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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어디인가? 남·북 여자 축구 준결승전이 던지는 어려운 질문

[기고]

서재정 전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6.05.14. 09: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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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한국에 온다.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실력을 겨루기 위해서다. 평양을 연고로 하는 축구 클럽팀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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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스포츠다. 한국과 조선의 대결이 아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팀끼리 국기를 내걸고 자존심을 겨루는 월드컵이 아니다.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챔피언스리그의 준결승전이다. 쉽게 말해 아시아에 있는 여자 축구 클럽 리그다. 유럽에 '챔스' 즉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아시아 여자챔피언스리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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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고향여자축구단은 국가대표팀이 아니다. 내고향무역회사의 후원을 받는 기업형 구단이다. 이 후원사는 '내고향'이라는 상표로 운동복, 운동화 등 갖가지 스포츠 용품과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평양시 문수거리에 문수내고향체육상품점도 열었고, 국제상품전람회에도 출품했다. 2018년 평양동계올림픽에서는 북측 선수단을 후원하기도 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축구계의 엘지 트윈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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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창단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21~22 시즌 조선 여자축구 1부 리그에서 우승하며, 최강팀으로 부상했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도 여러 명 포진하고 있고, 올 여자챔피언스 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20일 준결승전에서 수원FC 위민을 꺾으면, 도쿄 베르디 벨레자-멜번 시티 FC 전 우승팀과 23일 결승전에서 만난다. 물론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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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부끄러운 고백을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조선 정부가 여자축구단의 한국 방문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김정은 정부의 대남기조가 워낙 강경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 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흡수통일을 도모하거나 적대적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핵탄두를 한국에 투발할 수 있는 수단을 포함해 한국을 겨냥한 군사조치들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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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로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에 자국의 국민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은 휴전 중이지만 험악한 적대적 상태에 있는 미국과 이란이 축구선수단을 상대국에 파견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민간인이 적국에 입국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그야말로 무책임한 정부라고 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전쟁 지역과 같은 위험지에는 국민의 입국을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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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예측은 틀렸다. 이번에 내고향여자축구단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나의 상상을 초월한 어마어마한 변화의 조짐이다. 멀리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온 것이다. 평양의 축구선수들이 한국에 입국해도 생명이나 안전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김정은 정부가 판단한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평화의 메시지를 발신한 이재명 정부가 틔워낸 소중한 새싹이다. 내 고향은, 우리 모두의 고향은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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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제도 있다. 남북관계에서 적대성을 들어내는 것은 생명을 좌우하는 문제이지만, 국가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고향여자국구단 선수들이 들고 들어올 여권에 사증을 찍어줄 수 있을까? 과거에 했던 대로 방문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정부만의 숙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시민 모두가 생각해보고 토론해야 할 문제다. 내 고향은, 우리의 고향은 어디까지일까.

▲ 북한 내고향축구단 선수들. ⓒAFC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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