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게젤에 대한 칼럼들은 그의 이론에 대한 오해로 범벅이 되어 있다. 심지어 게젤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평론가들도 그렇다.
http://www.bloombergview.com/articles/2015-07-03/-neglected-prophet-of-economics-got-it-right
위 링크의 칼럼에서는 게젤 이론을 negative interest로 묘사한다. 하지만 게젤은 negative interest가 아니라 no interest다. 실비오 게젤의 Free-Money는 Interest-Free Money다. caffeine-free coffee는 카페인이 없는 커피, interest-free money는 이자가 없는 돈, 그러니까 마이너스이자가 아니라 이자가 없는 것이다. 일부 컬럼니스트들이 공짜돈을 마이너스이자로 착각한 것은 "기존의 돈은 이자가 붙으면서 점점 늘어나는데 공짜돈은 그 반대로 줄어드니까 마이너스이자인가 보다" 하고 대충 짐작한 것이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를 읽고 그 진짜 의미를 알게 되면 이렇게 엉터리로 글을 쓸 수가 없다.
게젤의 이자이론을 요약해보자.
1. 돈의 액면가는 불변하는 반면 돈과 교환되어야 하는 재화와 용역은 낡고 닳고 썩고 보관료 유지비가 들고... 등등 비용이 소모된다.
2. 따라서 돈은 재화와 용역보다 저축매개물로서 선호되며, 그 결과 교환 조건으로 "기본이자"라는 조공을 요구한다.
3.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고 돈순환은 멈춘다.
4. 돈순환이 멈추면 경기침체, 경제위기, 실업이 발생한다
5. 따라서 기본이자를 제거하기 위해 돈의 액면가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한다. 소위 돈을 늙어가게 만든다
6. 기본이자가 제거되면 돈은 재화, 용역과 막힘없이 교환된다. 돈순환이 규칙적이 된다
7. 화폐수량설을 적용할 수 있게 되어 인플레 디플레도 사라진다. 즉, 물가가 떨어지면 돈을 더 발행하고 물가가 오르면 돈을 회수하면 된다. 이렇게 공급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수요를 구현하게 된다.
8. 돈을 쌓아두면 비용이 발생하므로 사람들은 돈을 소비하거나 남한테 빌려주게 된다. 물론 빌려줄 때도 이자는 발생하지 않고 차후 원금만 회수하게 된다. 원금만 회수하더라도 쌓아두는 비용을 아끼게 되므로 이익이 된다.
이와 같이 이자는 완전히 사라진다. 교환에서도 대출에서도 이자는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역이자, 마이너스금리...이런 표현을 쓰면 안된다. 그건 게젤의 이론을 곡해하는 것이다.
위 칼럼은 게젤의 방법이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역이자채권을 사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돈 빌려주고 비용을 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너스금리는 게젤이 뜻하는 바와 다르므로 이것은 적절한 평가가 될 수 없다. 위 8에서 확인하였듯이 대출에서도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게젤이 주장한 "돈의 액면가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하는 조치"는 이자를 없애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마이너스금리라고 볼 수 없다. "마이너스금리"는, 돈의 액면가는 변함없이 유지되는데 단지 돈수요가 돈공급보다 부족한 상태를 나타낼 뿐이다. 따라서 둘은 완전히 다르다. 이걸 제대로 이해해야 진보의 여정에서 발을 헛딛지 않게 된다.
이 컬럼니스트는 케인즈의 어처구니없는 반론도 따라하고 있다. 즉 "돈을 저장수단으로 쓸 수 없게 되면 대체물이 나올 수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공산주의자가 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케인즈의 반론이 근거 없는 이유를 이 블로그 '실비오 게젤과 케인즈'에서 이미 제시하였다. 게다가 게젤이 제시하는 경제질서는 공산주의가 아니다. 게젤은 바이에른 공화국에서 맑스주의자들 때문에 화폐개혁에 실패했다. 그런데 왠 공산주의?
게젤의 방법을 세금에 비유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스탬프비용 또는 감가상각금액은 세금이라기보다는 벌금에 가깝다. 돈을 쌓아둔 것에 대한 벌금, "돈순환"이라는 공공재를 훼손하는 것에 대한 벌금이다.
이 칼럼은 고의는 아니겠지만 게젤의 이론을 잘못 이해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게젤 이론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의 텍스트에 대한 어설픈 칼럼보다 그의 텍스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