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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곳을 떠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
내가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이면 충분하다
익숙한 풍경과 오래된 거리와 새로운 바람이면
낯선 사람들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조선시대 어느 읍성 높은 망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멀리 소나무 밭과 빙그르 돌아가는 하천과
땅으로 내려앉은 낮은 건물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그런 곳이면 좋겠다
어느덧 스멀스멀 자라난 손톱과
면도를 하지 못해 까칠한, 풍성하지 못한 턱수염
언제나 욕심은 새롭게 자라난다
애시당초 무언가를 찾기위해서 떠났던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서 떠났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돌아온 서울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두운 안개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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