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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싸늘함으로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아주 오래 상처받았거나,
상처받고 있는 누군가를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외면하고 있었을 때.
나는 대체로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정말 둔중한 망치로 얻어맞은 듯, 극적인 상황을 맞이한 게 몇번이나 있었다.
물론 그 상황들을 다 내가 만든 건 아니었지만,
그 속에 놓은 나의 반성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말 뿐인가, 이사람아.
벌써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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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동연 선거 '행동하는 앨리스' 선본 발족식 부후보 유세문
....
발족식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한참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 많이 있었지만, 꼭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저희 선본 발족식을 준비하고 있다가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과 친구한테 온 전화였는데, 동기가 자살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 후 며칠간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발족식을 하고 회의를 하고 추천을 받는 사이사이에도 그 친구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처음으로 빈소에서 밤을 새보고, 화장터에도 갔었습니다. 단 며칠 사이에 영정과 검은 상자에 들어있는 한줌의 재가 된 친구를 떠나보냈습니다.
갑자기 참을 수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아픔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생전에 별로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 아니, 많은 것을 함께 하지 못한 사람의 경우는 더욱 그렇지요. 얼마나 속상했고 얼마나 후회했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롭게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관계에 대한 책임.
저와 그 친구 사이에 부족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어쩌면 저에게만 부족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에 대한 소통, 이해, 신뢰. 그저 스쳐지나가거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가능성을 남기는 관계에 대한 책임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23년을 살면서, 대학에서 4년을 보내면서, 운동이라는 것을 하면서, 조금씩 듣고 이해하려 노력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개인과 개인사이의 관계, 사회적 총체로서의 개인들의 관계, 개인과 사회의 관계, 관계에 대한 책임감. 그 속에서 나온 연대- 그리고 평등, 민주주의, 자유, 단결, 해방 등의 의미. 이제 조금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조금은 추상적이기만 할 뿐 현실과는 관계 없는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현실에서 행동하는 앨리스의 문제의식 역시 이런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서로 관계를 맺어나가는 사회, 그러나, 모두 다 같이 함께 살기에는 힘든 사회에서 서로와 자신에게 유의미한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행동하고자 하는 것. 기본적으로는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책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모든 것을 떠안을 수 있다거나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성급하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역시 무책임함에 다름 아니니까요. 다만, 성실한 관계맺음, 그 속에서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
당시엔 마음이 정말 터질 것 같아서,
무언가 자신에게 설명을 해내야겠고 타인에게도 고백하고 약속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자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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