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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5) 2010/08/17
- 더럽다고 지적받는 기분 (14) 2010/08/12
니나님의 [더럽다고 지적받는 기분] 에 관련된 글.
한 분이 덧글에서 억지로 씻겨졌다는 얘기를 쓰셨는데,
오늘은 이 분들 또 쑥덕거리기 시작하더니
비누가 없냐며 비누를 갖다주시고
그 순간 눈 앞에 놓인 비누가 산처럼 거대해 보이기도 하다가
저 멀리 아득해 보이기도 하다가
결국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따를 수밖에 없는 수영장 권력자들의 룰....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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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와 청결에 대한 좀 다른 이야기
#1. 네팔분과 결혼한 한 언니가 네팔에서 몇 개월간 머물 때였다.
이 분은 아무런 생각 없이 늘 그래왔듯 그곳에서도 비누를 사용하였고,
네팔에서도 어느 시골마을에서 머무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동네 꼬마아이들은 손으로 뽀드득 문지르면 하얀 거품이 나오는 비누가 신기했는지
아니면 먼 나라에서 온 새색시가 얼굴도 뽀얀 것이
비누를 써서 그런가 하여 부러웠는지
비누를 쓰는 언니를 무척이나 동경하는 듯 하였다 한다.
#2. 우리 조카는 이제 막 첫돌을 지났다.
아이를 처음 키워보는 언니와 형부는 처음엔 아이가 똥만 싸도
거의 반 목욕을 시키곤 하였다.
덩달아 나도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와라 대야를 헹궈와라
수건을 갖고 와라 온갖 잔심부름에 동원되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냥 물휴지로 쓰윽 닦아주고 마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왠 변화인가 하였더니
늘 물로 닦아주는 것에 길들여진 아이는 나중에 늘 물로만 닦도록 습관이 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헐.....;
#3. 필리핀에 머무를 때 현지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를 썼다.
그곳 화장실은 전부 중간커버가 없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그래서 엉덩이 들고 싸기 신공을 연마하는 것이 한국인 학생들의 시련이었다.
한국인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고부터 화장실 내에는 화장지 등이 둥둥 떠 있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
내부의 청결도도 급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필리핀 학생들은 늘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물통에 물을 받아서 들어가기 때문에
화장지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놀라운 것은 한국 학생들이 필리핀 학생들이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하다고
욕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많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결국 주범이 그들이 아니라 한국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 했지만.
난 사실 필리핀 방식의 화장실 문화를 배우고 싶었는데,
물어보기가 뭣 하여서 배우지 못하였다.
가장 궁금한 것은 물로 닦고 그 물은 어떻게 닦고 나올까 하는 점이었는데,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요즘 수영을 하러 다닌다.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 샤워실에서 수영복을 챙겨입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비누칠을 하지 않고 수영복을 입는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머리를 감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비난을 했다.
난 나도 모르게 어젯밤에도 씻었는데 뭘 또...
라고 변명을 했고,
아주머니는 어젯밤에 안 씻은 사람 있냐며 나를 몰아세웠다.
졸지에 아주 비위생적이 되어버린 나는
매우 기분이 안 좋았으나 별로 항의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혼자서 고민한다.
사람마다 문화마다 위생관념이 다르다.
난 매일 수영을 다니고 게다가 밤에 집에 들어오면 너무 더우니까 또 샤워를 한다.
가끔 비누를 쓰지 않을 때도 있다. 너무 많이 비누칠은 피부에도 좋지않고
환경에도 좋지 않다.
늘 안 써도 좋겠지만, 습관적으로 자꾸 쓰게된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은 다른 사람의 좀더 강한 위생관념에 매우 거슬리는 생각이 되고 있고,
그들을 불쾌하게 만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다 같이 쓰는 수영장에 샤워도 안 하고 들어가다니!
그런....?
사실 난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샤워를 하고 들어가는지 그냥 들어가는지
나는 여전히 물로만 씻고 들어가는 것이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에 어쩌면 내일 아침부터 비누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 쉬운 일이 없구나.....
암튼 오지랖 넓은 아주머니들 때문에 짜증이....짜증이....
난 쫌 몰지각한 인간이거나 뭐 그런 셈이다.
그나저나 아주머니들의 그,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즉석에서 지적할 수 있는 파워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걸까 --_-- 무서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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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과 질서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엄격한게 좋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군대처럼 말도 안되는걸 요구하는게 아니라면...
어릴 때 우리 동네 남문목욕탕 다닐 적에...목욕하는 순서가 걸려 있었는데...거기 수칙이..1. 항문을 깨끗이 씻는다. 2. 샤워를 한다. 3. 발을 씻는다. 4. 탕속에 들어간다... 였는데... 난 나름 마음에 드는 게시판이였는데..
난 '합리적 근거'라는 것이 담고 있는 문화적 위계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물론 이미 어떤 문화 속에 들어가 있을 때 그걸 거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고, 또 사람들 역시 그것에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길들여져 있을 거라고도 생각해. 그렇기 때문에 거부해서는 안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 많은 것에 취약한...
엄..-_-;; 그 아줌마랑 계속 같은 시간대에 수영을 해야만 하는겅믜?;;ㄷㄷ;
나는 심지어 그 분이 전에 그 분인지도 모르겠음. 오늘은 확실히 그 샤워실에 있던 5-6명이 모두;;; 그리고 한 분이 확실하게 알려주셨음. 비누칠 안 하고 들어가면 혼 난다고;;; 집에서 씻고 왔어도 또 씻으라고;;;
<아마존의 눈물>을 보고 그 사람들이 미개인이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문화적인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겠지만... 조에족도 뽀뚜루를 열심히 씻어서 끼우듯이..환경과 면역체계가 달라서 그렇지... 다들 깨끗한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어.. 수영장에서는 눈병도 걸리고, 질염도 걸리고 그러니까..가끔 있는 면연력이 약한 사람을 위해서 청결을 강요 받는게 의료보험 강제가입처럼 최선은 아니라도, 타당성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