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독일 바이에른 주 슈바넨킬헨과 오스트리아 뵈르글의 경제회생은 실비오 게젤 요법의 위력을 잘 보여준다. 스탬프머니는 대공황으로 초토화된 지역경제를 빠르게 되살렸다. 스탬프머니의 순환속도는 국가통화의 무려 10배 이상이었다. 어빙 피셔가 이 사례를 보고 스탬프머니를 미국에 도입했으나 루즈벨트가 반대하여 금지됐고 이후 루즈벨트는 뉴딜을 추진한다. 그리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중앙은행도 권위적인 태도로 스탬프머니를 금지하게 된다. 그 후 독일과 오스트리아 경제는 다시 어려워졌고 그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파시즘을 선택하여 수많은 피를 뿌렸다.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세계경제는 주기적으로 위기를 맞았고 그 때마다 인류는 대증요법으로 넘겨왔다.
대증요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케인즈의 말대로 정부가 유효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큰 공사를 하고 돈을 풀어서 소비심리를 호전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스테로이드다. 잠깐 소비심리를 개선하지만 약발이 떨어지면 돈은 다시 멈춘다. 돈이 멈추는 이유는 돈이 순환해야 하는 강제에 종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순환하지 않는 돈’은 놔두고 계속 돈을 찍어서 시장에 뿌리면 그 때마다 잠깐 돌다가 멈추기를 되풀이하면서 쌓여간다. 이 잉여금은 물가불안 요소가 된다. 수요가 충분히 구현되지 않는 근본원인을 바로잡지 않고 스테로이드만 투여하기 때문에 경제적 면역반응만 증폭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정부 부채는 막대하게 늘어난다. 유효수요를 만들어내는 비용은 공짜가 아니며 미래의 부를 담보로 잡히게 된다.
둘째, 하이에크의 말대로 시장을 내버려두는 것이다. 이러면 공급이 “부족한 수요”에 맞추어 기형적으로 변해간다. 이런 변화는 양적인 변화와 질적인 변화를 모두 포함한다. 양적인 변화는 공급이 중앙집중화·거대화되는 것이다. 단기간에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사업규모를 키우게 되고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 전체를 독과점한다. 그런 기업들은 자국의 경제를 모두 빨아먹고 나면 세계화로 시장을 확대한다. 즉 새로운 수요를 찾아내려고 판을 키우는 것이다. 질적인 변화는 기존 시장에서 잠재수요를 더 끌어내려고 팔지 말아야 할 것까지 다 팔아버리는 것이다. 인간관계, 인체조직과 장기, 유전자, 개인정보, 범죄, GMO, 방사능 폐자재, 신선한 물과 공기 등이 모두 상품이 되고 만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인간성을 황폐하게 만든다.
더이상 대증요법으로 때울 수는 없다. 모든 사회적 증상이 악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대증요법으로 아슬아슬하게 지탱하던 세계에 금이 가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케인즈와 하이에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그들이 정답이 아님을 확인했다. 케인즈는 환자한테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고 하이에크는 환자를 방치한다. 하지만 실비오 게젤은 근본요법으로 병의 뿌리를 건드린다. 돈의 결함을 바로잡아 시장은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