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R는 왜 게젤이론을 포기했나?

칼럼

WIR는 회원제인데 프리머니가 너무 빨리 순환해서 회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흘러갔고 이 흐름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1948년 종이돈을 없애고 계정으로만 거래하게 되었다. 그 당시 WIR시스템과 게젤이론은 맞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폭발적으로 순환하려는 돈이 있고 한쪽에서는 그 돈을 쓰려는 사람을 일일이 관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것이 서로 모순된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했다. WIR는 회원제의 이점에 집착해서 "늙어가는 돈"을 버렸다. WIR에서 발행하는 회보가 주는 홍보효과 같은 것이 그 당시 사람들한테는 더 중요하게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이야 인터넷이 있으니 홈페이지 만들고 자기 상품 홍보하고 "늙어가는 돈"으로 결제할 수 있다고 해두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지만 그 시대에는 그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교환링이라고 하는 개념 자체를 버리지 못한 것이 한계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교환링 자체가 결함이 있다. 교환링은 어떤 사람의 계좌가 플러스면 다른 사람의 계좌는 마이너스다. 계좌가 마이너스인 사람이 먹튀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회원제로 하여 회원들 조건을 어느 정도 살펴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긴다. 실제로 WIR는 저질제품이나 저질서비스를 팔아먹으려는 회원들의 증가로 한 때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1 회원제는 교환링 자체의 결함을 보상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그리고 그 장치는 불완전하다는 점이 그런 시행착오에서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WIR는 더 많은 인위적인 개입을 더하여 그 흐름 그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아주 비판적인 시각으로 대안화폐운동을 들여다봐야 한다. 옥석을 가려야 하니 모두 박수를 쳐줄 수는 없다.

요약해보자.
1. 교환링을 쓰면 회원제가 필요하다.
2. 회원제는 "늙어가는 돈"과 맞지 않다.
3. "늙어가는 돈"을 쓰면 교환링도 회원제도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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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문제는 애초에 수요·공급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였다. 텍스트로 돌아가기
2015/03/13 22:21 2015/03/1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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