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있어 신림동 솟대에 갔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행정동 이름이 바뀌었기 때문에, 서원동이라 해야 맞다.)

 

당일, 눈다래끼 때문에 안과에 가서 간단한 '시술'을 받았는데,

그때문에 술을 마실 수는 없었다.

신림동 솟대에는 옛날 신촌 아름나라처럼 술을 직접 담궈 파는데,

그 술을 맛볼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한강 이남으로는 잘 가지 않는 나님인지라,

또 언제 신림동에 나들이를 할지는 모를 일.

 

신림역에서 서울대방면으로 걷다가 보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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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는 고등학교 때 친구가 하는 술집이다.

내게는 이아무개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같은 학교는 아니었지만 절친 중의 절친이었고 베프였다.

신림동 솟대 사장도 이아무개라는 친구와 절친이었다. 둘은 같은 학교였다.

고등학교 때 술도 같이 마시고 했었지만,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학교가 다른지라 가까워질 기회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술집 장사를 하면서도

카운터에 학생인권조례 서명지를 갖다놓기도 하고,

홍대 앞 다중지성의 정원 강좌 커리큘럼도 붙여놓았다.

세월이 지났어도, 더 단단해진 친구라 좋았다.

 

가게는 무척 장사가 잘 됐다.

신림동 가기 전에 검색을 좀 해봤더니 신림동 쪽에서는 꽤 알아줬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메뉴들 때문에 유명짜했다.

 

담금주도 그렇지만, 매운 콩나물오징어도 유명했다.

콩나물오징어는 맵기는 했는데, 뭐 난 괜찮았다.

내가 워낙 매운 걸 잘 먹으니...

 

다음에는 등급을 올려서 더 매운 걸 시켜봐야겠다.

이번엔 '아주 매운'을 먹었으니, 다음에는 '완전 매운'을 먹어야지.

'죽여 살려' 등급은 너무 매워서 거의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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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장사가 잘 됐다.

금요일 저녁이라서 더 그랬을 것이다.

오랜만에 옛 90년대 초반의 술집에 온 듯한 기분.

스피커에서는 '투쟁가 메들리'가 빵빵 나오고, 술객들은 왁자지껄했다.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은, (작가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1989년 대학로에서 있었던 시위가 끝난 후 풍경이라고 했다.

 

주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광우병 소고기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ㅎㅎㅎ.

전형적인 '운동권 술집'의 풍경 같아서 난 푸근했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들 그런 분위기에 아랑곳 않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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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꼭! 꼭!! 솟대주를 마시고 매운 콩나물오징어를 먹을 것이다!

눈병이 낫기를 기다려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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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솟대

02-872-9156
서울특별시 관악구 서원동 1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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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 04:49 2011/04/20 04:49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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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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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이 늙은이 좀 데려가주구려. '죽여살려' 먹어보자구.
    1989년 대학로에서 있었던 시위가 끝난 후 풍경을 담았다는 사진 속에서
    혹시 흐린날 그림자 안 보이더이까? 있을법한 시대와 공간이로구먼...
    어이 말로만 베프! 목이 마르이~
  2. 2011/05/21 06:09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솟대는 10년 전쯤에 아주 자주 갔었죠. 그 언젠가, 그 어느날 솟대가 문을 닫아서 들어갔던 목신에 오후에서 술먹고 고주망태가 되어 추태부리기 전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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