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북쪽엔 '다리', 남쪽엔 '장벽'… 김정은의 '두 국경' 전략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다른 기사 보기

외교국방

​

입력 2026.10.28 17:40

  • 수정 2026.10.28 17:49

  • 댓글 0

12년 방치 신압록강대교 통해 단둥 찾은 김정은

한달 전엔 러시아 연결 '두만강 자동차 다리'개통

남쪽엔 '방벽과 지뢰'…"들짐승도 못 드나들게"

김여정, 지뢰 사고 사과 요구에 "자작 광대극"

미국 전문가 "북한, 중·러 경쟁 구도 활용"

트럼프-김정은 연내 회담 가능성 없게 봐

"북, 대외 협상력과 전략적 자율성 제고"

북한(조선)의 신의주와 중국의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10월 15일 개통했다. 지난 9월 7일 북한의 나선과 러시아의 하산을 잇는 '두만강 자동차다리'(야코프 노비첸코 다리)가 개통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꽤 오랜 세월 '고립'의 상징이었던 북한이 거의 동시에 중국, 러시아와의 연결망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나온 것이다.

​

길이 3026m, 왕복 4차선인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이 건설비를 부담해 2014년 완공됐지만, 북한이 연결도로와 통관시설 공사를 지연하면서 사실상 방치됐다. 일각에선 2016~2017년 기간에 중국이 핵실험과 관련한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한 데 대한 북한의 불만 때문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 후 관계가 다소 호전되던 2019년 말에 북한은 연결도로 공사에 착수했고, 코로나19 사태를 거친 뒤 올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등 뚜렷한 관계 복원 흐름을 타면서 신속히 공사를 마무리하고 개통을 마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중국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을 앞두고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해 북중 간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친선 계승 의지를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2026.10.25 연합뉴스

두만강 다리, 신압록강대교 한 달 간격 개통

김정은, 개통 9일 만 자동차 타고 단둥 방문

​

개통식에서 북한의 박태성 내각 총리와 중국의 리창 국무원 총리 각각 화상으로 축사를 전했다. 특히 리 총리는 신압록강대교가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추진한 중요한 국경 간 기간시설(인프라)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경제‧무역을 촉진할 뿐 아니라 인적 왕래를 더 긴밀하게 하고 양 국민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해 중‧조의 전통적 우의를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그뿐이 아니었다. 9일 후인 지난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자동차를 타고 신압록강대교를 거쳐 중국 단둥을 전격 방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항미원조기념관' 광장에서 중국 권력 서열 4위이자 중국공산당의 대표적 이론가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영접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항미원조기념탑 헌화와 자동차 공장 방문 이후 당일 평양으로 돌아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다리 중간지점에서 "이 다리가 두 나라를 잇고 우리의 마음도 더 굳게 잇는 역사적인 사명을 의심할 바 없이 정확히 수행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조중(북중) 두 나라 정부와 인민들의 기대와 관심속에 조중압록강다리 개통식이 15일 현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개통식에는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화상으로 축하발언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2026.10.16 연합뉴스

두만강 자동차다리, 착공 후 16개월만 개통

신압록강대교, 완공 후 12년 방치 후 개통

​

두만강 자동차다리는 1800m에 왕복 2차선이다. 하루 최대 300대의 차량 통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러시아 측은 이를 자국의 동서 국제교통회랑과 연결하는 인프라로 보고 있다. 북‧러는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김 위원장과 다리 건설에 합의하고 이듬해 4월 30일 착공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개통까지 마무리했다. 러시아 측 다리 이름인 '야코프 노비첸코'는 1940년대 수류탄 공격을 받은 김일성 전 국가주석을 보호하려다 한쪽 팔을 잃은 소련 군관의 이름이다. 당시 준공식에도 북한의 박 총리와 러시아의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각각 평양과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참석했다. 미슈스틴 총리는 축사를 통해 "우리는 양국의 더 긴밀한 협력을 위한 믿을만한 기반을 만들고 있다"며 "개방적이고 결실 있는 대화, 더 가까운 양국 국민, 여행과 만남의 확대, 그리고 서로의 역사와 전통의 발견을 위한 길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여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공연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2026.6.9 연합뉴스

미국 전문가 "북한, 중·러 경쟁 구도 활용"

