하는 걸 보니 별로 공감이 안 갔던 것이다.
(말하자면 극히 평범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춘희
를 심은하가 연기할 때 느낀 괴리감과 비슷하다고 할까.)
어쩌면 내가 그 때 막 서른살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예컨대 아주 어릴 때 <사랑이 꽃피는 나무>나 <내일은 사랑>, <우리들의 천국> 따위를 보면서,
이 드라마들은 그냥 사랑 얘기만 나오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그리는구나
(그러나 그 때 대학 다니던 선배들은 그 드라마를 보면서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식으로 생각한 것처럼, 내 나이 20대 초반에 그 드라마를 봤다면
그런 식으로 생각했을지도. 하지만 서른살의 나이에 서른살을 다룬다는 드라마를 봤기 때문에,
더구나 어쨌든 약간 특이한 삶을 살고 있는 처지였기 때문에,
그 이야기에 더 괴리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그런데, 남들이 그 나이에 한창 겪는다는 아홉수를 별로 느끼지 못했다가
뒤늦게 아홉수 비슷한 걸 호되게 느끼는 요즈음,
갑자기 그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어진다. 어쨌든 서른살을 다룬 이야기니까.
서른이라는 나이는, 수애처럼 아름다운 이에게도, 지금 만나는 이 아이와 헤어지면
또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일으킬 수 있는 나이이고,
작가라는 꿈은,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고 돈을 벌고 있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처지
(물론 난희가 다니는 출판사 상황은 좀 안습이긴 하다)의 사람에게도,
내가 지금 뭐하고 사는 거지 하는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꿈이니까.
어쩌면 다행일는지 모른다. 늦게나마 아홉수를 잘 치르고 나면
뭔가 길이 보일지도 모르니까.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