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벌어진 사회주택은 공공이 땅을 마련하고 민간사업자가 건물을 지어 임대하는 방식이다. 세입자는 민간사업자와 계약하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 책임도 이 사업자가 진다. 따라서 사업자가 보증금 반환을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공공이 건물을 매입하는 협의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남·대조점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에스에이치가 출자한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땅을 갖고 있어, 리츠가 건물을 사들여야 보증금 지급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서울시는 오는 30일까지 리츠 주주총회에서 매입을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두 건물에는 건축 대출 원금 외에 이자 약 5억원도 남아 있다. 이자를 누가 부담할지, 빚을 어떤 순서로 갚을지도 숙제다.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들이 사회주택의 임대보증금 미반환 가능성 등 부실화 위험을 미리 점검하기로 해놓고도 사고 예방에 실패하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에이치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에스에이치는 녹색친구들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2024년 11월13일 채권자가 강제 경매를 신청한 뒤에야 파악했다. 서울시는 이미 2022년 사회주택 사업자들의 재무 구조가 취약하고 보증보험 가입률이 낮다고 진단해 모든 사업장을 해마다 평가하기로 한 상태였다. 당시 이런 식의 토지임대부·토지지원리츠 사회주택 사업장 21곳 중 보증보험에 가입한 곳은 1곳뿐이었다.
또 경매 신청 뒤인 2024년 12월2일 확정된 정기 평가에서는 녹색친구들이 운영한 대조·연남·성산·창천·봉천 등 5곳 모두 보증보험 가입과 반환 준비금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25년 평가에서는 위험이 더 넓게 드러났다. 에스에이치의 ‘2025년 사회주택 평가·모니터링 용역 결과 보고’를 보면, 평가를 받은 39곳 중 16곳이 시정·권고 기준인 80점에 못 미쳤다. 녹색친구들 성산점과 창천점은 각각 78.5점과 78.4점이었고, 봉천점은 41점에 그쳤다. 그중 13곳은 차입금 규모와 상환 계획, 보증금 반환 준비금 등 재무 관련 문제를 지적받았다.
평가에 참여한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검토해 심각한 유동성 부족과 자본잠식 상태 등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회주택이라는 이름과 공공기관들의 홍보에 마음을 놓고 계약한 입주자들은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맞았고, 문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신혼집을 구하다 엘에이치의 사회주택 공고를 보고 삼송점에 지원해 입주한 김아무개씨는 “안전한 보금자리라고 생각했지만 청약으로 이사를 앞둔 상황에서 보증금이 묶였고, 그사이 둘째도 태어났다”며 “경제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삶이 고단하다”고 말했다. 역시 삼송점 세입자인 이아무개씨는 “보증금 문제로 발이 묶여 아이를 갖는 일조차 계획하지 못한 채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공을 믿고 내린 선택의 끝에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 열쇳말: 사회주택은 박원순 시장이 재임 중이던 2015년 서울시가 시작한 민관협력형 임대주택이다. 공공이 토지와 자금을 지원하고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이 주택을 공급·운영해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에 시세의 80% 이하 임차료와 최장 10년 거주를 보장하려 했다. 그러나 사업자의 취약한 재무 구조와 낮은 보증보험 가입률 등으로 입주자 보호 문제가 불거지자 오세훈 시정은 2022년 8월 신규 공급을 중단했다. 2015년부터 2022년 7월까지 3528억원을 들여 모두 1837호를 공급했고, 2026년 8월 현재 1793호를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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