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논산이다.

지금 한국인에게는 '훈련소'의 기억이 지배적인 곳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답사지들을 뒤적이다 보면 상당한 규모의 유적들이 즐비한 곳이 논산이다.

그만큼 논산 땅에서 역사의 갈피들이 많이 채워졌다는 뜻일 게다.

 

그중 이목을 끄는 곳은 논산 하고도 강경이다.

강경은 조선시대 포구 장으로서는 최대 규모였다.

금강을 통해서 들어온 물자들이 강경장에서 거래되었고

그래서 "지나다니는 개들도 생선을 물고 다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강경에는 근대 문화유산도 많이 남아 있지만, 내 눈길을 끌었던 것 중 하나는 강경 미내다리였다.

일단, 이름이 너무 예뻤고, 다리 모양 또한 아름다웠다.

 

왕이나 양반이 사는 곳 말고,

홍예, 즉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를 쌓는 곳은 거의 없는데

이곳 강경 미내다리에는 홍예 세 개로 강경천 이편과 저편을 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 영조 7년(1731)에  강경촌 사람인 송만운의 주도하에

여러 사람들이 돈을 추렴해서 다리를 놓았다 한다

그 결과 삼남, 즉 충청, 경상, 전라 지역을 통틀어 가장 큰 다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1997년 다리 일부가 붕괴되어 1999년에 해체됐다가 2003년 1월 복원됐다.

현재 다리가 있는 곳은 강경천변인데, 강경천 또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공사중인 듯했다.

복원된 다리를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새로 만든 화강암 석재의 뽀얀 색감이 '문화유산스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릇, 모든 건축물은 고쳐 쓰는 거다.

 

우리 운동도 그렇게 고쳤으면 좋겠다.

이제 낡고 시효가 다한 요소들, 조직들이 있다.

여전히 그 구조와 골조가 쓰일 것들도 있다.

무너진 곳도 있고 잡초가 무성한 곳도 있을 거다.

미내다리처럼 고쳤으면 좋겠다.

아름다움은 남기고,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다리의 역할이란 본디

이쪽에서 저쪽으로 사람들을 나르는 것,

다리 같은 운동이 되면 좋겠다.

 

어둑해지는 시각에 도착해

하늘엔 보름달이 걸렸고

그 다리를 건너며

이처럼 호젓하게 우리가 한 시대를 건너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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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전, 미내다리의 모습을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다리 위에 쌓인 흙과 거기에 자란 수풀이 무성하고 또 일부가 붕괴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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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 00:12 2011/04/20 00:12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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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0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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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쉬 카메라 잘 바꿨다며 ㅋㅋㅋ
    • 2011/04/20 02:36
      댓글 주소 수정/삭제
      흑흑흑. 카메라 렌즈가 문제가 좀 있는 듯. 줌을 땡기면, 애가 포커스를 못 맞춰서 매뉴얼 놓고 맞춰야 혀. 렌즈 문제인 건가? 아니면 바디 문제인 건가?
  2. 사막
    2011/04/20 18:05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렌즈 바디 다 가져가서 수리 맡겨보시길..1년은 무상 수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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