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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앞이 좋았다. 그런 어디서 모이고 있으니 오라는 연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그런 문화가 좋았다. 그 자리가 무슨 술집이나 분식집이 아니라, 사회과학서점이라는 게, 녹두거리 첫머리에 있어서 만남의 장소로 기능하는 게 자연스러운 점도 좋았다. 앞에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너무 좋았고, 총학생회와 그날에서 함께 만들어 붙인 메모 붙이는 판과 녹두거리 지도가 자랑스러웠다. 시간이 남으면 잠깐씩 들어가서 공짜로 읽을 수 있는 각종 저널들도 좋았다.
아무도 "그날 앞에서 보자"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을 때도, 나는 녹두에 갈 일이 있을 때면 억지로 약속장소를 그렇게 잡곤 했다.
그날 언니가 연행되던 날 처음으로 가투에 나갔다.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때문이었던가... 사람이 참 많았다. 우리 모두 분노했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문화적 터전을 너무나 쉽게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나에게 그날은 이런, 향수의 대상이다. 별로 멀지도 않지만, 사고싶은 책이 있을 땐 사무실에서 가까운 교보문고를 가서 포인트를 쌓거나, 가장 싼 온라인 서점이 어딜지를 검색해 볼 뿐이다. 아직도 그 곳이 삶의 현장이고 그 공간을 기반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잠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참세상에서 새로 시작된 기획을 보면서, 이런 혼자서 박제화시키고 있었던 거로군... 후회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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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그날에서 책읽기 창간호부터 16권 까지인가가 쌓여있었다.
사실 꼼꼼히 다 읽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건 역사적인 시도인거고, 그런거 버리기 아까워하는 나는 책상 밑 한구석에 억지로라도 자리를 만들어 둔 것이었다.
이사를 하면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버릴 것인가, 싸안고 있을 것인가, 아님 어떻게든 처분을 할 것인가... 게을러서 세 번째 결론은 내리지 못했는데, 버렸는지 가져왔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에엥...
사실 책은 별로 안샀다. 나는 공부를 잘 하지 않는 활동가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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