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직장인들 사이에 “10억 모으기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IMF사태가 터지고 난 다음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 사이에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말이 유행한 것도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경제위기는 대중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고 “10억 모으기 열풍"은 그 후유증 중 하나일 것이다.
그 당시 유행한 책들이 말한 “경제적 자유”는 이자로 먹고 사는 것이다. 이런 삶은 현대인들의 꿈이다. 하지만 이런 삶은 사회발전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
생각해보자. 개인이 돈을 모으면 사회 입장에서는 “돈의 순환”이 억제된다. 돈이 순환하지 않고 멈추면 경제도 멈춘다. 국민 대다수가 “10억 모으기 열풍”에 동참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것은 소득보다 소비가 훨씬 줄어든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가 소비를 줄이면, 즉 우리 모두가 상대방의 상품과 노동을 사지 않으면 경제는 멈춰버린다. 이와 같이 기존경제질서는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언제나 반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조건에서는 개인이 이익을 추구할수록 그 사회는 점점 더 파괴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험상품도 사회에 파괴적인 영향을 준다. 보험이 무엇인가? 현재 돈을 안 쓰고 미래에 쓰려고 쌓아두는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 이렇게 반론할 수도 있겠다. “보험회사가 그 돈을 주식에 투자하면 돈이 시장으로 돌아갈 것 아닌가?”라고. 하지만 이런 반론은 시시한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투자한 회사가 성장하려면 그 회사가 생산한 상품을 소비자들이 사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 소비자들은 그 상품을 산 것이 아니라 그 회사 주식을 샀다. 모두 소비를 최소로 하고 이런 식으로 돈을 쓴다면, 그래 주식은 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실물경제 자체가 성장해서 올라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보다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경제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돈이 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돈이 순환하려면 순환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순환을 촉진하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은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가 주장한대로 돈이 더이상 이자를 낳지 못하게 하고 정기적으로 감가상각시키는 것이다.
기존경제질서에서는 돈의 순환을 도우려고 금리를 낮추기도 하고 돈의 양을 늘리기도 한다. 이런 방법들은 모두 대증요법이다. 일시적으로는 돈의 순환이 촉진될지도 모르지만 결국 상태는 원래대로, 아니 원래보다 훨씬 악화된다. 비대해진 돈이 전체경제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돈 그 자체의 결함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이 모든 경제사회문제의 근원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