트럼프-김정은 연내 회담 가능성 없게 봐

​

이 두 개 다리의 개통에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지낸 로버트 킹 한미경제연구소(KEI) 비상임 수석연구원은 홍콩의 <아시아타임스> 27일 자 기고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한 달 간격으로 북한을 잇는 새 다리를 개통했다. 이는 두 나라가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을 얻고자 경쟁하고 있다는 신호다"라고 풀이했다. 킹 연구원은 "두 국가 중 북한에 더 의존하는 쪽은 러시아"라고 봤다.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고한 승기를 잡지 못한 러시아로선 뭣보다 북한의 병력과 무기, 군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군의 파병을 계기로 북‧러 간의 전방위적인 밀착이 가속화하자, 대북 영향력 상실을 우려한 중국도 김정은의 마음을 얻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

이런 맥락에서 킹 연구원은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김정은은 이 두 나라를 서로 견제시키며 활용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본인에게 공들이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시 만날 이유는 거의 없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국빈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거리를 걷고 있다. 2024. 06. 19 [스푸트니크=연합뉴스]

중, 경제 운영에 필요한 시장‧공급망 제공

러, 군사·안보·에너지·기술 분야 협력 제공

​

황태연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12년 만에 열린 신압록강대교: 북한의 대외 연결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이란 19일 자 보고서에서 "단순한 교통 인프라 확충을 넘어 북한의 대외경제. 외교‧안보 전략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라면서 "이번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은 북한이 중국으로 일방적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활용해 전략적 선택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라고 해석했다.

​

그에 따르면, 북한의 전체 대외 무역 중 약 98.2%(2025년)를 점하며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은 경제 운영에 필요한 시장과 공급망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군사·안보·에너지·기술 협력 등에서 중국과는 차별화된 전략적 효용을 제공한다. 황 실장은 "북한은 서쪽의 신의주–단둥 경제·물류 축과 동쪽의 나선–하산 안보·물류 축을 동시에 확보해 대외 협상력과 전략적 자율성을 제고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중국 역시 북러 밀착에 따른 대북 영향력 약화를 경계하면서 기존의 경제적 영향력을 유지·강화하려는 전략적 이해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실장은 러시아가 군사기술·에너지·안보 협력 등에선 북한에 줄 게 많지만, 북한 주민의 생활과 산업생산에 필요한 대규모 소비재·중간재·기계류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능력과 지리적 조건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봤다.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이 지난 20일 리일환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부장,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2026.10.21 연합뉴스

김여정 "한국과 마주 설 일 없게 요새화"

지뢰 사고 사과 요구에는 "자작 광대극"

​

대조적으로 남북 단절은 깊어만 가고 있다. 북한은 흡수통일에 매진한 윤석열 수구 보수 정권 때인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이듬해 4월부터 군사분계선(MDL) 근접 지역에서 대전차 방벽과 전술도로 구축, 불모지 작업, 3중 철조망 설치, 지뢰 매설 등 '남부 국경 요새화 작업'을 개시했고, 작년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평화공존과 남북 공동 성장'을 내세우며 대화 재개를 거듭 제안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MDL 이남 지역에서 북한군의 지뢰 폭발로 우리 군 장병 3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벌어져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가 5일 25사단 DMZ 작전간 지뢰 폭발상황 관련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수행된 MDL 이남 북한군 지뢰 제거 작전의 영상을 캡처한 장면. 2026.10.5 [합참 제공] 연합뉴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과 요구와 대화 제의를 "자작 광대극"(10월 2일 담화)이라고 비난한 뒤 우리가 국경선을 요새화하는 진의가 무엇인가...한국과 마주 설 일이 없게, 들짐승마저도 드나들 수 없게 영영 문을 닫아 매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주 서야 골 아픈 일밖에 없는 족속들과 영원히 악연을 끊어버리자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19일 담화에선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사격 등의 조치에 반발하며 '남부 국경'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고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2일 담화를 통해선 "국경 영구화 공사는 어김없이 성과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국경이 요새화되면 조‧한(북‧남) 사이의 군사적 충돌 위험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며, 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리 군은 2024년 이후 북한이 DMZ 일대에 매설한 지뢰 수가 약 96만 발로 추정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