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하면 이 시가, 그리고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보리밭
-박화목-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있어 발을 멈춘다
옛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이런 한가로운 노랫소리는 그저 딴세상의 얘기일뿐이고,
어제 고향에 내려갔다가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보리밭을 보자 마자
보리 베고 타작하던 그 지긋지긋한 일만 떠올랐다.
이 놈의 보리는 벼보다 베기도 엄청 힘들고, 타작하기도 더 힘들었다.
알갱이마다 달린 수염이 부러지고 날려서 얼굴과 몸안은 물론이고,
눈과 코 입안에까지 들어오면 정말 '까끄라워서' 환장할 만하다.
아무리 씻고 닦아도 온몸에 긁힌 자국들에서 생기는 가려움은 또 한일주일은 가야 조금 나아진다.
벼는 그래도 발로 밟으면서 타작하는 '가~롱, 가~롱'하는 기계라도 썼는데,
왜 이 보리는 타작도 도리깨로 했는지 모르겠다.
보리타작 할 즈음이면 살구가 제법 익어서 신 살구 먹던 기억은 그나마 행복한 기억일까?

보리를 벨 즈음이면 마늘도 이제 뽑아야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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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음악 이어받기(젊은바다로부터)
Tracked from 2005/05/30 18:09 delete* 젊은바다님의 [이어받기...] 에 관련된 글. 젊은 바다님이 들려주신 노래들 잘 들었습니다. 고백하건대 어려운 숙제에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음악과 덤덤하게 지내는 편이고 아직 한
헐~ 잔디 깍는 냄새를 맏으며 보리 베던 날 생각했는데.
마음을 들켜버린 기분이네요. ^^
보리밭~~사잇길로~~에 얽힌 사연이라도 적어주실 줄 알았는데...예상을 빗나간 산오리님의 투덜거림이 왜 이렇게 잼있죠~~ㅋㅋ
보리를 불에 구워먹던 맛도 기억에서 제외시켜선 안 되지요.^^
우와..보리밭 멋지다.. 쌀밭은 봤는데.. 보리밭은 첨이네여..
울 아빠 예전에 농장할때 보리도 키우셨는데.. 파랗게 생긴거 꺽어서 꽃꽃이용으로 다 파셨는데...
근데. 보리를 불에 구워서 먹나요???
바다소녀/잔디깍는 냄새는 어떤 것이죠? 잔디 깍다가 보리베다가?
지호/사실 보리밭 사잇길로는 걸어다니지도 못하죠..논두렁이라면 모를까..
단/보리 구워먹는건 첨듣는 소리.. 혹시 밀을 착각하신 거 아녀요? 밀은 저렇게 익을때면 불에 구워서 손으로 비벼 훅 불면 껍질 날라가고 시꺼먼 밀알 먹기도 했죠, 한참 씹으면 껌이 되죠..
애벌레/ 꽃꽃이용으로도 쓰는구나..
그렇구나..밀이었구나. 하여간 어릴 때 기억이니 알게 머예요.ㅋㅋ(애써 무식함을 합리화하는 중). 어쨋든 보린지 밀인지 구어주면 옆에서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공주는 촌 출신..^^
와~~ 쌀나무에 이어 '쌀밭'이라는 귀여운 단어를 보고 갑니다. ^^
카이스트 잔디 깍고 난 후 지나가는데 그 풀냄새가
보리 베고 나던 풀 냄새랑 비슷 하던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