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달콤하게 그려놓았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나는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
누구의 부드러운 혀끝에도 닿지 못했다
그는 늘 나 때문에 슬퍼한다
모래사막에 나를 그려놓고 나서
자신이 그린 것이 물고기였음을 기억한다
사막을 지나는 바람을 불러다
그는 나를 지워준다
그는 정말로 낙관주의자다
내가 바다로 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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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보고, 알튀세르가 다시 취한 말브랑슈의 비에 관한 질문이 떠올랐다.
"왜 바다에 비가 내리는가?"
또는, <보헤미안>에서 리채는 "사막에는 물이 없고 바다에선 물 뿐이"라고 노래했다.
그런데 왜 사막에 비가 내리는가?
왜 아이스크림은 아스팔트에 떨어졌는가?
왜 물고기는 모래사막에 그려졌는가?
이유는 없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다.
그러니 멜랑콜리할밖에.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