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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슬픔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시대가 사람을 죽이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시대.
사실 젊디 젊은 나는 삶과 죽음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죽음, 그것은 나에게는 먼 미래의 일이었고
삶과 죽음을 연관시켜 생각하기엔 나의 깊이는 턱없이 모자랐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도 대학생 열사는 없었지만
여러 노동 열사가 있었다(심지어 나와 이름이 똑같은 열사도...)
그래도 난 그들의 투쟁에는 관심이 있었을지 몰라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때도 전쟁으로 죽어갈 생명들에
사실 그다지 큰 감흥은 일지 않았다.
작년 두 농민의 죽음과 함께
이전의 수많았던 죽음들이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지율스님과 전태일이 생각났으며,
살려달란 김선일의 절규가 생각났다.
힘이 없어 죽어간, 죽어서도 제대로 악 한 번 못 써본
여러 영혼들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죽음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되었다.
인간답게 죽는 것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런데 세상은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죽음을 선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또 알게 되었다.
2005년 11월 15일 농민집회에서 소설가 조세희씨의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말처럼
정말 운이 좋아 살아남아서 우리는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운이든 아니든
살아남은 나는 사회적으로 더 강한자임에 틀림없다.
세상은 힘없는 사람들의 목숨부터 쉽사리 앗아간다.
살아남는 것이 이렇게 슬픈일일 줄이야...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한다.
죽어간 모든 영혼을 애도하면서도
인간답게 살고 인간답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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