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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며칠 밤이 지났을까 문득 반달돌칼같은 손톱이 자라나 있었다
옛날 옛적 곡물을 베었을법한 둥근 모서리에
독이 올라도 한참 올랐나보다
내가 휘두른 돌칼에 오늘도 한 명 상처를 입고
나는 또 미안하고 미안하고 수백번을 미안해도
어느새 손톱은 자라나고
손톱밑에 시꺼먼 욕심이 끼어들고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손톱깎기로 아무리 다듬어 끝을 둥그스럼하게 해도
둥그런 모서리도 있다는 것을 몰랐던 거다
손톱이 자라난 시간을 몰랐던 거다
손톱밑의 검은 때를 보지 못한거다
손톱깎는 일조차 버거운 나날들을 지나가면서
반성조차 희미해져 또 누구를 할퀴고 갈것인가
봉숭아물 지쳐가는 계절엔 단풍에게 마음을 나눠졌던
그 아름다운 손톱은 어디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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