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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

범죄의 재구성

백윤식/김선생
박신양/최창호, 최창혁
염정아/구로동 샤론스톤, 서인경
천호진/형사


 

요즘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염정아의 도발적 연기가 보고 싶어 선택한 비디오.
그런데 천호진의 능청스런 유머연기에 두번세번 보게 되다.
넘 웃겨서 정말정말 그가 사랑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주머니 손 넣고 무게잡으며 사건현장 누빌때는 그냥 무뚝뚝하고 거친 마초형사겠구나였지만(물론 그렇기는 했지만...쩝...) 바쁜 와중에 언제 소설책을 읽었을래나 몰겠지만(물론 여기서 현실성은 마니마니 떨어지겠다고 본다. 아니 나의 선입견인건가?) 범인의 형을 데려다 약간의 심문 비슷한 취조를 하는데 인권이고 뭐고 없이 범인의 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약간의 무시와 거친 욕설, 의심스런 눈초리로 우습게 대하기만 하다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의 작가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금새 친근한 사투리 등장하면서 바로 꼬리내리는 그 장면. 만사 제치고 팬으로서 책에 싸인까지 받는걸 잊지 않고(난 요기서 싸인이 약간의 복선이 될 줄 알았는데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다. 약간 상징적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아무것도 아니게 하는 거, 히치콕이 즐겨 썼다는 그거, 영화적 용어로 뭐라더라? 으으..까먹었다 누가 알면 답해주면 좋으련만....모조?)...아주아주 깍듯하게 취조정리해 버리고 커피까지 손수 한잔 타주겠다고 수선떠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속물적 근성연기가 속물스럽지 않고 귀엽고 앙증맞게 와닿았다면 내가 변태인건가? 헤~
“실패한 소설인데...”
“괘안해~ 내만 좋으면 돼지~”
저 대사 “괘안해” 안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당신은 이제 이 사건과의 연관성이 없어지고 의심의 꺼리가 모두 사라진다는 모 그런 깊은 뜻이 담기게 되는 대사되겠다. 정말 재밌는 장면이었다.
요기서 잠깐...공과 사의 경계긋기가 얼마나 힘든가 새삼 느끼게 한다는거.
우리네 인맥과 학맥은 공사구분 못짓는 대표적인 나쁜 병폐. 

사회생활 하다보면 그게 얼마나 현실적인 고민으로 와닿는지...고민스런 지점중에 하나되겠다.
 

지적 대사를 가볍고 껄렁하게 내뱉는 말하기 방식은 감독의 재치와 감각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한국은행을 털만큼 대담하면서도 뛰어난 두뇌와 고도의 재능을 지닌 범인들은 헐리웃영화에서는 맷데이먼처럼 지적인 스타일이거나, 손코너리처럼 지적이면서도 중후하기까지 한 고도의 환상으로 치장하는데 우리네 은행털이범들은 그냥 잡범처럼 또는 양아치처럼 보인다.
앞에서는 김선생님이라고 깍듯이 예의바르게 행동하지만 뒤에서는 언제 뒤통수칠지 머리굴리는 비열한 인간상.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의리 도덕 인간관계 이딴거 다 내팽겨치는, 그래서 좀더 현실적이라는 생각. 이 영화가 지니는 또 하나의 매력이라는 판단됨.
대사는 군더더기를 느끼지 못할 만큼 깔끔하고 시츄에이션은(백윤식역인 김선생이 잘 쓰는 말이다. "내가 청진기 대면 진단 나와"...모 이런 말도 자주 쓰지~) 얽히고 설혀 복잡한 듯하고 나름의 반전은 잘 짜여진 각본이라는 결론.


 

미술은 글쎄...좀 빗나간다는 생각.
장식적인 문양들은 로맨티시즘에 어울릴만하거나 고급스런 분위기연출에 어울리겠지만 속고 속이는 화려한 두뇌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복잡한 내면 심리를 드러내는 영화에서는 오히려 심플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전체 분위기의 무게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아닌가? 키치적 방식의 고채도 색감과 십자모양의 얼기설기 조잡하고 빽빽한 동양적 장식문양, 어두운 배경에 몇 개의 빛만 쏘아대어 역광을 주로 쓰는 방식은 비열하고 치졸한 욕망을 드러내는 적절한 미술형식이였을까?
확실히 <화양연화>의 반복문양들과는 분위기가 약간 다르게 와닿는데…
음악은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고….
나같으면 미술을 어떻게 해보았을까 고민해보는 것도 잼있다.


한국영화의 최신 기류는 흥행성(=대중성)과 상업성이 최고의 덕목이기 때문인건지 자꾸만 가벼운 유머로 치장하려 한다는 거다. 가벼운 욕설은 기본이고 말지.
카프카의 부조리를 끊임없이 얘기하는데…푸헐…혁명가 체 게바라의 아이콘이 상업적으로 뜬 것처럼, 진보와 좌파의 개념이 아무에게나 갖다 붙여지 듯…자본의 상업성은 돈이 되면 뭐든지 소비된다. 가능하다. 그런데 뭐든지 가능하다라고 인정하고 익숙해지면 정말 치떨리듯이 무서워지는데…
욕망의 경계와 한계를 구획지으면 그것만큼 상상력의 끝이 보이는 것.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인정받으면 사회적으로 성공하게 되는건지도 몰겠다.

그래도 어설프지만 허수룩하지 않은 유들한 형사 천호진의 유머연기는 좋았는데..전반적으로 연기자들의 능청스럽고 자연스런 연기와 빠른 편집 및 사건전개가 잘 짜여진 각본과 어울려 재밌는 상업영화 한편 되시겠다.
가볍워서 잼있다.

 

천호진의 대사
“ 씨발...세상이 이리 돌아가면 안된다 아이가.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태양아래 내가 진짜...볼 면목이 없다 “

 

최창혁 대사
“ 걸려들었다. 지금 이 사람은 상식보다 탐욕이 크다. 탐욕스런 사람. 세상을 모르는 사람. 세상을 너무 잘 아는 사람. 모두 다 우리를 만날 수 있다. ”

 

구로동 샤론스톤의 대사
“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심리전이다. 그 사람이 뭘 원하는 지 그사람이 뭘 두려워하는질 알면 게임 끝이다.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거겠지. 구체적 욕망은 드러내어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여러가지 욕망들. 그건 자기자신도 잘 모르는데 상대방까지 안다는게 얼마나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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