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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2'를 그럭저럭 재미있게 시청하는 중이다. 대부분의 의학관련 드라마가 그러하듯이, 외과의사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는 어떠한지 모르지만, 외과의사들은 특히 레지던트들은 사람이 부족해서 죽도록 바쁘게 묘사된다. 얼마전 에피소드에서도 주인공 최진상(차태현)은 너무 바빠서 전날 밤을 샌 관계로 피곤하여 자신이 맡고 있는 환자를 다른 의사 친구 백현우(류진)에게 맡긴다. 그런데, 그 환자가 현우에게 잠깐의 외출을 신청하고 외출을 나가서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다. 이에 최진상과 백현우는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하여 환자가 위험에 빠졌다는 생각에 고뇌하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사실을 숨긴다. 그러나, 결국 백현우의 양심선언으로 인하여 최진상과 백현우는 징계를 받는다.
과연 최진상과 백현우는 의사로서 얼마나 큰 잘못을 한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얼마전 방영했던 의학 드라마 '뉴 하트'에서도 외과의사가 등장하는데, 병원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보다는 의사로서의 성실성이 강조되었다. 그리고, 환자의 목숨이나 의사로서의 성실함보다는 자신의 명예나 돈만을 밝히는 의사들은 경멸시되는 분위기였다. 그들은 잠을 하루에 3~4시간밖에 그것도 새우잠을 자면서, 의사로서의 본분은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을 가장 중요시 해야 하고, 돈과는 상관없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의 희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종합병원 2'의 경우에도 병원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친철만을 강요한다.
몇년 전에 자신이 준비한 마이크를 이용하여 안내방송을 하는 버스기사가 TV에 방영된 적이 있다. 그리고 나도 버스를 타서 실제로 본 적도 있다. 매우 신선했고, 짧은 시간이지만 기분좋게 버스를 탔으며 정말 친절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잠시 뒤짚어보면 과연 그런 친절함이 좋은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그 버스기사가 TV에 나온 것 때문인지 요즘의 버스기사들은 타는 손님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한다. 하루에 몇백 혹은 몇천번의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의사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자발적일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혹시 회사에 의해서 규정으로 친절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닐까?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이다. 자신의 일을 정말로 열심히 잘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그 TV 프로그램은 매우 흥미있는 프로그램이다. 기네스북에 기록될만한 신기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심지어 주부들의 정리기술마저 나오게 된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을 보는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기분이 들까? 저 사람은 저 정도의 기술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데, 저 주부는 저렇게 정리와 청소를 잘하는데, 너는 왜 그렇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의도는 그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분명히 그 프로그램은 은연 중에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면, 언젠가 행복한 날이 올 것이라고 거짓말 하고 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게 되었는 지, 왜 가사노동을 혼자서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없이, 그저 열심히 살라고 강요하고 있다.(단순히 웃고 즐기자는 TV를 이렇게 보는 것은 오바일까?)
모든 일이 그렇지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함에 있어서 친절이라는 것은 매우 좋은 것이다.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좋은 관계를 이루어 간다는 것은 행복한 사회를 이루는 데 있어서 필수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나, 구조를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친절만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폭력일 수 있다. 정말 행복해서, 기분이 좋아서 나오는 미소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 짤리지 않기 위해서 친절한 미소를 짓도록 강요당하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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